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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가동된 DDDLIST.NET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07 06:22:09
  • 수정 2025-08-05 04: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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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거울과 닮았다.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흠집만 또렷하게 비춘다. 2025년 대선 댓글조작 논란이 바로 그 증거다.

디지털 시대의 프로파간다

DDDLIST의 운영 방식을 들여다보면 소름이 돋는다. 기사별로 댓글 여론을 '나쁨', '열세', '보통', '우세', '좋음'으로 분류한다. 불리한 기사에는 '화력지원' 딱지를 붙인다. 이미 전쟁의 언어다. 
가입 조건은 더욱 기가 막힌다. 딴지일보, 재명이네 마을, 오늘의 유머, 클리앙 등 특정 성향 커뮤니티 회원임을 인증해야 한다. 마치 비밀결사 조직의 입회 의식 같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가장 반민주적인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완벽한 모순.

리박스쿨의 '자유손가락 군대'라는 작명 센스도 가관이다. 하지만 이들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좀 다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조차 해결되지 않을 만큼 국민의힘 경선은 오리무중이었다. 당시 리박스쿨과 김문수 후보 간 연관성이라고 주장된 것은 몇 년 전 김문수 후보의 강연 내용이 리박스쿨의 운영 이념과 맞아떨어진다는 다소 황당한 근거뿐이었다. 

결국 이들은 자신과 이념적 지향이 맞는 후보를 위해 댓글부대를 자처한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DDDLIST가 훨씬 더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활동해온 진짜 프로들이라 할 수 있다.

선택적 정의감의 메커니즘

선거 후 벌어진 일들은 더욱 가관이다. 리박스쿨에 대한 수사는 번개처럼 빨랐다. 압수수색, 해촉, 협약 취소까지.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듯했다. 

반면 DDDLIST는 어떤가. 언론 보도 후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조용히 재가동되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 고개를 드는 잡초처럼.


<사진 : DDDLIST 캡쳐>



이재명 당시 후보가 댓글조작을 "반란 행위"라고 규정하며 "마지막 잔뿌리까지 찾아내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외쳤을 때, 그는 정말 자신의 말을 믿었을까. 그의 선거대책본부장 중 한 명이 과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김경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기술의 진화, 도덕의 퇴화

DDDLIST는 크롬 웹스토어에 활동을 돕는 '타이머' 프로그램까지 올려놓았다. 기술은 날로 정교해지는데 정치인들의 도덕 감각은 오히려 퇴화하는 듯하다. 특히 DDDLIST의 경우 2022년부터 체계적으로 운영되어온 진짜 조직적 댓글조작 시스템이었다. 

2012년 국정원 댓글조작부터 드루킹 사건까지, 우리는 이미 충분히 학습했다. 그런데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정치권이 댓글조작을 '필요악'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신에게 유리하면 '시민 참여', 불리하면 '민주주의 파괴'.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 이미 본능이 되었다.

국민들의 착각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들의 정보 소비 패턴이다. 기사 제목과 댓글만 보고 여론을 판단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댓글조작의 파급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가짜 여론이 진짜 여론을 압도하는 시대. 플라톤이 경고한 '동굴의 우화'가 디지털 시대에 현실이 되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이 조작된 정보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아니,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의 역설

민주주의의 근본은 시민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이다. 그런데 그 의견이 조작될 때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까.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조작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된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여론 독재다. 시민들은 자신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게 설계된 조작 시스템 안에서 춤추고 있을 뿐이다.

거울 속 진실

댓글조작 논란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한국 정치의 민낯이다. 도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뒤로는 온갖 술수를 부리는 이중성. 상대방의 잘못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잘못은 망원경으로 보는 선택적 인지.

정치인들이 거울을 제대로 보는 날이 올까.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진정한 반성을 하는 날이 올까. 아마 그 전에 시민들이 먼저 각성해야 할 것 같다. 조작된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댓글조작은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다. 정치인만의 잘못이 아니라 그런 정치인을 용인하는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거울 속 정치의 추한 모습을 보며 우리도 함께 성찰해야 할 때다.

리박스쿨이 정말 조직적으로 자금을 지원받아 김문수후보를 지원한거라면 마땅히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민주당 특유의 내로남불이 재가동되어 DDDLIST.NET은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건 인터넷 여론조작의 방치이며, 국민을 정말 우습게 생각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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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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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8 00:32:57

    이런 글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매체에 노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퍼 나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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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7 17:09:46

    정작 이 칼럼을 읽고 깊이 생각하고 성찰해야 할 사람들은 외면하고 눈앞의 가볍고 조작된 선동글만 소비하며 세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마음이 무겁네요
    또한 가짜 선동글을 조직적으로 쓰는 사람들 죄의 댓가를 꼭 받길 바라게 되네요
    차분한 마음으로 통회하며 정독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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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7 10:59:30

    정망 소름 돋습니다. 이렇게 홍콩처럼 되어가는 조짐들을 보며 손을 쓸수 없다는 사실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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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kimapp2025-06-07 10:43:36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전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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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7 10:38:20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 언론환경을 다시 반대편에서 마주할 날이 오다니… 참 불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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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inp72025-06-07 10:19:31

    기술은 점점 발전할테고, 수사하고 처벌해야하는 공권력이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있으니 무늬만 '민주주의' 국가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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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7 10:12:58

    요즘 트위터에서 개딸들은 자기들 마음에 안 들거나 이해하기 싫은 글들을 보면 '넌 리박스쿨 몇기냐'고 낙인을 찍더군요.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 중에 DDDLIST.NET은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많겠죠. 아니면 반대로 아주 잘 알면서 선동하거나요. 민주당이 저렇게 언플과 여론전에 능해지다니 다시 생각해도 격세지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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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7 10:00:41

    이름을 내로남불당으로 바꾸라해요.
    아니면 그냥 남은 안 까는 것도 추천해요, 남을 까면 더 크게 되받으면서. 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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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7 09:50:00

    좋은 글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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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7 09:40:47

    속이 다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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