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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민주당 집권이 두려운가 (ft. 사법개혁의 진실)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5-29 21:22:18
  • 수정 2025-05-29 21: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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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투표 하루 전 공개된 충격적인 공약들
  • TV 토론 후 몰래 공개된 공약집의 비밀


오늘 친구가 물었다. "왜 그렇게 민주당 집권을 무서워하냐?" 나는 커피잔을 돌리며 한참을 생각했다. 무서워한다는 게 맞나? 그냥 지쳐서일까?


어제 5월 28일 오후, 사전투표 하루 전에 발표된 민주당 공약집을 보던 순간이었다. 마치 시험지를 다 풀고 나서 감독관이 "아, 문제 하나 더 있었네요"라고 말하는 기분. TV 토론도 끝났고, 사람들은 이미 마음을 정한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약속들. 


검수완박을 넘어 이제는 검찰청 자체를 해체하겠다고 한다.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쪼개서. 하나의 몸을 둘로 나누는 수술 같다. 그런데 환자가 원한 건가,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건가?


검찰총장은 차관급으로 내려앉는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이건 견제가 아니라 거세에 가깝다. 혹시 검찰이 정말로 그렇게 위험한 존재였을까? 아니면 단지 불편한 존재였을 뿐일까?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업무량이 많아서? 미국 연방대법관이 9명인 걸 생각하면 30명은 꽤 많다. 물론 우리나라가 소송 대국이긴 하지만.


법관평가위원회라는 것도 새로 만든다고 한다. 변호사들이 판사를 평가하는 시스템. 환자가 의사를 평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 같은데. 판사는 법에 따라 판결해야 하고,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싸워야 한다. 애초에 역할이 다른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정말 답답한 건 따로 있다. 이런 우려를 표현하면 기득권 세력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법조인 1,004명이 대법원 앞에서 시국선언을 했다고 하는데, 이들 역시 '카르텔'로 불릴 것이다. 개혁을 방해하는 수구 기득권으로.


나는 개혁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이런 개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정권을 위한 것인지.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가 비슷한 시도를 했을 때 5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예비군과 경찰까지도. 그들이 모두 기득권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위기감을 느꼈던 걸까?


실제로 검수완박 이후 벌써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020년 검찰의 재지휘가 전체 사건의 3.6%였는데, 2021년 보완수사 요구는 12.3%로 껑충 뛰었다. 사건이 경찰과 검찰 사이를 탁구공처럼 오간다. 이게 개혁의 성과일까?


그러면서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들겠다고 한다. 공수처, 국정원, 경찰, 그리고 이제 중수청까지. 수사기관이 많으면 정의가 더 잘 실현되는 건가? 아니면 그냥 복잡해지기만 하는 건가?


내가 민주당 집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들이 모두 나쁜 사람들이라 여겨서가 아니다. 너무 확신에 차 있어서다. 자신들의 방식만이 옳다고 믿고, 반대 의견은 모두 기득권의 저항으로 치부하는 태도가 무섭다.


어쩌면 민주주의의 진짜 적은 독재자가 아니라 선의로 무장한 개혁자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어떤 반대도 용납하지 않는다. 모든 비판은 기득권의 발악이고, 모든 우려는 수구 세력의 방해 공작이 된다.


친구가 다시 물었다. "그럼 넌 뭘 원하는 거야?" 나는 잠시 생각했다가 답했다. "그냥 설명할 기회만 달라는 거야. 왜 민주당의 의견이 틀렸을 수 있는지 말할 시간 말이야."


다행히 아직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법관평가위원회가 칼럼 쓰는 사람들까지 평가하게 될 날이 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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