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술 총리'에 이어 '분신술 장관'인가…권오을, 계약서 없는 유령 고문 의혹
'야인(野人)' 시절 여러 업체에 몸을 담아 '겹치기 근무' 의혹을 받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일부 업체와는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채 수천만 원의 급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모두 근로계약서를 썼고, 업체 광고주를 만날 때 커피 한잔하며 도와주는 게 일의 전부"라던 권 후보자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25년 5월 9일 경북 성주군 성주전통시장에서 당시 권오을 전 의원이 이재명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용 자재 기업 A사로부터 제출받은 답변 자료는 충격적이다. 국회의 '권 후보자와의 근로계약서 제출' 요구에 A사는 "고문으로 위촉하는 과정에서 근로계약서나 고문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어 제출할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돈이 오갔음을 인정한 셈이다.
A사는 권 후보자의 근무 형태에 대해 "직책이 고문이라 월 2~3회 회의 시에만 잠시 방문했고, 외부 영업이나 지방 출장 등 외근이 월 2~3회 정도 있었다"며 "별도의 근로일지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불투명한 '근무'의 대가로 권 후보자는 A사로부터 2023년 7월부터 1년간 총 3600만 원을 수령했다.
이러한 행태는 김민석 총리가 한국에서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하면 중국 칭화 대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해 '분신술‘'을 쓴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거뜬히 해내는 정치인들의 초능력은 국민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다. '분신술 총리'에 이어 이제 '분신술 장관'의 등장을 목도하는 셈이다.
권 후보자는 A사를 포함해 2023년에는 5곳, 2024년에는 4곳의 업체에서 동시에 급여를 받아 총 7000만~8000만 원에 달하는 근로소득을 올렸다. 한 사람이 물리적으로 여러 회사의 고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강민국 의원은 "정상적인 근로의 대가였다면 노동관계의 법적 근거인 계약서가 없을 이유가 없다"며 "이는 사실상 권 후보자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스폰서의 우회적 후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급여를 지급한 다른 업체들은 강 의원실의 자료 제출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국민들은 공직 후보자에게 고도의 청렴성과 준법의식을 요구한다. 계약서도 없이 여러 기업에서 급여를 수령한 '분신술 장관' 후보자가 과연 그 기준을 충족하는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