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걸 남들한테 가르쳐주는 건 좀 아깝다. 나만 알고 있으면 혼자 우쭐할 수 있는 비밀인데 말이다. 하지만 요즘 더위가 하도 심해서 양심이 좀 찔린다. 에어컨 틀고 혼자 시원한 하이볼 마시면서 "나만 이런 걸 안다"고 생각하고 있자니 좀 쫀쫀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래서 검증된 레시피 세 가지를 공개한다. 다 해봤고, 다 맛있고, 다 싸다. 순서대로 해보면 된다.
CU에서 길리듀 위스키가 9900원에 나온다. 작년 12월에도 그랬고, 올해 7월에도 그러고 있다. 아마 재고 처리용인 것 같은데, 어쨌든 우리한테는 기회다.
처음엔 '9900원짜리 위스키가 뭐가 대단하겠어' 했는데, 마셔보니 놀랐다. 스카치 위스키 맞다. 숙성이 좀 짧아서 오크향이 약하긴 하지만, 기본기는 확실하다. 웬만한 2-3만원짜리보다 낫다.
여기에 이마트 노브랜드 탄산수를 섞는다. 1리터에 900원. 이미 레몬향이나 오렌지향이 들어가 있어서 따로 레몬즙 넣을 필요도 없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큰 머그컵에 얼음 7-8개 넣고, 길리듀 한 잔(소주잔 기준) 붓고, 탄산수로 나머지를 채운다. 끝.
첫 모금을 마시는 순간, '아, 이거구나' 싶다. 시원하고 깔끔하면서도 위스키 맛이 제대로 난다. 한 잔에 1500원이면 편의점 맥주보다 싸다.
이건 편의점 하이볼의 교과서다. 짐빔 200ml가 1만원, 캐나다 드라이 진저에일이 1300원. 총 1만 1300원으로 시작해서 5잔 정도 마실 수 있다.
짐빔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미국 소주라고 놀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버번 위스키의 기본은 확실히 한다. 달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진저에일의 생강향과 만나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율은 짐빔 1 : 진저에일 3 정도. 얼음 채운 잔에 이 비율로 넣고 저으면 된다. 여기에 레몬 한 조각 넣으면 더 시원하다.
이 조합의 장점은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충 섞어도 맛있다. 그래서 하이볼 초보자들한테 추천한다.
<사진 : 수입처 홈페이지>
이게 진짜 숨겨진 보물이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커클랜드 아이리쉬 위스키, 1.75리터에 5만원. 초창기보다 2만원쯤 올랐지만 물가상승을 생각해보면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다. 집에서 1년 넉넉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커클랜드 브랜드라고 무시하지 마라. 아일랜드 정통 양조장에서 만든 위스키다. 브랜드만 커클랜드일 뿐이다. 부드럽고 순해서 위스키 초보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 넣고, 위스키 30ml, 탄산수 120ml 비율로 섞는다. 여기에 라임 한 조각 짜 넣으면 완벽하다.
이 조합의 매력은 부담 없다는 것이다. 위스키가 순해서 술 못하는 사람도 편하게 마신다. 그리고 양이 많아서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
<사진 : 수입처 홈페이지>
이 세 가지 레시피의 공통점은 모두 실패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대충 해도 맛있다. 그리고 모두 집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더운 여름밤, 맥주 말고 뭔가 다른 걸 마시고 싶을 때 해보면 된다. 어차피 하이볼의 핵심은 차갑고 시원한 것이니까.
그리고 이 글 읽고 나서 "이거 별거 아니네" 하면서 직접 해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은 원래 뭘 권해도 쉽게 안 한다. 진짜 궁금한 사람들은 이미 메모장에 적어두었을 것이다.
일단 한 번 해봐라. 생각보다 맛있다. 술꾼은 절대 아무 조합이나 함부로 추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