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언론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의 ‘모든 안건 부결’ 사태를 사법부의 무능과 분열의 증거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태의 본질을 놓친 피상적인 분석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리더십과 대법원의 권위를 흔들려던 일부 진보 성향 판사들의 ‘사법 쿠데타’ 시도가, ‘판사는 판결로 말할 뿐’이라는 원칙을 지키려는 다수 법관들의 단호한 ‘침묵’에 의해 진압된 사건으로 봐야 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쿠데타는 진압되었다 (그래픽=가피우스)
쿠데타의 서막: 소수 그룹의 ‘항명’ 시도
이번 법관회의 임시회의는 시작부터 정당성과 대표성에 심각한 의문을 안고 있었다. 회의 소집은 전체 법관이 아닌, 소수의 특정 성향을 가진 판사 그룹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절차적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실질적인 목표는 신임 대법원장의 권위를 훼손하고,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법부 내 여론을 조장하려는 정치적 의도에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이 상정한 안건들은 노골적으로 대법원을 겨냥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례 없는 절차 진행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등의 안건은 , 사실상 법관회의의 이름으로 대법원 판결을 불신임하고 대법원장을 압박하려는 시도였다. 이는 법원 내 특정 연구 모임을 중심으로 세력화된 일부 판사들이 사법부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려 한 행위로, 사법부의 위계질서와 독립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었다.
진압된 쿠데타: ‘침묵하는 다수’의 현명한 선택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법관회의는 상정된 5개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이는 양측의 힘이 비등하여 나온 어정쩡한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압도적 다수의 ‘침묵하는 법관들’이 내린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이었다.
다수 법관들은 법관회의가 특정 사건의 판결을 비판하거나, 정치적 구호에 동조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순간, 사법부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고 특정 진영의 대리인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다. 그들은 ‘항명’ 안건에 동조하지 않음으로써, 소수 그룹의 정치적 시도에 쐐기를 박았다.
주목할 점은, 정치권의 ‘판사 탄핵’ 시도에 반대하는 안건마저 부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다수 법관들의 확고한 원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은 찬성이든 반대든, 법관회의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이는 '판사는 판결로 말하며, 그 외의 모든 것은 정치적 행위'라는 대원칙을 온몸으로 천명한 것이다. 즉, 사법부를 방어하기 위해 정치적 논쟁에 뛰어드는 대신, 아예 정치의 장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사법부의 본질적 가치를 지켜낸,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원칙을 재확인한 사법부
결론적으로, 이번 법관회의 사태는 사법부의 무능이 아니라, 오히려 그 건강성을 입증한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소수 정치 판사들의 ‘사법 쿠데타’ 시도는 실패했고, 사법부는 ‘침묵하는 다수’의 현명한 판단 아래 스스로의 원칙과 권위를 지켜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법치주의 확립’과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가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역설적으로 법관 사회의 다수로부터 재신임받았다.
다수 법관들은 정치적 논란에 휩쓸리기보다 묵묵히 재판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신뢰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진압’을 계기로, 사법부가 다시는 특정 이념 세력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기사를 어디서 보겠습니까.
사법부의 와신상담이길...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하도 뒷통수를 맞다보니, 꿈보다 해몽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 정부에서 제일 견디기 힘든 일이 법치가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오늘 대법관회의 기사애 너무 우울했었는데 기사를 읽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음
제발 제발...
난 사법부의 항복회의로 오해했는데 이글을 보고 다시 생각.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반대해야 할 안건과 찬성이 나을 안건 둘 다 반대하니 헷갈리더라구요
관계자 말이라며 언론이 전한 건 완전 딴소리구요
국민의 알 권리를 다른 언론들도 이렇게 좀 지켜줬으면 좋겠네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