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현직 검사, 검찰청 폐지법에 첫 헌법소원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2-30 13:08:20

  • 헌법은 '검사'의 영장 청구권 명시했는데, 정부는 법률로 그 존재를 지우려 한다
  • 이름만 '공소관'으로 바꾼 꼼수 입법, 수사권 뺏고 기소만 하라는 '앵무새' 취급

(CG)(CG) [연합뉴스TV 제공]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은 분명히 ‘검사’라고 썼다. 경찰도, 공수처도, 공소관도 아닌 ‘검사’다.


2025년 12월, 한 현직 검사가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렸다. 내년 10월이면 자신은 검사가 아니라 ‘공소관’이 되고, 검찰청은 ‘공소청’ 으로 바뀌어 수사권이 증발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하위 법률인 정부조직법이 박탈하는, 법 체계의 ‘하극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검찰이 억울해하기만 할 처지는 아니다. 솔직해지자. 검찰은 그동안 ‘정치 검사’들의 놀이터였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약하고 죽은 권력에는 강했던 시절, 제 식구 감싸기, 무리한 기소 독점. 국민이 검찰 개혁을 요구했던 건 그들이 쌓아온 원죄 때문이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시스템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경찰서를 없애지 않고, 의사가 오진했다고 병원을 폐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거대 여당은 빈대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려 한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교각살우(矯角殺牛)’다.


정부의 논리는 단순하다. “수사는 하지 말고 기소만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름만 ‘공소관’이 아닌 '검사'로 바꾸면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우긴다. 전형적인 말장난이다. 의사의 진료권을 박탈하고 “처방전만 발행하라”고 해놓고, 명찰에 ‘의사’라고 써주면 그게 의사인가. 그건 의사가 아니라 ‘처방전 자판기’다.


정부는 지금 대한민국 검사를 경찰이 떠먹여 주는 수사 기록이나 읽고 기소장이나 찍어내는 ‘기소 자판기’ 혹은 ‘앵무새’로 만들려 한다. 수사권 없는 검사는 헌법이 정의한 검사가 아니다.


왜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둘까. 정치 검사가 미운 게 아니라, 자신들의 비리를 파헤칠 수 있는 ‘수사 기능’ 자체가 두려운 것 아닌가?. 그래서 헌법에도 없는 ‘공소관’이라는 식물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거 아닌가 말이다.


김 검사의 헌법소원 청구서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나는 헌법 기관인가, 아니면 정권의 부속품인가”라는 공직자의 실존적 절규다.


법률이 헌법 위에 군림하려 든다. 이름을 바꾸면 본질이 바뀐다고 우긴다. 사기꾼들이나 쓰는 ‘간판 갈이’ 수법이 국가 입법의 정석이 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이 코미디를 용인한다면, 다음 순서는 무엇일까.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드는 판사들을 ‘판결관’으로 격하시켜 법원을 행정부 산하 ‘판결청’으로 만드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헌법은 찢기지 않았지만,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30 21:34:22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30 14:58:49

    나라 안이 온통 막무가내 정치질이 판을 치는 시국에
    분영히 나선 현직 검사님의 푸르른 기개,
    환영하고 응원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2-30 14:45:42

    위헌이라고 나오길. 이런걸 바래야한다는 것도 씁쓸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30 13:52:05

    이텅의 검찰청 개악이 위헌 판결 받았으면!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새민주당의 파격민생행보 “변호사 살 돈 없어 3년 앓던 속, 오늘 뚫렸다” “먹고살기 바빠 법률사무소 문턱 넘기가 겁났는데, 집 앞까지 찾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이념 싸움에 함몰된 여의도를 벗어나, 정당이 직접 서민의 삶터로 들어갔다. 새미래민주당 청년공감위원회(위원장 황인수)는 지난 27일 경기도 광주시 신현동에서 ‘제1회 찾아가는 청년 119센터 현장 고충 상담’을 개최했...
  2. 현직 검사, 검찰청 폐지법에 첫 헌법소원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은 분명히 ‘검사’라고 썼다. 경찰도, 공수처도, 공소관도 아닌 ‘검사’다.2025년 12월, 한 현직 검사가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렸다. 내년 10월...
  3.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4. 中 비밀경찰의혹 받던 왕하이쥔 행사에 참석한 우상호 수석 2025년의 끝자락, 문화일보가 단독 보도한 기사는 대한민국 국격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배경은 지난달 22일 인천의 한 리조트, ‘중국 비밀경찰서’ 거점 의혹을 받던 중식당 동방명주의 실소유주 왕하이쥔의 이임식장이다. 그 화려한 단상에 우상호 청와대 정무수석이 섰다.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핵심 참모가 마이크..
  5.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6. 국민의힘의 '야스쿠니'가 되어버린 윤석열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마다 한국과 중국은 격분한다. 그곳에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 극우 세력은 환호할지 몰라도, 그 참배 행위는 일본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된다.지금 국민의힘을 보면 그 야스쿠니 신사가 떠오른다. 그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
  7. 3년 만에 공수만 바뀐 '국무회의 축출' 촌극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2025년 12월의 세종청사 풍경은 2022년 6월의 데칼코마니다. 이재명 정부가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에게 “국무회의에 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필수 배석자가 아니다”라는 명분이다.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3년 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여권은 문재인 정...
  8.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9. 2025년의 송별사 '부끄러움'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위하여 2025년의 마지막 달력이 한 장 남았다. 창밖의 바람은 날카로워졌고, 서재의 공기는 한층 가라앉았다. 한 해를 마치며 지난 시간들을 복기해보니, 올해도 세상은 참으로 시끄러웠다. 도처에서 정의를 부르짖는 함성이 터져 나왔고, 저마다의 확신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 소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내가 기댈 곳은 오직 낡은 책장뿐이었다.처..
  10.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