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라는 전리품을 안겨주는 이 완벽한 연극이 지난 14년간 대한민국 유통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2026년 새해 아침, 그 화려했던 공룡 사냥의 끝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마을 사람들의 곳간은 채워지지 않았고, 사냥감이었던 공룡은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빈 들판은 바다 건너온 '에이리언(알리·테무·쿠팡)'들이 차지했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다. 지지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팔아넘긴 대가로 경제 생태계를 태워버린 명백한 '우민(愚民) 정치'의 참극이다.
대형마트는 이제 사양산업인데 아직도 규제를 외치는 민주당 (AI 이미지 생성)
22대 국회, 아직도 '공룡 사냥' 중인가?
시계를 2012년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대형마트 강제 휴무와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족쇄를 채웠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1차원적 사고를 신성불가침의 도덕률로 포장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성적표는 처참하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의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오히려 감소했고, 온라인 쇼핑 구매액은 20배 이상 폭증했다. 소비자는 마트 문이 닫히면 전통시장의 좁은 주차장을 찾는 대신,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켰다. 규제의 풍선효과는 골목상권이 아닌 플랫폼 공룡들의 배만 불린 꼴이 됐다.
그럼에도 여의도, 특히 압도적 의석을 가진 22대 국회의 야당은 여전히 '공룡 사냥'의 환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2024년 개원 직후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못 박고, 규제 대상을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확대하겠다는 법안을 쏟아냈다. 대구시와 청주시가 평일 휴업 전환을 통해 상권 활성화와 소비자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실증 데이터가 명백함에도, 이들은 눈과 귀를 닫았다. 실패가 증명된 이념을 고수하는 것은 무능이 아니라 직무유기다.
노조마저 등 돌린 '가짜 정의'
이념에 사로잡힌 규제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는 노동계의 분열이 증명한다. 국내 1위 이마트는 2023년 사상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홈플러스는 수천억 원대 적자에 허덕이며 기업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노총 소속 이마트노조가 "회사가 망하면 노조도 없다"며 규제 완화를 호소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규제가 오히려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은 여전히 "노동자의 건강권"과 "재벌 개혁"이라는 낡은 레코드판만 틀어대며 규제 사수를 외치고 있다. 기업이 생존해야 휴식권도 있다는 당연한 상식이 진영 논리 앞에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알리·테무'의 공습, 족쇄 찬 한국 유통
가장 뼈아픈 실책은 온라인 배송 규제다. 법제처와 정치권은 대형마트 점포를 단순한 '판매 시설'로만 해석하여,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조차 못 하게 막았다. 전국에 깔린 수백 개의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형마트의 유일한 장점을 스스로 잘라버린 셈이다.
그 사이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규제의 무풍지대에서 쿠팡은 시장을 장악했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자본(C-커머스)은 한국 유통 시장을 유린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손발은 묶어놓고 외국 기업에게는 안방을 내어주는, 이보다 더한 역차별이 어디 있는가.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경제 정의'인가?
도파민 정치를 멈추라
2026년의 대한민국 유통 산업은 폐허 위에 서 있다. 홈플러스는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수모를 겪었고,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점포를 팔아치우며 연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22대 국회는 "골목상권 보호"라는 낡은 깃발을 흔들며 이미 빈사 상태인 공룡에게 마지막 창을 꽂으려 한다.
지지자들에게 '대기업 때리기'라는 도파민을 주입해 표를 얻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마약상이나 하는 짓이다. 전통시장은 규제라는 산소호흡기가 아니라 자생력을 키울 혁신이 필요하고, 대형마트는 글로벌 플랫폼과 싸울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20세기형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21세기의 유통 산업을 질식시키는 '우민 정치'를 멈추라. 공룡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평화로운 마을이 아니라, 황폐해진 경제와 실직한 노동자들의 한숨뿐일 것이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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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부당함은 알리더라도 진짜 그 일이 간절한 이들이 정책에 목소리 내야 하는데 민노총은 그렇게 보이지가 않음
상식적인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구나 믿고 싶지만 현실은 이재명 지지율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