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을 등지고 고립을 택한 이재명 정부
'전구(戰區, Theater of War)'란 특정 군사 작전을 위해 설정된 광대한 지리적 영역으로, 모든 군사력이 단일 지휘관 아래 통합 운용되는 강력한 군사 협력 체제다. 최근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이 바로 이 '전구'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걸쳐 설정하며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 결속을 다졌다.
그러나 이 강력한 안보 틀에서 대한민국은 빠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결정이 우리의 자발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3월 일본의 최초 제안 이후 6월까지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모두 부재했던 외교 공백 상태를 고려하면, 이 결정은 6월에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 외에는 내릴 주체가 없다. 이는 명백히 이재명 정부의 제1호 외교 선언이며, 그 내용은 동맹 이탈과 고립주의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2024년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아래쪽부터 우리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미국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리아케함. 2024.4.12 [해군 제공]
이번 결정의 가장 큰 문제는 70년간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탱해 온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이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대중국 견제 구상에서 한국이 발을 뺀 것은, 동맹의 책임은 회피하고 과실만 챙기겠다는 이기적인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지 않을 것이며, '코리아 패싱'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일본이 최초 제안한 구상을 한국이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한일 관계 역시 전망이 어두워졌다. 이는 단순히 양국 관계 악화를 넘어,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맞서야 할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에 스스로 균열을 내는 어리석은 행위다. 자유 진영의 핵심 동맹들이 군사적 결속을 다지는 지금, 대한민국만 홀로 섬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지 모른다. 물론 중국은 한미일 공조의 약한 고리가 드러난 것을 반색하며 단기적인 경제적 보상을 미끼로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 동맹으로부터 이탈된 한국을 길들이려는 냉혹한 계산이 깔려있다. 강력한 동맹이라는 방파제를 스스로 허문 뒤에 남는 것은, 중국의 거친 압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한민국의 현실뿐일 것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첫 외교 결정은 '평화'가 아닌 '고립'을, '균형'이 아닌 '위험'을 선택한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동맹을 저버리고 얻는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노골적인 반미·친중 노선이 가져올 파국적인 외교 실패를 직시하고,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의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선택의 대가는 혹독하고, 그 청구서는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