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용 자작극"이라더니… 李정부 덮친 '무인기 부메랑'
과거 野 시절 "보수정권 안보팔이" 음모론 제기
北, 똑같은 논리로 "南 도발" 주장… 정부 대응 '진퇴양난'
"보수 정권이 안보 위기를 조장해 계엄령 명분을 쌓으려 한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윤석열 정부를 향해 끈질기게 제기했던 이른바 '무인기 자작극' 프레임이다. 그랬던 이 논리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북한이 10일 남측 무인기의 구체적 항적과 촬영 자료를 공개하며 "대한민국이 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자, 정부와 여당은 곤혹스러운 침묵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024년 10월 25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윤석열 정권의 전쟁 조장, 신북풍몰이 긴급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보낸 것 아니다"… 과거엔 믿지 않았다
국방부는 즉각 "북한이 주장하는 시기에 무인기를 보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적인 군의 대응이다.
문제는 신뢰도다. 현 여권은 과거 보수 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북풍(北風) 조작', '안보 자작극' 의혹을 제기해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 말기에는 "정권 유지를 위해 일부러 북한을 자극해 무인기 도발을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공공연히 유포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북한이 내놓은 증거들은 과거 민주당이 요구했던 '구체적 물증'에 가깝다. 이재명 정부가 "우리는 안 보냈다"라고 말하면, 북한은 "과거 너희가 말한 대로 너희 군부가 평화 모드를 깨기 위해 독단적으로 벌인 일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평화 호소' 대통령 vs '도발' 군부?
이재명 대통령이 '뽀로로'를 띄우며 평화 제스처를 보낸 직후 터진 이번 사건은 여권 내부의 딜레마를 심화시킨다.
만약 정부 발표대로 군이 보내지 않았다면, 민간 단체의 소행을 1년 넘게 통제하지 못한 '안보 무능'이 된다. 반대로 만약 군 정보기관 등이 비밀리에 수행한 작전이라면, 대통령은 앞에서 평화를 외치고 군은 뒤에서 딴주머니를 찬 '콩가루 안보'가 된다.
어느 쪽이든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확고한 평화 안보'와는 거리가 멀다.
안보를 정쟁화한 '업보'
전문가들은 "안보 사안을 과학이 아닌 음모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여권의 업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여당이 과거 '무인기=정치 공작'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놓은 탓에, 북한의 명백한 기만전술이나 역공작 가능성을 따지기도 전에 우리 내부의 진실 공방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꼬집었다.
결국 '평화 중재자'를 자임하며 중국에 손을 내밀었던 이재명 정부는, 자신들이 과거에 던졌던 '의심의 화살'과 북한이 던진 '팩트 공격' 사이에서 길을 잃은 모양새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