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뒤흔들 만한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가 발표된 날, 대통령실은 “우리 대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금융위원회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묶는 초강력 대책을 내놓자, 대통령실 대변인은 “금융위 대책으로 안다”, “우리는 내놓은 정책이 없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였다. 시장의 엄청난 파장을 부를 정책을 주무 부처가 대통령실과 교감 없이 독자적으로 발표했다는, 상식적으로 믿기 힘든 변명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몇 시간 뒤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주워 담았지만, 이미 국정 운영 시스템의 난맥상은 그대로 노출됐다. 이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과연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성남은 보도블럭을 재활용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SNS)
단돈 백만원이 들어가는 예산집행도 시장 결재 없이는 하지 못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트위터)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 세심하게 관리한다”며 꼼꼼한 행정가 이미지를 내세웠다. 대통령 후보로 유세를 할 때도 환풍구와 맨홀 뚜껑을 직접 챙겼던 일화를 즐겨 이야기했다. 그런데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정책, 그것도 전례 없는 고강도 규제에 대해서는 ‘몰랐다’거나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환풍구를 챙기는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대통령 SNS)
이런 혼선이 초래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국민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혼란에 빠진다. 대통령실의 말 한마디에 정책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데, 앞으로 어떤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보도블록,환풍구, 맨홀 뚜껑을 챙기던 마음으로, 부처 간 정책 조율이라는 국가 운영의 기본부터 행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