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수사 불응을 질타하는 사설을 썼다. "이번 사안은 이 전 위원장의 수사 불응이 출발점"이라며 피의자의 성실한 수사 협조 의무를 준엄하게 꾸짖었다. 법치주의의 원칙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 펜 끝이 향하는 대상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야당 대표라는 방탄조끼 뒤에 숨어 온갖 꼼수로 검찰 소환을 거부하고 재판을 지연시킨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는 왜 이런 준엄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가.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질타했던 한겨레 사설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방해 행태는 집요하고 체계적이었다. 그는 2022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소환을 통보받자 '정치 탄압'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출석을 거부했다. 서면 진술서를 냈으니 출석 의무가 소멸했다는, 법치를 우롱하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법정 안에서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었다. 대장동 재판에서는 증인으로 채택되었음에도 네 차례나 불출석하며 과태료 800만원을 부과받았다. 법원 서류 수령을 고의로 회피하는 꼼수는 상습적이었다.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는 항소장 접수 통지서를 받지 않아 법원이 공시송달을 해야 했고 ,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 기피 신청 각하 결정문은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음)’를 이유로 법원 집행관이 세 차례나 직접 방문했음에도 전달에 실패하는 등 한 달간 여섯 차례나 수령을 거부했다. 여기에 재판부 기피 신청,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재판을 지연시켰다. 이런 노골적인 사법 방해의 결과, 그의 공직선거법 1심 재판은 415일이 넘도록 질질 끌렸다. 이는 일반 국민의 평균 재판 소요 기간(약 100일)보다 4배 이상, 다른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평균(164.4일)과 비교해도 2.5배나 긴 비정상적인 시간이다.
이런 노골적인 사법 방해 앞에서 한겨레는 무엇을 했나. 이 대표의 불출석에 대해서는 '김건희 여사 수사와의 형평성' 운운하는 민주당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그의 불응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검찰을 향해서는 '먼지털기식 수사', '표적 기소'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고 , 이 대표의 유죄 판결마저 '정치의 사법화'라는 거대 담론 뒤에 숨겨 본질을 흐렸다. 이진숙 전 위원장에게는 '오만한 피의자'의 낙인을 찍으면서, 당시 이 대표에게는 '핍박받는 희생자'라는 월계관을 씌워준 셈이다.
한겨레의 사설은 법치주의라는 보편적 원칙이 '우리 편'이 누구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이중잣대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신들이 비판하는 대상에게는 추상같은 원칙을 들이대면서, 자신들이 옹호하는 정치인에게는 온갖 이유를 들어 면죄부를 발행한다. 이런 식의 '선택적 분노'와 '당파적 감시'는 언론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자해 행위일 뿐이다. 이진숙 전 위원장을 꾸짖기 전에, 이 대통령의 사법 방해에 침묵했던 과거의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 뒤틀린 저울로는 더 이상 공정의 무게를 잴 수 없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내 편은 모든 감싸고, 내 편 아니면 비판. 내로남불이지. 한겨레 역겨워요.
저들의 선택적 정의 지긋지긋합니다
민주당은 꼭 벌을 받길
진영따위가 뭐라고..
그니깐요 ㅉ
저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내편이면 다 정의였던 거
시간이 지나고 이후에 일어난 일도 많아서 잊어버릴 만할 때 이렇게 자세하게 상기시켜주는 글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