세계 각지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사진=온라인 이미지 갈무리)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우리 경제에 스며들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다. 2016년 유커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272달러로 높았지만, 그 돈의 행방은 묘연했다. 지금은 그 구조가 더욱 악화됐다. 이들은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위챗 등 자국 SNS를 통해 예약한 불법 콜밴에 올라탄다. 한국의 택시와 합법적 플랫폼은 철저히 소외된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서울 명동과 제주시 연동(옛 바오젠 거리) 등에 위치한 중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 상점뿐이다. 결제 역시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이루어져 국내 부가가치세망을 교묘히 피해간다. 마라탕, 훠궈 식당, 버블티 가게 등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바로 옆에서 수십 년간 영업해 온 한국 자영업자들은 그 온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통계 숫자만 부풀릴 뿐, 내수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정면으로 배신하는 '경제적 게토(Ghetto)' 현상이다.
'오버투어리즘'은 이미 검증된 재앙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도시 입장료를 받고,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버스 노선을 관광객용 지도에서 삭제하는 등 세계는 관광객으로 인한 몸살에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조용히 해달라'는 팻말을 내걸고 고통을 호소하고, 제주도의 자연은 감당 못 할 쓰레기로 신음한다. 이는 단순히 주민 불편을 넘어 도시의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더 큰 문제는 관광의 질적 하락이다. 저가 쇼핑과 인증샷에만 몰두하는 단체 관광객들이 점령한 곳에, 높은 수준의 문화 체험과 여유를 즐기려는 국내 및 서구권의 고부가가치 관광객들은 발길을 끊는다.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관광 상품의 가치 자체가 저하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관광의 무기화'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2017년, 중국은 사드 배치를 빌미로 단체관광을 하루아침에 중단시켰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업계 추산 최대 22조 원에 달했으며, 관광업뿐 아니라 한류 콘텐츠와 화장품 산업까지 초토화됐다. 현재 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과 서해상 불법 해상구조물 문제로 한중 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또다시 관광을 경제 보복의 레버리지로 사용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는 우리 경제의 목줄을 스스로 내어주는 것과 같다. 오늘 800만 명의 관광객은, 내일 800만 명의 인질이 되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정부는 2016년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양적 팽창에만 매달리는 것은 무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광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교한 전략이다. 불법 게토 관광을 발본색원할 강력한 법 집행, 북미·유럽·중동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적극적 마케팅, 고부가가치 관광 육성 등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어설픈 부양책으로 '22조의 악몽'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