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박주현>
어제 워싱턴에서 벌어진 그 무언가를 기자회견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모독이었다. 내셔널 프레스 클럽이라는 간판 아래, 실제로는 사무용 책상 몇 개를 밀어붙여 만든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시작 5분 만에 본색을 드러냈다. 영상의 소리가 끊어지자 발표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당황스러운 침묵에 빠졌다. 카메라 앞에서 벌어진 이 기술적 참사가 이들 주장의 신뢰성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고든 창이 이끄는 자칭 대선감시단의 결론은 명료했다. 한국의 6.3 대선은 완벽한 부정선거라는 것이다. 민경욱 전 의원이 여전히 이 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에선 이미 많은 신뢰감이 증발됐다. 2020년 4.15 총선 이후 4년간 똑같은 대본을 읽어온 그가 이번엔 대서양을 건너 미국 땅에서 재공연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웃어넘기기엔 뭔가 서늘한 구석이 있었다. 문제는 이 삼류 드라마를 지켜보는 관객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백악관에서 12분 거리에 있는 이 허름한 회의실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고든 창은 단순한 방송 패널이 아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부터 꾸준히 조언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미 2020년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한 상태다. 그 서사가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런 트럼프가 지금 다시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다. 우리가 부정선거론을 헛소리로 치부하든, 진실로 생각하든 그 여부와 상관없이 , 백악관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미국이 자국의 부정선거 의혹을 재조사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한국 사례를 "해외 부정선거 참고 자료"로 분류해 둘 가능성도 충분하다.
트럼프의 세계관 속에서 선거 부정은 글로벌한 현상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해 볼리비아와 브라질을 거쳐 이제 한국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퍼즐 속에서 맞춰진다. 한국이 그 퍼즐의 새로운 조각이 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믿을 만한 동맹국이 아니라 의심스러운 감시 대상으로 전락한다.
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직적으로 부정선거를 주도할 만큼 유능한 조직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감사원 발표를 보면, 이 기관은 채용 비리만 10년간 878건에 달한다.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이 일상화된 곳이고, 면접표를 백지로 두고 나중에 점수를 조작해 넣는 수준의 조직이다. 기껏해야 자녀 하나 뒷문으로 취업시키는 정도의 소규모 부패나 저지를 수 있는 집단이, 갑자기 국정원과 중국 공산당을 끌어들여 대한민국 전체를 농락했다고?
이건 마치 동네 편의점에서 껌 하나 훔치다 걸린 좀도둑에게 제일은행 금고를 털었다고 우기는 격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이런 무능함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치밀한 악역은 흔적을 지우지만, 서투른 악역은 의혹만 양산하기 때문이다.
2003년을 떠올려보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운 명분은 대량살상무기였다. 국방정보국은 이미 2002년 9월 "이라크 화학무기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가 없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의회에서 "이라크가 사린과 겨자 가스를 대규모로 비축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콜린 파월의 유엔 연설은 나중에 한 무기사찰관의 표현을 빌리면 "엄청난 허풍이자 미국민을 위한 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허풍은 실제 전쟁이 되었고, 수십만 명이 죽었다.
정보의 진위와 그 정보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별개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정보를 받는 사람이 믿느냐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이 어떤 권력을 가졌느냐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미대선 기간 동안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불렀다.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요구했고, 주한미군 철수를 수차례 거론했다. 심지어 주한미군 가족 소개령까지 검토했다가 참모들의 만류로 철회하기도 했다.
그때는 돈의 문제였다. 한국이 더 내지 않으면 미군을 빼겠다는 협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한국이 부정선거로 중국의 괴뢰 정권을 세웠다 믿는다면, 이건 더 이상 돈 문제가 아니라 안보 위협이다.
머니 머신이 배신자가 되었다면, 그 머신은 쓸모없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 적의 손에 들어간 장치는 언제든 역으로 작동할 수 있으니까.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있다. 그의 측근들이 나름의 "한국 부정선거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중국 사주를 받아 선거를 조작했다는 이야기를 트럼프가 믿는다면, 그리고 그것을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면, 다음 장면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트럼프는 예측 가능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논리적 분석보다 직감을 따르는 사람이다. 외교적 관례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중시한다. 만약 그가 한국에 대해 배신감을 품는다면, 그 감정은 곧바로 정책이 된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재검토, 방위비 급증 요구, 무역 보복 조치.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패키지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 더 무서운 건 이 모든 것이 "한국의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제의 그 어설픈 기자회견이 정말로 어설픈 것으로 끝나길 바란다. 하지만 역사는 종종 그런 어설픈 거짓말들이 어떤 참극을 불러왔는지 보여준다. 이라크의 존재하지 않았던 대량살상무기처럼.
거짓말은 때로 진실보다 강력하다. 특히 그 거짓말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트럼프는 세상을 단순하게 나누고 싶어한다. 선과 악, 친구와 적, 신뢰할 자와 배신자. 한국이 어느 편에 속하게 될지는 이제 우리 손을 떠난 일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번엔 우리가 그 거짓말의 표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듣는 사람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사안을 보도하는 메이저언론이 없다는것도 한국이 얼마나 독재세력에 잠식당했는지른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중국이 노골적으로 우리를 삼키려하고 그것을 가짜 대통령과 민주당이 착착 진행시키고있는데 저지할 방법은 없습니까? 정말 하루하루가 참담합니다
이걸 음모론, 대텅량 헐뜯는 거짓말로 치부하다니,,, 언론사한테 막으라고 쪼아대니 이걸 가짜라고 우겨대네ㅋㅋㅋ조선족 500만명 이민 온다고 기사 났던거 있지? 그런거나 조사해봐. 미국이 무서운게 아니고 중국이 다방면으로 우리나라 삼킬려고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중앙선관위는 외부의 어떠한 간섭이나 통제를 받지 않는 치외법권 기관으로 변해버렸고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어떠한 시스템조차 없다는 점이다. "단순실수일 뿐 문제가 없다. 검증도 안받겠다. 제도 개선도 못하겠다" 안하무인 그 자체인 선관위를 언제까지 두고봐야 하는 것인가? 논쟁을 넘어 이제는 전쟁으로 가고 있는데도...,
부정선거(고의적 부실관리 포함) 주장이 음모론이어도 큰 문제이지만, 일부가 사실이라면 이건 핵폭탄급이다.
이 와중에도 중앙선관위가 너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는 것. 지난 선거에서도 별 다른 해명도 거의 없었고.
설마? 설마? 너무도 엄청난 일이기에 대중은 사실이 아닐 거라고 먼저 단언해버리곤 한다. 설마론이 이런 사태까지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상 그 이상의 일이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
진실이든 거짓이든 전런 얘기거 공공연히 나온다는 것만으로 심각한 상황이네요.
"문제는 이번엔 우리가 그 거짓말의 표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듣는 사람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허접했지만 심각할 수 있는 기자회견이었군요.
누군가의 소년시절까지가 언급됐다고 하니,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한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겠어요..
이재명을 우리손으로 끌어내릴 방법이 있다면 좋겠습니다..실시간으로 이재명에의해 대한민국이 무너지는걸 보고 있자니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다타도 좋겠다 싶은 마음이 스치는중입니다
세상이 요지경이 되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모르겠어요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