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위대하다. 특히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견뎌낸 친구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가끔은 친구의 등장 타이밍이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남의 결혼식에 소년공 시절 친구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는 뉴스들이 여기저기 도배되는 순간, 문득 김기남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물론 둘을 같은 선상에서 논할 수는 없다. 한 명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고, 다른 한 명은 독재체제의 우상화 설계자였으니까. 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증인들'이라는 점에서는 묘한 기시감이 든다.
이재명의 소년공 시절은 이미 전설이 되었다. 1979년부터 2년간 성남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일했고, 프레스에 팔이 끼여 장애를 얻었으며, 영어사전을 들고 다니며 공부했다는 서사. 이 이야기는 그의 정치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이자,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2017년 첫 대선 경선 때부터 2025년 당선까지 8년간, 그토록 많은 검증과 의혹 제기가 있었는데, 정작 그의 소년공 시절을 직접 목격한 동료들의 구체적인 증언은 이제야 들려온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등장 방식이다. 정청래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보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이들이 "우리 친구들 대통령 잘 보살펴 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서사는 왜 이렇게 어색할까?
김기남은 김일성부터 김정은까지 3대에 걸친 우상화의 설계자였다. 그의 방법론은 단순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증인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입을 통해 지도자의 신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일성의 가짜 독립운동 경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북항일연군의 동료라고 주장하는 인물들이 줄줄이 나타났던 것처럼 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증언의 내용이 아니라 등장의 타이밍이었다. 언제나 정치적으로 필요한 순간에,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나타났다.
물론 이재명과 김일성을 비교하는 것은 억지다. 이재명의 소년공 시절은 실제 경험일테고, 그 고난의 과정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 하지만 정치적 상징으로 활용되는 방식을 보면, 북한의 우상화 공식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정치에서 증인은 화폐와 같다. 적절한 시점에 사용하면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의심만 산다. 자연스럽게 나타나면 진정성이 느껴지지만, 너무 계산적으로 등장하면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김일성의 동북항일연군 동료들이 북한 정권 수립 후에야 줄줄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만남이 결혼식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결혼식은 가장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 완벽한 무대다. 여기에 소년공 시절의 친구들까지 등장한다면? 서민적 이미지와 인간적 매력을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스토리텔링이 완성된다.
하지만 바로 이 완벽함이 문제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친구는 정치적으로도 강력한 무기다. 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이 과거의 동료들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적 매력을 어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더구나 그 친구들이 평범한 시민이라면 서민적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친구들의 등장이 너무 계산적으로 느껴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진짜 친구인지, 아니면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된 엑스트라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진다.
결국 문제는 진정성이다. 이 친구들이 진짜라면, 왜 그동안 침묵하고 있었을까? 사생활을 지키고 싶었을 수도 있고,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기 싫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그의 아들 결혼식에서 갑자기 등장한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김기남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이런 부자연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너무 완벽한 타이밍, 너무 적절한 서사, 너무 계산된 듯한 등장.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라면 다행이지만, 정치의 세계에서 우연은 그리 흔하지 않다.
물론 결혼식 자체가 무늬만 '비공개'이긴 하지만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은 참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그들이 진짜 친구인지 확인하거나 검증할 방법은 아예 막혀있다. 검증할 수 없는 이 등장을 계기로 앞으로 소년공 시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또 가짜뉴스 유포자로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는 것이다. 그 소년공 시절 친구들이라는 건 그 누구에게도 검증받지 않은 민주당의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친구는 위대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친구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소년공 친구들이 진짜 친구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기사에 1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40년이 지난 동창생을 그동안 연락 안하고 있다가 만났는데 기억한다고요? 같이 호주 가서 골프 치고 사진 찍은 사람도 기억 못하는 머리가 그게 가능한가요? 기억력이 참 편리하게 작동하네요 이걸 믿는 사람들 뇌가 참...자신의 양심을 막마에게 판 자들이 꼭 죄값 치르기를 아무나 뽑을 자유는 있지만 그에대한 책임은 져야죠
갑자기 나타난 친구 사진만 나와도 그들을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할것 같은데. 아쉽네요. 소년공은 개뿔.
기사 감사합니다.
고작 2년 해놓고 오바쌈바를 떨었구나
진짜 타잉 절묘하게 등장한 공돌이 친구네요.
그동안은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축의금 내역 까야지. 아들 친구 외에는 다 뇌물죄에 김영란법 위반인데
진짜 무섭네요 소년공시절 진짜 친구라면 절대 안나타날텐데...상식이 깨진 사회에서 영화에서도 안나타날 일들이 벌어지는 게 끔찍하네요
언제 감방가지
다 쇼죠 ㅋㅋ
비공개결혼식인데 다 초대하고 청첩장에 계좌번호 적어놓고 호화결혼식
갑자기??8년만에 소년공의 친구들??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어쩜 지금 까지의 행보가 그쪽인지 진짜 우려스렵다
범죄자의 인생을 미화하느라 애쓴다. 알에서 태어났다는 재명신화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ㅋ
소년공 동료 코스프레할 하객 알바 잘 쓴거지 뭐긴 뭐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