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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지켜지지 않을 공약
  • 박주현 칼럼리스크
  • 등록 2025-06-06 20:03:13
  • 수정 2025-06-06 20: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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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이라는 방정식이 말하는 것들


고백부터 하자. 대선 전 한 칼럼에서 나는 독자들을 겁준 적이 있다. 이재명의 검찰 개혁 공약을 들어 말이다. 검찰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쪼개 해체 수준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그 무시무시한 계획 말이다. 물론 여러 공약 사이에 끼워 넣어 논평했기에 기억 못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에 하나 이 사람이 당선된다 해도 절대 실행하지 않을 공약이라고. 혼내셔도 달게 받겠지만, 절대 당선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으니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한 사람을 학문하듯 파고들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그의 다음 수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치 고장 난 자명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언제 삑삑거릴지 알게 되는 것처럼.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에게서 나는 그런 예지력을 얻었다. 검찰 해체 분리? 그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점치기가 아니다. 그냥 그의 운영체제를 해독한 결과다.


먼저 볼펜 징징 사건부터 보자. 대통령실에 볼펜 하나 없다고 투덜댄다. 볼펜이 없으면 편의점에서 천 원 주고 사면 끝 아닌가. 그런데 왜 대통령이 볼펜 타령을 할까? 답은 간단하다. 볼펜 살 돈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써야 할 특활비를 누가 삭감했나? 바로 자기들이다. 그저 윤석열을 옭아맬 생각으로 민주당이 무지성으로 베어버린 그 돈 말이다. 특활비가 눈먼 돈 같아 보일지 몰라도, 국정을 굴리려면 꼭 필요한 기름이다.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영수증을 낱낱이 공개하고, 견제 장치를 만들면 된다. 그런데 이들은 그냥 자르기만 했다. 


성남시 때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성남시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시위까지 하던 그들이 어떻게 업무추진비를 짬짬이로 사용했는지. 아마 이재명정권의 기간 동안 청와대 특활비 내역이 공개될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연임하지 않고 짐을 싸게 된다면 그 하드디스크들은 깨끗이 포맷이 되어있을 테다.


이제 추경을 기다려보라. 특활비와 예비비가 거대한 풍선처럼 부풀어 있을 것이다. 이게 그의 공식이다. 남이 쓰면 적폐, 내가 쓰면 개혁.


검수완박이 가장 완벽한 교과서다. 대선에서 이길 것 같을 때는 검찰이 좋았다. 그러다 칼끝이 자기에게 향하니까 갑자기 검찰이 나빠졌다.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다. 이제 대통령이 되고 나니 어떤가? 민정수석 자리에 특수통 검사 출신을 앉혔다. 이보다 아름다운 배신이 또 있을까.


이런 사람이 그 좋은 검찰 수사권을 없앨 리 있나? 권력의 단맛을 본 자가 자신을 위해 정적을 물어뜯을 수 있는 개의 이빨을 스스로 뽑아낼 리 없다. 그에게는 지금 검찰이 필요하다. 적들을 길들이기 위해서.


정치라는 게 원래 그렇다. 원칙은 휴지통에 버리고, 상황이 왕 노릇을 한다. 우리는 그저 이 진부한 연극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거나 야유를 보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장담한다. 검찰의 분리나 해체수준의 개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건 예언이 아니라 그냥 구구단이다.


p.s: 공수처도 있긴 하지만 그들은 충성심만큼의 실력은 못 갖춘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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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07 03:36:11

    와 정말 그럴수 있겠다 싶어요
    무릅탁!
    대법원은 어찌 될까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06 21:58:12

    좋은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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