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구속심사 마친 윤석열 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끝의 시작
윤석열이 다시 구속됐다. 124일 만이다. 석방된 지 몇 달 안 되어 또다시 차가운 구치소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말 끝일까?'
3월 석방 이후 그가 준비했던 반격 시나리오들이 있었을 것이다. 변호인단 회의, 언론 대응, 여론 관리. 하지만 178페이지 분량의 특검 프레젠테이션 앞에서 그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마치 모래성처럼.
"다음은 누구 차례?"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기시감이 든다. 노무현 때도, 이명박 때도, 박근혜 때도 똑같은 말을 들었다. 권력자 한 명을 제거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는 착각.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게임이 다른 이름으로 반복될 뿐이다.
국민의힘 내부는 지금 공포에 떨고 있다. 특검의 수사망이 윤상현에게, 김선교에게, 추경호에게 차례로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미줄에 걸린 파리들처럼 몸부림쳐봐도 소용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관저 앞으로 몰려간 45명의 '충신들'이다. 이들은 모두 체포방해 혐의로 특검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조경태 의원은 "특검 수사 대상은 45 '플러스알파'다. 청산의 대상이란 뜻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은 이미 칼을 뽑았다. 마치 조선 후기 당쟁의 승자가 상대편을 뿌리째 제거하듯 말이다. 김용민 의원은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달라. 보내주는 족족 동의하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 각서를 썼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약속을 지키라"라고 압박했다.
디지털 시대의 몰락
이번엔 정치인만 타깃이 아니다. 유튜버 50여 명이 소환 조사 명단에 올랐다. 윤석열 취임식에 초청받았던 극우 유튜버들, 대선 과정에서 윤 후보가 "자면서도 시청한다"라고 자랑했던 이봉규티브이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서로를 지지기반으로 삼으며 '윤석열 방어막'을 구축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동력을 잃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되자 서로 저격하는 내전이 시작됐다. 성범죄자 전력의 보수아이둘은 채널을 폐쇄했고, 신남성연대 배인규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제국의 몰락은 이렇게 시작된다.
특검이 손을 뻗으면, 보수 진영의 목소리는 파리 떼처럼 흩어진다. 선거 국면을 이끌어줄 중견 스피커 없이 내년 지방선거의 무대는 고요해질 것이다.
단두대의 법칙
특검이 정치적 사망선고를 노린다면 '내란특별법'은 경제적으로도 국민의 힘을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다. 단순한 법안이 아니다. 115명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은 국민의 힘과 특검대상자들에게 사형 선고와 같다. 내란범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끊고 환수한다는 것, 그리고 '내란범 사면 금지' 조항까지.
흥미로운 건 자수·자백하는 공무원들에게 감면 혜택을 주는 대목이다. 고전적인 배신 유도 전략이다. 마치 마피아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먼저 자백하는 놈이 살아남는다"는 게임의 법칙을 정치에 적용한 것이다.
2026년, 심판의 날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보수의 대표주자 몇몇은 구속될 것이고, 국고보조금이 끊긴 국민의 힘은 친윤, 반윤으로 나뉘어 서로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여론을 이끌어 줄 스피커들 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과연 지방선거가 어떻게 흘러갈지 불 보듯 뻔하다.
끝일까, 시작일까
이 모든 것이 진짜 끝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까?
한국 정치사를 보면 답이 나온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였고, 몰락은 언제나 재탄생의 전주곡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다를 수도 있다.
보수의 많은 사람들이 미국 내 반이재명인사나 모스탄같은 외부 인사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는 모양새인데 내 판단은 조금 다르다. 설령 트럼프가 이재명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거나, 큰 약점을 쥐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우리나라와의 관세협정이나 방위비 협상에 목줄로 이용하면 모를까, 대놓고 내정에 간섭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할 거라는 예상은 너무 순진하다. 트럼프가 관심 있어 하는 건 그저 한국과 중국의 일정한 거리두기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와 국민의 힘이나 보수 진영이 꺼낼 마지막 카드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밖에서 볼 때도 지리멸렬에 겁먹은 게 뻔히 보이는 데, 그렇지 않아도 각자도생으로 비치는 보수가 어느 날 갑자기 똘똘 뭉쳐 이 위기를 벗어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렇게 희망이 없어보이는 적은 처음이네요. 휴..
국가와 국민의 불행입니다.
막무가내 막가파 막강한 권력의 견제세력의 무력, 약화도 모자라 죽이기.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건지, 정말 두렵습니다
국힘 보면... 한 숨 나온다. 월급쟁이 생횔하고 싶으면 회사를 다니지. 찢이 마음대로 휘젓는데도 눈만 껌벅. 제대로 비판하는 언론도 없고.. 거기에 찢 지지자 아니면 내란으로 죽여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국민성까지..
국힘 보면 진짜 한 숨 나와, 이재명 정권 지지기반엔 지리멸렬한 국힘도 한 몫하고 있다는 암울한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