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박주현>
회의실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 하나가 정권의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이 되었다. 7월 8일 국무회의,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방통위안을 검토하라 해놓고, 뒤에선 민주당 뒤에 숨어 일방적인 개정을 추진한다는 그녀의 폭로에 이재명이 긁힌 것이다. 정작 모르쇠가 필요한 순간에는 국회 쪽에 책임을 전가하는 이중 플레이가 공개적으로 드러날 위험성을 감지한 순간, 참지 못했다.
"더 이상 발언하지 말라."
이재명 대통령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치 누군가 금고에 손을 대려는 것을 목격한 사람처럼 경직된 표정이었다. 방송법 개정에 불만을 전달하려던 이진숙의 입은 그렇게 막혔다. 다른 국무위원들은 시선을 피했고, 회의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다음이다. 대통령실은 공개적으로 이진숙을 겨냥해 "비공개 회의 내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아예 그녀를 제외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한 국무위원을 회의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기억해보자. 윤석열 정부 시절, 자신의 의도와 다른 기사를 쓰던 언론사 기자를 동행시키지 않았을 때 이재명과 민주당이 쏟아낸 비난을. "입틀막 정부", "독재적 행태"라며 맹비난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기자도 아닌 국무위원을, 그것도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회의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만큼 완벽한 내로남불을 찾기 어렵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협의되지도 않은 A4 용지 열 장짜리 발언을 10분 넘게 생방송으로 늘어놓으며 대통령을 모욕했던 사람이다. 자신이 할 때는 '민주적 견제'고, 남이 할 때는 '정치적 활용'이라니.
카메라 앞에서는 "야당과 타협해야 한다"며 중도적 제스처를 취한다. 마치 평화주의자인 척하면서 뒤로는 칼을 갈고 있는 연극배우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이진숙에게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현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은 보수진영이 그토록 갈망하는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때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거의 괴멸된 상황에서 혼자 이재명 정권과 맞다이를 뜨는 모습은 독특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 여권에서 온갖 프레임을 씌워 괴롭히는 내란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그녀가 현 정권에 의해 쫓겨난다면? 그것은 '현 정권과 싸우다 쫓겨난 여전사'라는 강력한 정치적 브랜드가 될 것이다.
권력자의 미움을 받는다는 것이 때로는 최고의 훈장이 되는 법이다.
권력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X-ray다. 이재명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이해 수준이다.
권력을 잡기 전의 이재명과 권력을 잡은 후의 이재명.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클 줄 누가 알았을까. 집권 전의 조심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지지율이 오르고 야권이 무력한 틈을 타 방송법, 검찰개혁법 등 본인과 관련된 법안들을 밀어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국무회의에서 벌어진 이 작은 소동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력자의 진면목은 위기 순간에 드러나고, 그 순간 이재명이 선택한 것은 소통이 아닌 차단이었다. 민주주의가 아닌 입틀막이었다.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불편한 것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부딪히고 갈등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그 시끄러움을 견디지 못한다. 조용하고 편안한 일방통행을 원한다.
결국 우리는 또 다른 '입틀막 정권'을 목격하고 있는 것일까? 이름만 바뀌었을 뿐, 권력의 오만함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민주주의라는 간판만 바뀌었을 뿐, 그 속살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
이 기사에 1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태그까지 공감힙니다 ㅋㅋ 글을 읽기만 했는데도 속이 좀 시원해지는 느낌이에요 감사합니다^^
좋은 기사 감서합니다
방통위는 어떻게든 손아귀에 쥐려는 욕망에 눈 멀어서, 이를 지켜 보는 국민들 눈은 자각을 못하는 정부.
독재는 이렇게 뻔뻔하다.
카톡 검열에 이은 언론 재갈 물리기
듕궈의 돈으로 이미 꿀 빨고 있는 언론사들인데 그것으로도 성에 안 차는 것이겠지요 머지않아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자멸할 것
이재명이 이재명하는 걸 봐야하는
입틀막, 천성천하 유아독존
민주주의는 폐허가 되어가고
스트레스 지수는 이미 만땅을 채우고, 넘치고 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내로남불의 끝판왕 이재명 정부
공감합니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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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공감합니다
공감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군요. 맙쇼사
언론이 너무 조용해서 무서울 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