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어느 추운 새벽, 유한기는 아파트 옥상에 서 있었다. 전날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그의 죽음은 대장동 사건의 첫 번째 극단적 선택이었다. 같은 달 21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도 세상을 떠났다.
한편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는 또 한 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살려냈다. 교통사고로 골든아워를 넘나드는 환자였다. 센터 설립을 추진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정책이 또 하나의 생명을 구한 순간이었다.
같은 경기도지사 의자에 앉았던 두 사람. 하나는 생명을 살렸고, 하나는 죽음을 불렀다.
"중증외상 의사는 명의로 소문날수록 병원은 적자가 나고 결국 쫓겨난다."
김문수가 중증외상센터를 설치하며 했던 말이다. 한 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데 1억 5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그는 350억원을 들여 아주대학교병원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를 만들었다. 닥터헬기까지 띄웠다. 결과는? 2021-2024년 4년 연속 미국 500여 개 외상센터와 비교해도 상위 1% 치료성적. 예방가능외상사망률 5% 미만. 숫자 뒤에는 살아 돌아간 사람들이 있다.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실려온 아버지, 추락사고를 당한 공장 근로자, 산업재해를 당한 젊은 직장인들. 현재 100병상 규모지만 300병상으로 확장 예정이다. 경기 남부 권역 중증외상환자 수용률을 60%에서 9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생명을 살리는 인프라는 이렇게 확장된다.
2007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유치. 김문수의 대표작이다. 2015년 첫 가동 당시 평택시 인구는 45만532명이었다. 2025년 현재 57만3987명. 7년 만에 27.5% 증가했다. 특히 고덕면은 극적이다. 1만2124명에서 3만8754명으로 세 배 증가. 이곳은 일용직 노동자들의 성지가 되었다. 하루 최대 40만원의 일당. 10년치 일감 보장. 새벽 5시부터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6개 공장 완공 시 직접고용 3만명, 간접고용 18만명. 총 21만개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21만 가정의 생계다.
판교테크노밸리도 그의 8년 재임 기간 뿌리내렸다. 현재 1803개 기업, 7만8872명 근무. 20-30대가 60%를 차지하는 젊은 혁신 생태계. IT 기업 비율 65%.
"시간은 곧 경쟁력이며 효율이고 돈이다."
김문수는 GTX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설계하고 추진한 GTX는 현재 "가장 보편적인 복지이자 가장 강력한 성장 정책"이 되었다. 수원에서 강남까지 19분. 파주에서 삼성까지 37분. 시간을 판 셈이다.
그런데 이재명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대장동 사건 관련자만 5명. 모두 극단적 선택이었다. 이재명은 "떳떳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죽어갔을까?
거북섬 웨이브파크은 이번 대선 기간동안 이재명의 입을 통해 알려진 개발 사업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야심작. 하지만 핵심 사업들이 부도나고 상가 공실률은 87%에 달한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평생 모은 돈으로 거북섬에 투자했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모녀의 이야기다. 토지 분양자와 건설업자 외에는 모두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꿈을 팔고 절망을 남긴 개발사업의 전형이다.
대장동 개발이익 중 민간업체가 가져간 몫은 7886억원. 성남시가 가져간 몫은 얼마나 될까? 사업성 검토는 충분했을까? 화제성과 정치적 어필에만 치중한 것은 아닐까?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김문수 주변에는 구체적인 수치들이 넘쳐난다. 중증외상센터 치료성적 상위 1%, 평택 일자리 21만개, GTX 19분 단축. 검증 가능한 팩트들. 나는 이런 성과들을 '전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반면 이재명 주변에는 흉흉한 소문들만 넘쳐난다. 대장동 특혜 의혹, 거북섬 실패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끝없는 '소문'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혹을 제기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소문은 사실보다 더 무섭다.
김문수는 기업을 불러왔다. 삼성, LG, 하이닉스. "황금돼지를 외국으로 내쫓으려는 정부는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맞서기도 했다. 적자가 예상되는 중증외상센터도 공공성을 이유로 밀어붙였다. 결과물은 명확했다.
이재명은 개발사업을 벌였다. 대장동, 거북섬. 화려한 조감도와 장밋빛 전망. 하지만 결과는 죽음과 절망이었다. 의혹만 남았다.
한쪽은 전설이 되고, 한쪽은 소문에 휩싸였다. 차이는 명확하다. 하나는 사람을 살렸고, 하나는 사람을 죽였다.
정치는 결국 선택이다. 생명을 살리는 정치와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 사이의 선택.
김문수의 중증외상센터에서는 오늘도 누군가의 생명이 구해진다. 평택 삼성공장에서는 오늘도 누군가가 일당 40만원을 받으며 가족을 부양한다. GTX를 타고 오늘도 누군가가 집에 일찍 돌아가 아이와 저녁을 먹는다.
대장동 수사는 계속된다. 거북섬 상가는 여전히 비어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가족은 여전히 슬퍼한다.
정치의 본질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이보다 더 분명한 진실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