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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선정은 '초등생 일기장', 입 막는 건 '군사작전'... 괴물 같은 대미투자특별법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1-29 08:43:16
  • 수정 2025-11-29 08:46:01

  • 국회 비준 건너뛴 '500조 빚보증'... 헌법 위에 군림하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
  • 손실은 혈세로 메우고, 감시는 감옥으로 막는다... 독소조항으로 점철된 500조짜리 대국민 배임극

APEC 성과확산과 한미관세협상 후속지원 강조하는 김병기 원내대표APEC 성과확산과 한미관세협상 후속지원 강조하는 김병기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을 넘어, 이제는 국민의 지갑을 털어 남의 나라 곳간을 채워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발의한 '대미(對美) 투자 특별법' 이야기다. 3,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이 사안을 두고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작태는 '입법 폭주'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이것은 국가 재정 주권에 대한 포기이자,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명백한 배임 행위다.


이 법안의 가장 큰 기만은 '법적 구속력'의 비대칭성에 있다. 지난 11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 간의 관세 협상 결과로 나온 MOU(양해각서)는 국제법적으로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이다. 미국 정부나 의회는 한국의 투자 약속에 대해 법적 보증을 설 의무가 전혀 없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거꾸로 이 느슨한 약속을 '특별법'이라는 강력한 국내법으로 둔갑시켜 스스로 족쇄를 차려하고 있다. 상대방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는데, 우리만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못 지키면 우리 국민 세금으로 다 물어내겠습니다"라고 혈서(血書)를 쓰는 꼴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헌법 정신을 유린하는 절차적 꼼수다. 우리 헌법 제60조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은 반드시 국회의 비준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500조 원이라는 막대한 국가 예산과 빚이 걸린 사안이라면, 응당 정식 조약 체결 후 까다로운 비준 절차를 밟아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건너뛰기 위해 '특별법'이라는 우회로를 팠다. 조약이 아닌 국내법 형식을 빌리면, 거대 의석수로 밀어붙여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민에게 500조 원의 빚보증을 서게 하면서, 정작 주인인 국민의 허락(비준)은 '특별법'이라는 포장지로 대충 퉁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이 정한 국가의 재정 통제권을 무력화하는 입법 독재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비열한 사기극이다.


법안의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찬다. 500조 원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라면 응당 담겨야 할 구체적인 투자처 선정 기준이나, 한미 간 투자 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알맹이는 전무하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노력한다", "가급적 협의한다" 따위의 하나 마나 한 맹탕 서술뿐이다.


도대체 '노력한다'는 게 무슨 헛소리인가. 이것은 엄중해야 할 국가의 법률안인가, 아니면 "앞으로 착한 어린이가 되겠다"고 쓴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인가. 최상의 투자처를 고르는 기준도, 누가 책임을 지고 결정할지도 모호하게 뭉개놓고, 그저 국민 세금을 퍼부으며 "우리는 노력했다"고 변명할 셈인가.


반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조항에는 소름 끼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돈을 어떻게 쓸지는 '노력'이라는 단어로 대충 퉁치고 넘어갔으면서, 비밀을 누설하면 '징역 2년, 벌금 2천만 원'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제43조)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하게 박아넣었다. 제37조와 38조의 비밀 유지 조항은 500조 원이라는 거금이 어디에 쓰는지 알려고 하지 말라는 엄포다. 투자 기준을 만드는 데 쓸 고심은 하나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밀실 야합을 감추기 위한 잔머리만 가득하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아니고서야 법안을 이토록 기형적으로 설계할 수는 없다.


가장 경악스러운 대목은 '손실 보전'이다. 정부가 3조 원을 출자해 만든 공사가 미국 투자에서 손실을 볼 경우, 이를 정부가 보전하도록 명시했다. 투자의 기본 원칙인 '자기 책임'은 온데간데없고, 이익은 미국이 가져가고 위험(Risk)은 한국 국민이 떠안는 구조다. 국민 1인당 약 2,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되는 셈이다. 내 자식의 미래를 저당 잡아 미국 기업을 배 불리는 이 기괴한 법안을 어찌 '경제 협력'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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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29 19:01:41

    완전 매국노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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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29 14:04:09

    망해가는 나라의 정석을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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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29 13:49:00

    기사를 읽기조차 고통스러운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짓을 벌이고 있는 이정부와 거대여당 민주당
    이나라 어찌 되는 겁니까, 어찌 해야 한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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