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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찰' 명칭이 불러올 공권력 남용 우려와 제도적 모순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24 11:18:52
  • 수정 2025-08-05 04: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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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압적 어감의 '경찰' 명칭
  • 국제기준 이미 초과, 증원보다 감독방식 개선이 급선무

<그래픽 : 생성형 A.I>


이재명 대통령은 경찰이란 용어를 좋아하는 듯 보인다. 자치경찰제에 이어, 대선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의 명칭을 '노동경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용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노동경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갖는 강압적 어감과 권위적 뉘앙스가 노동현장에 불필요한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감독이 아닌 '단속', '처벌', '강제력 행사'의 이미지다. 현행 근로감독관은 노동관계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행정지도와 감독, 그리고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제한적 수사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경찰'이라는 명칭이 부여될 경우 실제 권한보다 과도한 강제력을 연상케 하여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특히 노동현장에서 '경찰'이라는 용어는 노동자들에게 공포감을, 사업주들에게는 반발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는 근로감독관 본연의 업무인 노동법 준수를 위한 협력적 관계 구축보다는 대립적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만명증원? 국제기준 이미 초과, 증원보다 감독방식 개선이 급선무

국제노동기구(ILO)가 권장하는 근로감독관수는 노동자 1만명당 1명인데, 한국은 이미 이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현재 근로감독관 수는 3천명에 육박하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 수준이다.

그러나 인력 증원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 기준 2조448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액은 현재의 근로감독체계가 사후 대응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예방적 감독 기능이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불시감독 비율이 2017년 74.0%에서 2019년 18.5%로 급감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ILO 전문가위원회는 한국에 대해 현재 인력 확대가 아니라 불시감독 비율 회복이 시급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인력 증원보다는 감독 방식의 질적 개선이 더 중요함을 시사한다.


법률 용어 일관성과 권한-명칭 간 괴리 문제

현행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감독관'으로 명시하고 있어, '노동경찰'이라는 새로운 명칭은 기존 법률 체계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법적 안정성과 일관성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명칭과 실제 권한 간의 괴리다. 일반 경찰이 갖는 현행범 체포권, 영장 신청권 등 강력한 수사권한을 근로감독관이 모두 보유하지는 않는다. '경찰'이라는 명칭으로 인해 실제 권한을 오인하게 될 경우, 법적 책임과 통제장치가 불명확해질 우려가 있다.


공권력 남용 우려와 인권침해 가능성

'노동경찰'이라는 강압적 명칭은 자칫 공권력 남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 일반 경찰의 강제력 남용 사례들을 고려할 때, 노동 현장에서 동일한 권위적 접근이 이뤄질 경우 자의적 조사나 인권침해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LO 협약 제81호는 근로감독관이 중앙정부의 배타적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지방공무원으로 충원될 계획인 증원 인력의 경우 이 기준에 어긋날 소지도 있다.


명칭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우선

'노동경찰'이라는 명칭 도입은 실질적 효과보다는 상징적 의미에 치중한 정책으로 보인다.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강압적 명칭보다는 예방적 감독 강화, 스마트 감독 시스템 도입, 불시감독 확대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이라는 용어가 노동현장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한 자발적 법 준수 유도가 강제적 단속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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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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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4 22:42:50

    갈수록 무서워지네요 이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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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4 19:15:59

    우리나라가 북한이야?
    노동경찰이 뭐야
    하여튼 이 눔의 정부 하는 짓이
    중국 공안 보다도 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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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kdan092025-06-24 15:18:58

    노동경찰 ㅋㅋㅋㅋ 후 여기 중국인가?! 공산당?!?? 무조건 인력만 증원한다?! 그 인건비는 고대로 세금으로 돌아갈텐데?! 효율적인 업무 혁신을 해라. 감독관 수는 국제 기준에도 이미 충분한걸. 뭘 얼마나 감시 감독하고 때려잡으려고 명칭까지 바꾸면서 인원을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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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ree902025-06-24 13:51:00

    로동공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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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6-24 11:41:42

    팩트파인더에 알차고 유익하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읽을 거리가 넘넘 풍성한데
    시간, 여유가 모자라
    늘 아쉽, 아쉽, 안타깝습니다.
    대부분 혼자 보기 아까워 지인들과 공유
    이따금 때아닌 독서토론(?)을 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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