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박주현>
어린 시절 한국최초 독일의 캄머 탠저린(궁중 무용수)에 선정되었던 강수진 발레리나와 그녀의 발을 보며 자랑스럽고 한편으론 이겨냈어야 할 많은 고통과 노력에 감동한 기억이 있다.
독일 황제 시절 캄머 탠저린이 되려면 3대까지 신분을 조사받았다. 춤 실력은 기본이고, 인격과 품성 도덕성까지 엄격히 심사받았다. 지금도 물론 엄격하게 선정되고 그 명성은 여전하다. 이제는 민주공화정의 시대라 형식적이지만 일단 그 자리에 오르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황제의 이름으로 면책되는 특권이 주어진다.
이재명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스스로 황제가 되어 첫 번째로는 자신의 재판을 무력화시키더니 이제는 내각 후보들에게 캄머 탠저린의 지위를 수여하려 한다. 그런데 이들은 중세 왕국에서조차 요구했던 기본 검증마저 면책받고 있다. 황제를 위해 칼춤을 보여줄 무용수를 뽑는 건 언뜻 같아 보여도, 암흑기로 불리는 중세 기준에도 못 미치는 더 심한 면죄부다.
강선우를 보자. 병원 직원들 앞에서 고함을 지르고, 문을 박차고 나간다. 보좌관들을 사적으로 부렸다. 중세였다면 이런 인격적 결함만으로도 궁정에서 쫓겨났을 일이다. 이진숙은 더 심각하다. 교육부 장관을 하겠다면서 제자의 논문을 베끼고,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자식 입시를 준비하는 평범한 학부모보다 떨어진다.
"부패는 지옥이고 청렴은 천국"이라고 외치던 입으로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대통령실에서는 도덕성과 능력을 구분해야 한다고 한다. 대체 인사청문회에서 그들이 보여준 능력이 있기나 한가? 공무원들에게는 돈 앞에서 흔들리지 말라고 훈계하면서, 장관 후보자들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뜻인가.
하다 하다 청문회가 문제라며 먼지 털이식이라고 비판한다. 그럼 뭘 털어야 하나. 다이아몬드 가루라도 나와야 만족할 건가. 권력을 원하면 투명성을 감수해야 한다. 이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검증이 싫으면 애초에 공직을 꿈꾸지 말고 사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 내 말이 아니라 지난 정부 민주당이 입에 달고살던 레퍼토리다.
더 웃긴 건 현역 불패 기조라는 핑계다. 현직 의원이라서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의원만 되면 장관 자격증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건가. 정부가 국민이 아닌 장관의 미래를 걱정해주는 전문보육기관인가? 이진숙은 정치인도 아닌데 어차피 욕먹을 거 함께 통과시킨다고 한다. 이게 국정 운영의 논리라는 건가.
지지율에 취해 있는 것으로도 설명이 안된다. 국민이 정치에 피로해져서 나온 수치라고 스스로 분석하면서도, 이를 면죄부로 활용하고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증명하지 않았나.
여기서 진짜 역설이 드러난다. 민주공화국 시대의 장관이 중세 황제 시대의 궁정 무용가보다 검증 기준이 낮다. 국민주권 시대라며 신민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국민들을 보고 있자니, 과연 우리가 진보한 건지 퇴보한 건지 헷갈린다.
곧 역대급 내각의 탄생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무대에서 출 춤사위가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일지, 아니면 황제 한 사람을 위한 것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