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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못 나눠도 “노무현”은 잘만 팔더라.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21 10:36:18
  • 수정 2025-08-05 04: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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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정신은 없고, 노무현 마케팅만 남았다.
  • 노대통령이 만든 법사위원장 전통, 누가 망쳤나?

<그래픽 : 박주현>


정치인들은 참 간사하다.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있는 자의 이익을 챙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그렇게 소비되고 있다.


2004년 17대 국회, 탄핵역풍으로 과반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노무현은 달랐다. 그는 한나라당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집권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권력을 나누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치는 원래 제로섬 게임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노무현의 선택은 순진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결정을 내렸던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중 가장 존경을 받고있다. 그 쉽지 않았을 선택은 전통으로 굳어 16년간 이어졌다. 다수의석을 차지했던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그 전통을 지켰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번갈아 가면서, 견제와 균형의 정신이 제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총선 승리후 18개 상임위워장을 독식했었고, 2024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이후, 11개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까지.


그들은 말했다. "우리가 이긴 것 아니냐. 당연한 것 아니냐." 맞다. 당연한 일이다. 선거에서 이기면 권력을 가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그들은 또 주장을 한다. "우리는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는다." 그러면서 노무현의 사진을 걸고, 노무현의 어록을 인용했다. 노무현을 부르며 표를 구한다.


아이러니하다. 노무현이 만든 전통을 스스로 깨뜨린 자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권력은 마약 같다. 한 번 맛보면 놓기 어렵다. 더 많이 가지고 싶어진다. 나누어 주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나누어 주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숭고한 일을 했던 것이다. 자신의 당이 가질 수 있는 권력을 야당에게 내주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위한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시작이다. 정청래는 법사위원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우리가 계속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김병기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몫"이라고 우긴다. 마치 전통인 양 당당하다. 오로지 이재명 대통령의 방탄법안과 사법부를 무릎 꿇릴 법안들의 통과를 위한 작전상 버티기인걸 국민들이 과연 모를까?


정청래와 김병기를 보면 어릴 적 동네 악동이 생각난다. 다른 애들 장난감을 빼앗아 놓고는 "이건 원래 내 거야"라고 우기던 그 아이 말이다. 그때도 어른들이 혀를 찼다. 지금도 국민들이 혀를 찬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달콤하다. 한 번 앉아보면 내려오기 싫어진다. 정청래가 그 자리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렇다. 마치 왕좌에라도 앉은 듯 "밖으로 나가세요"라고 호통친다. 김병기는 그런 정청래의 모습이 꽤나 흡족했나 보다.


노무현의 정신이 무엇인가. 권력을 독점하지 않는 것이다. 견제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야당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노무현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가.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고, 견제를 싫어하고, 야당을 적으로 생각한다. 노무현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정청래는 "법사위원장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하고, 김병기는 고개를 끄덕인다.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노무현 재단에 그의 정신은 있는가? 선거때만 소환되는 그의 이름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그의 서거일에 고개만 숙이고 이름만 민주당이면 그를 계승하는 것인가? 그의 사진을 걸고, 그의 이름을 부를 자격이 있는가. 진정으로 노무현이 보여준 양보와 배려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가.


고인의 이름만 팔지 말고, 그 정신이나 이어받아라. 그것이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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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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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2 00:46:54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너무 속상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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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1 19:17:11

    너무도 좋은 내용의 컬럼입니다. 민주를 참칭하는 저들이 ‘노무현’대통령님을 소환할때마다 정말 괴롭고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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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1 15:53:27

    좋은칼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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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me26782025-06-21 13:12:57

    "고인의 이름만 팔지 말고, 그 정신이나 이어받아라. 그것이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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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6-21 10:50:35

    맞습니다.
    정신도 가치도 온 데 간 데 없이
    득세하고자 하는 정치꾼들이 허울뿐인 이름을 도용, 팔이를 하고 있습니다.
    진심 역겹습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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