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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포기하고 소고기 먹으라는 나라.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06 20:47:42
  • 수정 2025-08-05 04: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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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조 원 추경, 교육예산 1조 9천억 삭감의 아이러니.
  • 추경 속 숨겨진 세대 갈등

<그래픽 :박주현>


32조 원의 마술

정부가 31조 8천억원 추경을 발표한 날, 동네 정육점 앞을 지나다가 멈춰 섰다. 아, 조만간 소고기 값이 오르겠구나. 약 32조 원. 이 숫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0조 원은 빚으로, 대략 12조 원은 다른 곳에서 빼온다고 한다. 빚내서 용돈 주는 아버지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는 기뻐하지만,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한다.

12조 원을 어디서 뺐을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 9천억 원이 먼저 사라졌다. 교사들 월급과 학교 화장실 휴지까지, 교육 현장의 모든 것이 이 돈에 의존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가장학금 4,400억 원, 행복주택 1,200억 원, 저소득층 주거지원 2,700억 원도 함께 증발했다. 심지어 국방예산까지 삭감됐다.


근로장학금 없애고 소고기 사먹으라는 나라

한 손으로는 "지방에도 서울대 열 개 만들겠다"고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지방 교육 예산을 자른다. 건물 없이 간판만 걸어놓겠다는 건가.

요즘 중장년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요즘 젊은 애들이 너무 보수적이야", "진영논리에 빠져서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해." 정말 그럴까?

32조 원 추경에서 교육예산을 삭감하고, 20조 원을 빚으로 충당한다는 소식에 청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자신들의 근로장학금은 사라지고, 그 돈으로 전 국민 소고기 쿠폰을 나눠주는 상황에서 "이거 뭔가 이상한데?"라고 말하는 것이 정치적 편향일까?

부산의 한 국회의원이 "지원금 받지 말자"고 외쳤을 때, 시민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내 돈이니 내가 받겠다"며 항의했다고 한다. 그 순간, 우리는 모두 공범이 됐다. 정부는 "국민이 원해서 준 것"이라고 할 것이고, 국민은 "정부가 주겠다고 해서 받은 것"이라고 반박할 것이다.


누가 더 '상식적'인가

진짜 이상한 건 따로 있다. 자식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을 늘려가며 당장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박수를 보내는 일부 중장년들의 모습이다. 평생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해 저축하라", "계획적으로 살아라"라고 가르쳐놓고, 정작 국가 정책에서는 그 반대를 지지하는 모순.

한 중년 아버지가 SNS에 올린 글을 봤다. "정부에서 돈 주는데 왜 안 받냐, 우리 세금으로 내는 거 아니냐." 그런데 그분 프로필을 보니 대학생 자녀가 둘이나 있었다. 자녀들의 장학금은 삭감되고, 그 돈으로 본인이 소고기를 사먹는다는 걸 아실까?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를 먹으라"고 했다면, 우리 시대의 지도자는 "경제가 어려우면 소고기를 먹으라"고 한다. 차이가 있다면, 그 소고기 값은 미래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점이다.


13조 원의 무게

새미래민주당이 밝혔듯 13조 원의 직접 지원금이면 가덕도 신공항을 완공하고도 남는다. 청년 임대주택 11만 호를 지을 수 있다. 전국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면제하고 장학금까지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은 '소고기 한 번'에 사라졌다.

4년마다 표심을 사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장기적 안목은 사치품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카니발에 기꺼이 참여한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진영논리'로 재단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누가 더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걸까?

미래를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아니면 미래의 주인에게 빚을 떠넘기면서 현재를 즐기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정육점 앞을 지나며 생각해본다. 카니발이 끝나면 무엇이 남을까? 텅 빈 국고와 쌓여가는 부채, 그리고 더 깊어진 불평등. 우리는 소고기 맛을 기억하며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이 돈,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답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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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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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7 21:44:45

    정말 답답합니다 돈 안줘도 되니 나라위해 쓰시길
    나라 1달만에 골로ㅜ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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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7 20:26:11

    무슨 허니문이 이렇게 길어... 이대로 5년 가면 재앙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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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7 17:18:19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절실히 필요한 분야의 예산은 다 삭감하고 포퓰리즘 선거용 예산 뿌리기만 하고 있으니 국고는 누가 다시 채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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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7 16:52:23

    짝통령때문에 정책들도 퇴보하고 있고 순식간에 나라가 망하고 있는가 같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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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7 11:41:13

    1찍들이 너무나 원망스럽네요
    털교주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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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7 09:56:15

    나라가 급속하게 망해가고 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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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7 02:41:21

    답답하네요. 힘 없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15만원 20만원에 현혹되는 현실이 암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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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7 01:34:24

    너무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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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inp72025-07-06 23:17:34

    상상 이상으로 나라를 너덜너덜 걸레 조각으로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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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772025-07-06 21:02:52

    언능언능 떨어져라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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