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노인의 착각, 독재자의 계산법
미전향 장기수 안학섭(95)이 북송을 요구하고 있다. 안 씨는 20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했으나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과 '동지들 곁'을 운운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 망상에 불과하다. 그가 돌아가려는 '조국'은 그의 신념마저 쓰레기통에 처넣은 지 오래다. 그의 송환 요구는 한 개인의 비극적 착각이 독재 정권의 선전 셈법과 충돌하는 희극일 뿐이다.
북한으로 가겠다는 미전향 장기수 안학섭 (사진=연합뉴스)
폐기된 신념, 소멸된 가치
안학섭이 43년간 지켰다는 신념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김정은은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며 '통일'을 폐기했다. 안씨와 같은 '통일애국투사'는 이제 '애국투사'라는 반쪽짜리 이름으로 불릴 뿐이다. 평생을 바친 대의는 정권의 변덕에 따라 하루아침에 부정됐다. 그는 자신이 쓸모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폐기된 이념의 묘비명에 스스로를 새기러 가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통일대교에서 인공기를 들고 진입을 시도했던 안학섭 (사진=연합뉴스)
살아있는 실패작, 체제의 역선전
북한에게 안학섭은 살아있는 실패의 증거다. 과거 이인모를 비롯한 송환자들이 북한 주민에게 보여준 것은 '신념의 위대함'이 아니라 '남조선 감옥은 살만하다'는 충격적 사실이었다. 43년을 복역하고 95세까지 생존한 안씨는 북한의 열악한 교화 시스템과 대비되며 남한 체제의 관대함만 광고할 뿐이다. 김정은이 굳이 걸어 다니는 체제 비교 광고판을 평양 시내에 들여놓을 이유가 없다.
존엄 대신 강요되는 거짓의 향연
안씨가 북에서 찾겠다는 '존엄'의 실체는 기만과 거짓이다. 먼저 돌아간 '동지'들은 TV에 나와 "김정일 잠바가 남조선에서 유행"이라는 유치한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읊어야 했다. 수십 년의 신념은 체제 유지를 위한 한 줄의 대본 앞에서 무너졌다. 남몰래 "여긴 자네들이 생각하던 곳이 아니다"라며 오지 말라고 애원했던 한 송환자의 편지는 그들이 마주한 비참한 현실을 증명한다. 안씨가 갈 곳은 동지의 묘가 아니라, 본인의 신념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연극 무대다.
보내야 할 이유
그럼에도 안학섭은 보내야 한다.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인도주의적 제스처는, 역설적으로 북한 체제의 비인간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폭로하는 수단이 된다. 그가 직접 마주할 북한의 현실, 즉 부정당한 신념과 강요된 거짓의 세계가 그가 평생을 바쳐 좇은 환상의 실체임을 스스로 증명하게 해야 한다. 그는 남한의 관대함을 몸으로 증명하고, 북한의 모순을 폭로할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심정은&김여정 짝사랑 팬 저그 통님은 당연히 보내소!!
밥값아깝고 소원이라는데
관심 한자락도 주기 아까운 인간이네요.
그 동안 편하게 살았으니 저런 헛소리도 하는거죠.
그렇게 바라는 북으로 보내주길
거기가면 자신이 엄청 환대 받을거란 멍청한 생각을 하고 사는가봅니다.
그냥 소원 들어주지... 출소하고도 30년이 지났는데 신념이 남아 있다니 대단하네요.
잊고 있었던, 분단국가에 두 체제가 대립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네요.
저 노인이 꿈꾸던 곳은 이제 현실 어디에도 없는데.
가시라 합시다
벽을 보고 사는 사람. 여전히 2차대전에 사는 사람도 있고 60년대 사고 그대로인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안 보고 안 듣고 생각하지 않는게 과연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