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분석]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쿠데타는 진압되었다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06-30 16:25:52

기사수정
  • - 소수 정치 성향 판사들의 ‘사법부 흔들기’, 다수 법관들의 ‘침묵’으로 제압돼
  • -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그 외에는 모두 정치” 원칙 재확인

많은 언론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의 ‘모든 안건 부결’ 사태를 사법부의 무능과 분열의 증거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태의 본질을 놓친 피상적인 분석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리더십과 대법원의 권위를 흔들려던 일부 진보 성향 판사들의 ‘사법 쿠데타’ 시도가, ‘판사는 판결로 말할 뿐’이라는 원칙을 지키려는 다수 법관들의 단호한 ‘침묵’에 의해 진압된 사건으로 봐야 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쿠데타는 진압되었다 (그래픽=가피우스)

쿠데타의 서막: 소수 그룹의 ‘항명’ 시도

이번 법관회의 임시회의는 시작부터 정당성과 대표성에 심각한 의문을 안고 있었다. 회의 소집은 전체 법관이 아닌, 소수의 특정 성향을 가진 판사 그룹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절차적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실질적인 목표는 신임 대법원장의 권위를 훼손하고,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법부 내 여론을 조장하려는 정치적 의도에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이 상정한 안건들은 노골적으로 대법원을 겨냥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례 없는 절차 진행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등의 안건은 , 사실상 법관회의의 이름으로 대법원 판결을 불신임하고 대법원장을 압박하려는 시도였다. 이는 법원 내 특정 연구 모임을 중심으로 세력화된 일부 판사들이 사법부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려 한 행위로, 사법부의 위계질서와 독립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었다.   


진압된 쿠데타: ‘침묵하는 다수’의 현명한 선택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법관회의는 상정된 5개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이는 양측의 힘이 비등하여 나온 어정쩡한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압도적 다수의 ‘침묵하는 법관들’이 내린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이었다.   


다수 법관들은 법관회의가 특정 사건의 판결을 비판하거나, 정치적 구호에 동조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순간, 사법부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고 특정 진영의 대리인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다. 그들은 ‘항명’ 안건에 동조하지 않음으로써, 소수 그룹의 정치적 시도에 쐐기를 박았다.


주목할 점은, 정치권의 ‘판사 탄핵’ 시도에 반대하는 안건마저 부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다수 법관들의 확고한 원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은 찬성이든 반대든, 법관회의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이는 '판사는 판결로 말하며, 그 외의 모든 것은 정치적 행위'라는 대원칙을 온몸으로 천명한 것이다. 즉, 사법부를 방어하기 위해 정치적 논쟁에 뛰어드는 대신, 아예 정치의 장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사법부의 본질적 가치를 지켜낸,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원칙을 재확인한 사법부

결론적으로, 이번 법관회의 사태는 사법부의 무능이 아니라, 오히려 그 건강성을 입증한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소수 정치 판사들의 ‘사법 쿠데타’ 시도는 실패했고, 사법부는 ‘침묵하는 다수’의 현명한 판단 아래 스스로의 원칙과 권위를 지켜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법치주의 확립’과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가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역설적으로 법관 사회의 다수로부터 재신임받았다. 

다수 법관들은 정치적 논란에 휩쓸리기보다 묵묵히 재판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신뢰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진압’을 계기로, 사법부가 다시는 특정 이념 세력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원고료 납부하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01 16:48:02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01 09:17:58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idt4m2025-06-30 22:34:12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기사를 어디서 보겠습니까.

  • 프로필이미지
    nicetaz12025-06-30 18:53:33

    사법부의 와신상담이길...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30 18:47:51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하도 뒷통수를 맞다보니, 꿈보다 해몽이 아니길 바랍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30 18:23:39

    이 정부에서 제일 견디기 힘든 일이 법치가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오늘 대법관회의 기사애 너무 우울했었는데 기사를 읽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음

  • 프로필이미지
    sep772025-06-30 17:17:31

    제발 제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30 17:09:48

    난 사법부의 항복회의로 오해했는데 이글을 보고  다시 생각.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5-06-30 16:43:58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반대해야 할 안건과 찬성이 나을 안건 둘 다 반대하니 헷갈리더라구요
    관계자 말이라며 언론이 전한 건 완전 딴소리구요
    국민의 알 권리를 다른 언론들도 이렇게 좀 지켜줬으면 좋겠네요

  • 프로필이미지
    kibbum112025-06-30 16:31:00

    기사 잘 읽었습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협상 하루도 안돼 알려진 30분의 치욕 치욕의 청구서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제 양국 언론을 통해 그 ‘협상’의 후일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압축적인 묘사는 “펜도 필요 없었던 30분”이라는 트럼프의 만족감 섞인 회고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일부가 대서양 너머로 이전되었다. 시장의 평가는 즉각적이었고, 계산은 정확했...
  2.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3. [사설]어떤 간신이 광복절에 취임식을 '또'하라고 속삭였을까? '국민임명식' 이름 한번 기가 막히게 지었다. 이미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두 달 만에 또 취임식을 한단다. 그것도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에, 광화문 광장에서, 1만 명을 모아놓고 말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이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으로 임명한다'고 선언하는 자리"라고 포장한다.하지만 이 .
  4.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5. 전병헌, 관세협상 두고 “자화자찬 아닌 자해, 조공 외교의 자화상” 이재명 정부가 최근 한·미 관세협상을 두고 “역대급 성과”라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오히려 자해에 가까운 셀프 풍자”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과연 이재명 정부”라는 여권 내 찬양성 멘트를 거론하며, “이 정부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는 한마디”라...
  6. 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김건희특검이 어제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불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
  7.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8. 유능하다는 망상, 4천억 달러가 증명하는 친중의 대가 때로는 숫자가 가장 정직한 폭로다. 변명도, 수사도, 감성도 거세된 채, 냉혹한 진실의 뼈대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 던져진 숫자들을 보라.일본의 경제규모는 대략 우리의 2.15 배다. 그들이 5,500억 달러를 낸 것을 우리 체급에 맞춰 단순 환산하면 약 2,000억에서 2500억 달러면 충분할 것이다. 유럽연합 30개국이 그나마 자신들...
  9. 이재명 '광복절 야간 임명식'에 전병헌, '대관식 하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저녁,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야간 행사를 강행하는 배경을 두고 야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
  10. [속보] 관세 25%→15%. 미국제품 무관세. 美농산물 트럭 완전개방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한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주 내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