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덕수, 특검법·헌법재판관 임명 국회에 공 돌리기?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4-12-24 11:21:14

기사수정
  • ▶ 한덕수의 딜레마 : 다양한 인사는 해야 하는데 헌법재판관은 임명하기 싫고
  • ▶ 한덕수의 솔루션1 : "여야 합의 해와라"
  • ▶ 한덕수의 솔루션2 : "급한 인사는 내가 할게. 여야합의 필요 없으니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한덕수 권한대행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한덕수 권한대행 (서울=연합뉴스)

한덕수의 딜레마 : 다양한 인사는 해야 하는데 헌법재판관은 임명하기 싫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상당히 골치 아픈 자리에 앉아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야 그렇다 쳐도 본인을 향한 내란 특검법을 공포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룰 수 있다면 미루고 싶을 것이다. 

물론 미룬다 해서 끝도 없이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고작 일주일 정도의 차이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양곡법 등 6개 법안처럼 정책 사안이 아닌 첨예한 정치적 사안이라 쉽게 거부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신임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이다. 한 대행의 입장에서는 황교안의 말대로 '탄핵 전에는 현상유지를 위해 임명할 수 없고, 탄핵 후에야 확실한 궐위상태이니 임명하는게 맞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권한대행을 하는 동안 해야 하는 수많은 인사들이 있다. '현상유지' 논리대로라면 한 대행은 궐석인 내각이나 다양한 자리의 인사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오늘 한 대행의 말에 향후 대행체제 운영에 대한 단서가 등장했다. 


한덕수의 솔루션1 : "여야 합의 해와라"

한 대행은 24일 국무회의에서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와 관련, "여야가 타협안을 갖고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치 기울어짐 없이 이뤄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첨예한 정치적 사안'인 만큼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는 지금보다 한층 심한 불신과 증오가 자라날 위험이 크다"는 등의 명분을 내놨다. 


그러면서 공을 국회와 국회의장에게 돌린다.

"저는 감히 우원식 국회의장님을 중심으로 우리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해주실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그것이 제가 오랜 세월 대한민국 공직자로 일하며 몸소 보고 존경하게 된 한국 정치의 힘이었다"고 밝혔다.


한 대행이 일단 이 딜레마를 돌파할 솔루션은 '여야합의'였던 것이다. 

친윤계가 헤게모니를 장악한 여당이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놓고 민주당과 합의가 되겠는가?

신임 헌법재판관 임명이 여야 합의가 되겠는가?

특히나 헌법재판관 임명은 이미 민주당이 기존 관행을 깨고 2명을 추천한다 어깃장을 부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 합의가 되려면 민주당이 욕심부린 1명을 내려놔야 한다. 그 양보를 해도 골치 아프다. 나머지 한 명을 또다시 여야 합의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한 대행은 여야에 마치 놀리기라도 하듯 "정치권의 협력과 국민의 이해 없이 정부 홀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며 "외교와 안보, 치안과 행정, 경제와 금융이 탄력 있게 굴러가도 이 모든 분야를 하나로 묶어주는 핵심축은 정치이고, 정치의 본령은 이견을 조정해 국민을 통합하는 데 있다"라는 말을 던져주며  '실컷 싸우고 합의해와'라며 일단 몸을 피한 것이다. 


한덕수의 솔루션2 : "급한 인사는 내가 할게. 여야합의 필요 없으니까"

한 권한대행은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제금융협력대사를 임명하고, 조만간 국제투자협력대사도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여야합의가 필요 없으니 일사천리로 될 것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당장 한 대행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발끈할 박찬대 원내대표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한 대행의 말은 모두 선뜻 반박하기 어려운 지극히 합리적인 언어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여야합의가 되지 않는 일은 추진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탄핵심판이나 비상계엄 관련 사법절차를 틀어막고 있는 노회한 정치인의 언어이다. 

