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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정상회담 불참으로 열린 '셰셰외교'의 리스크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06-22 22:28:47
  • 수정 2025-06-22 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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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불참사유? 무슨 소린지 아시는 분?

이재명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대체 어떤 국내 현안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게 할까?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제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라는 돌발 변수는 이번 NATO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가 될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중동 정세가 불확실' 하기 때문에 나토 정상회의에서 다루는 다루는 것인데 '중동 정세가 불확실' 하기 때문에 불참한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심각한 중동 정세는 불참의 명분이 아니라 참석의 가장 강력한 이유여야 한다. 


나토 불참은 셰셰외교의 시작이다 (그래픽=가피우스)


실리외교?'셰셰 외교'가 시작된 건가?

이 대통령은 일관되게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주창해왔다. 

특히 그의 외교관을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준 발언은 단연 "왜 중국을 찝쩍거리나. 그냥 '셰셰(謝謝·고맙습니다)' 하면 되지"라는 말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NATO 정상회의 참석은 '중국을 찝쩍거리는' 행위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중국은 한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의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아시아판 소(小)나토'를 결성해 자신들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간주하며 노골적인 경계심을 보여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과거 한국의 참석에 대해 "외교적 독립성을 해치고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중국은 관영매체 환구시보를 통해 "한중 관계가 새 출발의 기회를 맞았다"며 "한국이 미국 등과의 관계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숨기지 않았다. 

환구시보는 "윤석열 집권 시기에는 이른바 '가치외교'의 이름으로 편 가르기를 극단으로 밀어붙였는데, 이는 한국이 '중추국가'가 되게 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으로 한국을 몰아넣었다"는 부절적할 국내 정치 개입을 시사하는 문장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심지어는 "마침내 한국에서 정신이 멀쩡한 인물이 나타났다"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직접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불참의 대가: K-방산과 국제 공조의 위기

하지만 '실용'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더 큰 국익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는 분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K-방산'이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NATO 회원국들과의 대규모 방산 계약은 단순히 무기의 성능이 좋아서만 성사된 것이 아니다. 

"최신 장비를 빠르게 받을 수 있었다"는 폴란드 대통령의 극찬처럼, 경쟁국 대비 월등히 빠른 납기 능력과 NATO 표준과의 높은 호환성,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정치적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 NATO 역시 공식적으로 "한국 등과 방산 협력 강화"를 선언문에 처음 명시하며 K-방산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NATO 정상회의 불참은 모든 방산 계약에 '정치적 리스크'라는 꼬리표를 다는 행위와 같다. 유럽 내 경쟁국들은 "자신들의 핵심 안보 파트너인 NATO를 외면하는 정부를 상대로 수십 년간의 후속 군수 지원을 믿을 수 있는가?"라며 K-방산의 신뢰도를 공격할 것이다. 이는 향후 1,000조 원 규모로 커질 유럽 무기 시장에서 K-방산이 스스로 고립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안보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NATO 정상회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북러 불법 무기 거래 등 국제 안보 위협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핵심 플랫폼이다. 특히 정상회의 계기에 열리는 IP4 회의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다. 북한 위협의 최전선에 있는 대한민국의 불참은 이러한 국제 공조 전선에 균열을 일으키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이 크다.   


'셰셰외교'의 어두운 전망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가져올 파장이다. 중국과의 관계 안정이라는 '실리'를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신뢰'와 K-방산이라는 '미래 먹거리'를 담보로 잡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외교라는 게 국가의 영속성"이며 정권이 바뀌어도 책임은 계속된다는 점을 아직 이해 못하고 있다. 

국내 정치에서의 '전 정부와의 차별성이'라는 소의가 외교라는 대의에서는 크나큰 리스크가 된다는 점 말이다. 



덧말 : 이 컬럼에서는 한미동맹의 약화 같은 진짜 큰 리스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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