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년간 공석이던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고 나섰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를 감시하겠다는 취지는 백번 옳다. 과거 정부들이 비판을 감수하며 외면했던 제도를 되살리겠다는 결단 역시 겉보기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 제안을 한 당사자가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우리는 그 진정성에 깊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답볍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자기모순이다. 현재 이 대통령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 다수의 개인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되며 헌법 제84조(대통령의 불소추 특권)를 방패 삼아 자신의 재판을 모두 멈춰 세웠다. 법치주의의 근간인 '법 앞의 평등'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장본인이, 이제 와서 '시스템을 통한 감시'를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정으로 권력 감시와 견제의 중요성을 안다면,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전에 본인의 멈춰선 재판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는 것이 순서다. "임기 후 모든 재판을 성실히 받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선행되지 않는 한, 특별감찰관 제도는 본인이 '감시받는 권력'이라는 것을 가장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실의 인사 구성이다. 이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변호인 출신들이 민정수석실을 포함한 대통령실 핵심 요직과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등 권력기관을 장악했다. 대통령을 향한 모든 정보와 감찰 기능의 '허브'를 '호위무사'들로 채워놓고, 이제 와서 특별감찰관 한 명을 임명한들 무슨 실효성이 있겠는가.
이는 마치 성벽과 해자를 겹겹이 두른 성주가 "감시를 위해 성문 경비병 한 명을 더 두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새로 임명될 감찰관이 과연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포진한 민정라인의 견제를 뚫고 제대로 된 감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대통령의 방탄 체계 아래 통제되는 '무늬만 감시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 카드는 개혁적 제스처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과시용 명분을 쌓는 '옥상옥(屋上屋)'에 가깝다. 진정한 법치 수호 의지는 새로운 감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법 앞에 스스로를 세우는 것에서 증명된다. 국민은 이 쇼의 감독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의도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