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연합뉴스)
외교에서 ‘서한’은 무게가 다르다. 특히 동맹국 대사대리가 보낸,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편지가 아니다. ‘최후통첩’이자 ‘청구서 독촉장’이다.
지난 1월 13일, 주한미국대사대리가 한국 외교부에 이 독촉장을 보냈다. 다음 날인 14일, 이 사실은 청와대와 총리실에 보고됐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비상이 걸려야 했다. 즉시 협상단을 꾸리고, 물밑 조율을 시도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이 경고장을 깔고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2주 뒤 떨어진 ‘관세 폭탄’이다. 예고된 재앙이었다. 폭탄이 떨어질 좌표와 시간을 적은 쪽지를 미리 받고도, 정부는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다. 무능을 넘어선, 고의적인 직무 유기다.
더 기가 막힌 건 김민석 국무총리의 행보다. 그는 미국에 다녀온 직후 “한미 관계를 강화했고, 핫라인을 구축했다”고 자랑했다. 낯 뜨거운 거짓말이다. 정말 핫라인이 작동했다면, 미국의 행보가 설명이 안된다.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문제를, 트럼프와 공화당 법사위가 공식적으로 언급 했다는 건 “더 이상 한국 정부의 말을 믿지 않겠다”는 미국의 불신 선언이다.
총리는 밖에서 뺨을 맞고 들어와서는, 국민에게 “내가 미국과 아주 친하다”고 허풍을 떨었다. 그리고 그 허풍이 들통날까 봐 외교부는 국회의 서한 제출 요구를 거부하며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그 편지 안에 한국 정부가 미국의 신뢰를 짓밟은 내역이 낱낱이 적혀 있기 때문 아닐까.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했다. 겉으로는 동맹 강화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반미·친중 노선을 고집하며 약속을 어기는 이중적인 태도가 결국 사달을 냈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미국이 왜 화가 났는지, 정부가 무엇을 약속하고 어겼는지, 그 서한에 담긴 진실을 봐야 한다. 외교 실패는 숨길 수 없다. 이미 관세라는 계산서가 국민의 집 앞으로 배달됐기 때문이다.
독촉장을 숨긴다고 빚이 사라지지 않는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키운 정부. 그들이 숨기고 있는 건 서한 한 장이 아니라, 외교적 파산이라는 참담한 현실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정말 정신 나간 무능 정부. 감사합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군요
심각한 외교 참사를 또 어떤 걸 끌고와 물타기를 할지....
사악한 이재명의 정권은 국민 앞에 투명해지고 찬절해지기 보다는
다른 시끄러운 이슈 던지기나, 다른 공격 대상을 만들어 악마화 방향을 바꾸는 짓을 잘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