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보 정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금법)' 제정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탄핵 광장의 요구가 곧 차금법’ 이었다며 입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광장의 큰 축이었던 여성들 사이에서는 우려를 넘어 명백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성들은 온라인 청원, 커뮤니티와 SNS를 등을 통해 새롭게 추진되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의 차별금지법과 지금의 안은 무엇이 다르고 여성들은 무엇을 우려하며 반대하는가.
과거의 차금법과 지금의 차금법, 무엇이 다른가
2013년, 19대 국회에서 김한길, 최원식, 진선미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발의했던 ‘차별금지법안’은 보편적 인권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의 논의는 주로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힌 '성적 지향'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금 손솔 의원과 장혜영 전 의원 등이 밀어붙이는 법안은 차원이 다르다. 결정적 차이는 '성별(Gender)'의 정의에 있다.
22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진보당의 손솔 의원. (사진: 손솔 페이스북)
과거 차별금지법 안들은 ‘성별’ 에 대한 별도 조항을 두지 않거나 관습적인 의미의 성별로 통용했다. 즉,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 라는 보편적 가치 추구에 집중한 안이었다. 21대 국회에서 추진되었던 박주민 의원 안인 ‘평등에 대한 법률안’ 은 성별, 장애 등 두 가지 이상의 사유가 겹쳐 발생하는 '복합차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조항을 담았으며 차별 행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명령' 등 ‘행정적 구제’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손솔 의원 안은 사법적 징벌의 조항을 더욱 강하게 세우고 있다.
손솔 의원 안이 이전의 차금법과 다른 점은 2조(정의) 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손솔 의원 안은 '성별을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하기 어려운 성’ 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생물학적 사실이 아닌 ‘주관적 인식’ 을 우선시한다는 의미다. 또한 ’'성별정체성'을 성별과 별개의 독립된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자신이 인지하는 성별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별이 불일치하는 상황"에서의 불이익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은 향후 법이 제정, 시행될 경우 여성 전용 공간(화장실, 탈의실 , 샤워실 등)에서 생물학적 남성이 입장하는 것을 거부할 경우, 거부한 주체(여성 혹은 시설 관리자)가 ‘차별'을 이유로 제제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또한 법안은 ‘간접차별’ 에 까지 차별의 범위를 넓히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여성전용 공간을 지키려는 여성들의 행위가 ‘간접차별’ 로 공격받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외면받는 '미완의 성평등', 성급한 '성소수자 담론’
2013년 차금법안이 발의된 시점은 ‘숙명여대 트렌스젠더 합격 취소 사건’ 이나 ‘비수술 트렌스젠더의 여성 공간 사용’ 같은 실질적인 사회적 갈등이 표면화 되기 전이었다. 2026년 안은 2013년 안 이후에 벌어진 사회적 논의를 반영하고는 있지만, 아직 기본적 성평등 조차 갈 길이 먼 한국 사회의 실정과 초래될 부작용에 대한 성찰이 부재한 채 ‘성별정체성’ 만을 우대하는 위험한 법안이다.
지금의 진보 담론은 기묘하게 뒤틀려 있다. 대한민국은 아직 '성별 임금 격차 OECD 1위', '독박 육아와 경력 단절' 등 생물학적 여성이 겪는 구조적 차별조차 해결하지 못한 사회다. 가장 기본적인 성평등 과제도 완수하지 못한 채, 서구권에서도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성소수자 담론을 무작정 이식하며 강요하려는 시도는 오만하기까지 하다.
영국 런던 햄스테드 히스의 수영장 앞의 '여성전용' 표지판. 여성들만 출입할 수 있는 이 수영장에 트랜스젠더들이 출입하기 시작하면서 찬반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의 여성들은 해외의 부작용 사례(여성 교도소에서 일어난 트렌스젠더의 여성 강간 사건, 비수술 트렌스젠더의 여성 목욕탕 입장 문제) 를 이미 학습했고 여성 전용 공간을 지키는 일을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차금법에 대해 반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그 때는 옳고 지금은 틀리다’ 같은 납작한 논리가 아니라 법안이 여성의 삶에 초래할 실질적 피해를 인지한 결과다.
정리하면, 과거의 법안들이 보편적 인권의 수준에서 차별 금지를 논했다면, 현재의 안은 ‘주관적 '성별정체성'을 생물학적 성(Sex)과 동일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법적 권리로 격상시키려 한다. 이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를 넘어, 화장실, 탈의실, 교도소 등 철저히 생물학적 성에 기반해 분리되어온 '여성 전용 공간'의 근간을 흔들 것이다.
'기우'가 아닌 '실제' : 해외의 부작용이 증명하는 것
이미 해외에서는 '성별정체성'을 우선시한 법 제정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으며 성찰하고 되돌리려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2025년 영국 대법원은 평등법상 여성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한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성전환 여성을 여성 스포츠나 전용 공간에서 배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여성 교도소에 수감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수감자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여성 스포츠계 역시 신체적 이점이 명확한 생물학적 남성(트랜스 여성)의 진입으로 공정성이 붕괴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2022년 전미여성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리아 토마스. 2025년에 기록이 삭제되었다. 그는 "경기에서 우승하고자 성전환한 게 아니라 행복을 찾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 지점을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하게 공략했다. 트럼프는 당선되자마자 성별은 '여성'과 '남성' 둘 뿐이라고 선언하고 여성스포츠에 생물학적 남성(트랜스 여성) 이 참여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이런 트럼프의 행보에 대해 반대파들은 ‘포퓰리즘 적 갈라치기’ 라고 비판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여성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여성스포츠의 날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순간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그를 둘러싸고 환호하는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그동안 미국 민주당 정부가 빠르게 밀어부친 다양성 정책이 초래한 반작용과 피로감을 트럼프는 파고들었고 전통적인 기독교 보수층, 중도층과 여성들까지 설득했다. 그 결과 과거 트럼프가 해 왔던 성차별적 언사들, 지금은 중단된 성추문 재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여성의 인권과 안전의 수호자’ 로 포지셔닝하는데 어느정도 성공했다.
2025년 2월 6일 '여성 스포츠의 날' 에 맞춰 트랜스 여성의 여성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어린 여성 선수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여성을 배제, 압박하며 세워지는 '인권'은 무의미하다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명분이 여성의 안전권을 침해할 권력까지 부여하지 않는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가 여성에 대한 역차별과 압박으로 귀결된다면, 그 법은 존재의 의미를 잃을 것이다.
지금의 차금법 입안자들이 진정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싶다면? ‘진보’와 ‘평등’의 가치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먼저 아직 억압받고 있는 다수 대중인 여성들의 '실존적 안전'에 대한 해답부터 내놓아야 한다. 탈의실과 수영장을 안심하고 이용하고 싶다는 당연한 요구, 비수술트랜스젠더와 다른 공간을 쓰고 싶다는 평범한 요구를 ‘아직 잘 몰라서’ 나 '혐오'로 치부하는 오만함을 버리지 않는 한, 차별금지법은 진보의 승리가 아닌 보수 결집과 백래시의 치명적인 빌미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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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정의당이 왜 차별금지법에만 집착하는지 궁금해 하면서도 그냥 혐오를 줄이자는 좋은 법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상은 달랐죠
근데 정치인들은 우릴 특히 여성에게 좋은 법안인양 속였잖아요? 그러니 답할 의무가 있는데 그 요구를 혐오로 몰아가기만 하네요
공감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여성들의 안전과 인권도 챙겨주지 못 하는 주제에 여성인 척 하는 남성들부터 챙기려는 얄팍한 꼼수라서 더 분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