한덕수의 딜레마를 사실상 야당의 딜레마로 떠밀어버린 지금, 과연 민주당은 이를 타협과 대화로 해결할지, 힘의 논리로 밀어부칠지 주목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회의 개회 선언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회의 개회 선언 (서울=연합뉴스)







원고료 납부하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4-12-26 12:33:53

    한덕수의 노련함이 민주당의 몽니를 약화시키는 것 같은데요?
    사실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은 민주당의 책임도 있으니...
    조곤조곤 할 말 할 줄 아는 한덕수에게서
    모처럼의 안정감을 느낍니다.

  • 프로필이미지
    dnjswo04292024-12-24 16:15:14

    결국 민주당은 힘의 논리로 밀어부치길 작정했네요 ㄷㄷ 후폭풍을 어찌 감당하려고....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4-12-24 12:23:43

    답답한 국힘이나 무지막지한 민주당보다 훨씬 합리적입니다
    특히나 절차를 지키는 모습을 신뢰 받았다는 우원식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줘야 그 신뢰도가 유지될텐데 말입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네요

  • 프로필이미지
    sykimapp2024-12-24 12:04:21

    윤석열의 패착은 조급증이 원인. 지금 이재명과 민주당은 더 조급합니다. 반면에 한덕수 권한대행은 실제 잃을 것이 없다는 점. 이것이 굉장한 무기이죠. 제 생각으로는 1라운드는 한덕수 勝. ㅋㅋㅋ

  • 프로필이미지
    sykimapp2024-12-24 11:52:44

    힘의 논리로만 협박하며 무조건 밀어부치던 이재명당에서 많이 당황 할 듯..
    "제대로 임자 만났네"
    "만만치 않네" ㅋㅋㅋ

  • 프로필이미지
    Joon062024-12-24 11:51:28

    한덕수 총리일때 무기력하고 무능해 보였는데,오히려 윤석열없이 권한대행 하니 진가가 드러나네요. 그나마 이재명과 민주당의 횡포를 잘 막고 있는거 같아 맘이 놓입니다..좋은 기사 잘 읽었어요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2. 협상 하루도 안돼 알려진 30분의 치욕 치욕의 청구서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제 양국 언론을 통해 그 ‘협상’의 후일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압축적인 묘사는 “펜도 필요 없었던 30분”이라는 트럼프의 만족감 섞인 회고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일부가 대서양 너머로 이전되었다. 시장의 평가는 즉각적이었고, 계산은 정확했...
  3.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4.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5. 전병헌, 관세협상 두고 “자화자찬 아닌 자해, 조공 외교의 자화상” 이재명 정부가 최근 한·미 관세협상을 두고 “역대급 성과”라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오히려 자해에 가까운 셀프 풍자”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과연 이재명 정부”라는 여권 내 찬양성 멘트를 거론하며, “이 정부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는 한마디”라...
  6. 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김건희특검이 어제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불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
  7. 유능하다는 망상, 4천억 달러가 증명하는 친중의 대가 때로는 숫자가 가장 정직한 폭로다. 변명도, 수사도, 감성도 거세된 채, 냉혹한 진실의 뼈대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 던져진 숫자들을 보라.일본의 경제규모는 대략 우리의 2.15 배다. 그들이 5,500억 달러를 낸 것을 우리 체급에 맞춰 단순 환산하면 약 2,000억에서 2500억 달러면 충분할 것이다. 유럽연합 30개국이 그나마 자신들...
  8. 이재명 '광복절 야간 임명식'에 전병헌, '대관식 하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저녁,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야간 행사를 강행하는 배경을 두고 야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
  9. [속보] 관세 25%→15%. 미국제품 무관세. 美농산물 트럭 완전개방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한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주 내로 .
  10. 대미 관세 협상 한일전은 '일본의 압도적 완승' 2025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 폭탄'의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은 각각 치열한 협상 끝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양국 모두 25%의 징벌적 관세는 피하며 15%라는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무승부처럼 보이지만, 합의의 세부 내용을 숫자로 분석하면 일본의 압승이다.  같은 15% 관세,...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