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김상환 전 대법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가 "헌법재판소의 회복을 위한 새 정부의 첫걸음"이며 "헌법재판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독립성을 더 높이려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수사(修辭) 뒤에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김상환 후보자의 이력은 진보 정권 하에서 어떻게 고위 법관이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그의 경력에서 결정적인 도약은 모두 민주당 진영의 후원 아래 이루어졌다.
그는 2018년 12월,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되었다. 2021년 5월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의해 사법부의 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이라는 요직에 발탁되었다. 김명수 사법부는 출범 초기부터 특정 이념 편향성과 '코드 인사' 논란으로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신임 헌법재판소장에 김상환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명했다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사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법'의 그림자
김상환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을 이해하는 데 있어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법) 회원이라는 사실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그는 2021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지명되면서 '코드 인사' 논란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연구회를 탈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법'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그 뿌리가 노골적인 정치 성향으로 비판받았던 '우리법연구회'(우리법)에 닿아 있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의 후원자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우리법'과 '인권법'의 초대 회장을 모두 역임한 인물이다.
대통령 몫으로 함께 지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우리법' 출신이다.
대통령 몫의 재판관 두 자리를 모두 같은 이념적 뿌리를 가진 인물들로 채운 것은,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이념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판결의 편향성
김 후보자는 2018년 대법관 인사청문회 당시, 총 5차례에 걸쳐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으로 도덕성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과거 자신이 위장전입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2015년,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당시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판단해 1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원세훈을 꾸짖었다.
그리고 18대 대선을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아들 박지만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항소심에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 외에도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2심 재판에서 당선무효 위기에 처했던 조 교육감에게 벌금 25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그를 사실상 구제해주기도 했다.
2020년 판결 (대법원 2019도13328): 이재명의 정치적 구세주
이번 지명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김상환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을 구한 판결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이다. '보은 인사'의 성격이 너무나 짙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TV 토론회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되어,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 지사는 직을 잃고 정치적 미래가 끝장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 지사를 구원해준 한 표 중 하나가 바로 김상환 후보자의 것이었다.
누군가는 말해야지, 이 인사는 잘못되었다고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은 '보은 인사'이며, 특정 이념 세력의 사법부 장악을 완성하고 헌법재판소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만들려는 위험한 시도다.
정치적 편의가 사법부의 독립성 위에 군림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결코 요식행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