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패 보고도…'대통령령'으로 배달앱 묶겠다는 위험한 발상
시장의 가격을 정부가, 그것도 국회의 입법 절차를 생략한 채 대통령령으로 정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법안이 민주당에 의해 발의됐다.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배달앱 수수료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더구나 바다 건너 미국에서 이미 처참하게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것이라 무지와 오만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대통령령으로 배달 수수료를 제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 (사진=연합뉴스)
팬데믹 시절,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대도시들은 우리와 똑같은 명분으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는 무엇이었나. 도어대시(DoorDash), 그럽허브(Grubhub), 우버이츠(Uber Eats) 등 3대 플랫폼 기업은 즉각 "위헌적 조치"라며 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수수료 상한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속출했다. 소비자 배달비가 오르거나, 식당에 새로운 광고비가 부과되는 ‘풍선 효과’가 발생했다. 결국 뉴욕시는 플랫폼 업체들과의 지루한 소송 끝에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면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강제적 가격 통제가 시장에서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 명백한 실패 사례를 보고도 같은 길을 가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규제 방식이 ‘대통령령’이라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법률이 아닌 행정부의 명령으로 시장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와 입법부의 견제를 무력화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언제든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앗아가고 투자를 위축시키는 최악의 규제 방식이다. 오늘 다르고 내일 또 바뀔 수 있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기업의 명운이 달린다면, 어느 누가 혁신과 서비스 경쟁에 나서겠는가.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과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내에서 이미 수십억의 세금을 낭비하고 사라져 간 공공 배달앱들의 실패가 이를 증명한다. 배달앱들은 수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배달비를 올리고, 광고비를 인상하며, 서비스 지역을 축소할 것이다. 단기적인 환심을 사기 위해 시장 전체를 병들게 하는 ‘자충수’에 불과하다.
정부의 역할은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주는 심판에 있는 것이지, 직접 경기에 뛰어들어 선수들의 몸값까지 정하는 감독이 아니다. 미국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반시장적 포퓰리즘의 길을 고집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현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