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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반복되는 외교참사, 이제 누구 핑계를 댈까?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08 12:32:03
  • 수정 2025-08-05 04: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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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핑계 댈 곳 없는 이재명의 '책임 회피'.

<사진 = 해상에서 바라본 군함도 (하시마=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책임 회피의 달인


난 항상 궁금했다.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이재명 지지자들이 말하는 능력. 잘한다고 얘기하는데 왜 내 눈에만 안 보이는 걸까 고민도 했었다.


내 기억 속 이재명은 늘 책임 앞에 당당하지 못했다. “그건 부지사가 나 몰래 결재한 거예요.”, "하위 직원이 알아서…." 부동산 정책이 논란이 되자 대변인실은 금융위원회를 가리켰다. “그건 금융위 정책이니 지켜보지요.” 물론 한국 정치사에서 권력자의 책임 회피는 박정희 시대부터 이어진 오래된 전통이다. ‘부하의 독단’ 프레임은 언제나 유효했지만 정책까지도 책임을 미루는 건 어떤 의미에서 신선했다.


국민들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절대 웃겨서가 아니었다. 어이가 없어서였다. 지사 몰래 부지사가 결재를 눌렀다니, 금융위가 대통령실과 조율 없이 정책을 강행했다니. 하지만 이제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더 이상 잘못을 남에게 떠넘길 곳은 없다. 노무현이 읊조리던 꼭대기에 오른 자의 숙명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책임은 그를 한밤중 회의실에 홀로 남겨둔 듯 심장 박동 하나하나를 요동치게 한다.


자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외교. 외교는 포커 게임이다. 상대의 패를 읽고, 때로는 블러핑도 필요하다. 미국·중국·일본이 마치 사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다발 압박을 퍼붓는다. 그럴 때 이재명 손에 남은 카드는 무엇인가.


어제는 미국과 일본의 차례였다. 우선 일본의 군함도.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조건으로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을 설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위원회 무대에서 그 약속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일본 편을 들어주었다. 한일 외교 정상화 60주년 영상 축전에서 과거사 관련 내용이 대통령 지시로 빠지고 "함께 나아가자."라 밝힌 화답이 저건가?


야당 시절, 민주당이었다면 무능한 ‘친일 매국 정권’이라는 성명이 쏟아졌을 것이다. ‘굴종 외교’ 비판이 대통령실 서랍 어딘가에서 먼지만 쌓이며 잠들었을 줄은 몰랐다. 실용외교라는 포장 아래 과거사를 슬쩍 뺀 축사는 눅눅한 침묵을 감추는 허울에 불과했다.


중국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온누리호를 향해 여러 척의 중국 함정이 포위망을 좁혀왔을 때, ‘이것이 실용외교의 결말인가…’라는 의문이 절로 피어올랐다. 이 사건은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거대 구조물을 설치해 우리 영해를 위협하는 더 큰 그림의 일부였다. 더 이상 외교부 국장급 회의만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 대사 초치조차 없었다. 국회 중국 규탄 성명에서조차 민주당 의원 일곱 명이 빠져 있었다. 일본에는 맹렬히 대사를 불러들였던 그 당이, 중국 앞에서는 왜 이토록 수세적인가. 어쩌면 이것이 진짜 ‘실용외교’일지도 모른다. 일본에는 강하고, 중국에는 약한.


미국또한 동맹이 맞나 싶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을 경고하는 서한을 보냈고, 측근들은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직설을 던졌다. 트럼프와의 통화 보도조차 백악관 공식 채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다른 정상들과의 대화를 SNS로 알리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이재명은 솔직히 말했다. “아직까지 쌍방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예요.” 이 고백은 곧 ‘뭘 원하는지 나도 모른다’는 자백과 다름없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을 공개 경고하며, 한미동맹이 아무리 강조돼도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재명은 부채는 신경 안 쓰며 대중의 마음을 얻는 내수 정책으로 인기를 얻어왔다. 하지만 외교는 현금 살포가 먹히지 않는다. 상대의 속내를 읽고, 국익을 지키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G7 정상회의에선 협상 데드라인 무산 뒤 도착한 그를 트럼프는커녕 캐나다 총리조차 마주 앉아주지 않았다. “외교적 왕따”라는 조롱이 현장에 울려 퍼졌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에게 더 이상 유체이탈은 허용할 수 없다. 지사 시절처럼 “제가 한 게 아닌데요”라고 둘러댈 수도 없다. 미국·중국·일본이 동시에 압박하는 지금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능력’을 증명해야 할 순간이다. 외교는 상대를 설득하고, 때로는 맞서면서도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기술이다. 진짜 지도자라면 지금 당장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영원히 ‘책임 회피의 달인’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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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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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8 18:53:18

    나라 말아먹으려고 작정한사람 같아요..근데 언론도 똑같아요..중립적인 입장에서 잘못은 비판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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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8 18:14:19

    이런기사를 최근에본적이 없다다들 잘한다고하는데 정작 뭘잘하는지는 빠져있다.
    한글자한글자 틀린말이없다.
    정부는 대체 지금 뭘하고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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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8 16:32:42

    이재명의 능력은 어느 여배우가 언론에
    공개했던 오럴 말고는 딱히...????
    다 남이했고 모르는일이라는데 무슨 능력이 있겠습니까?  근데 오럴은 남이 했다고  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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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772025-07-08 15:06:05

    할줄아는것도 없는 것들. 그냥 다 내려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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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buba2025-07-08 14:58:29

    저도 이게 너무 의아합니다.
    "난 항상 궁금했다.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이재명 지지자들이 말하는 능력. 잘한다고 얘기하는데 왜 내 눈에만 안 보이는 걸까 고민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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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08 13:13:54

    진짜 오랜만에 기사다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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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te2025-07-08 13:10:47

    언론이 입닫으니 국민들은 진실을 모르겠죠? 불편한 진실이라 외면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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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090372025-07-08 12:40:50

    나라가 이꼴인데 언론은 조용한거 소름이에요

아페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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