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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야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02 22:35:50
  • 수정 2025-08-05 04: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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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지지를 당당해준 사람들

<그래픽 : 박주현>


오늘은 새벽 세 시에 잠이 깼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등 불빛이 평소보다 흐릿해 보였다. 안개가 낀 건지, 내 눈이 침침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답답했다.


사실 이번 선거를 시작할 때 암담했다.


그런 솔직한 고백부터 해야겠다. 정치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시작 전부터 결말이 보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좋든 나쁘든 내일이면 그 결과가 나올 테고, 그래서 한숨부터 나왔다. 마치 시험 전날 밤, 더 이상 공부할 것도 없는데 잠도 오지 않는 그런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름의 최선을 했다고 자부한다.

두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김문수 후보는 "이낙연이 지지했으니 나를 찍으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떨어지면 이낙연이라는 큰 정치인이 얼마나 고통을 받겠는가? 그를 위해서라도 내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 한 문장에서 정치인의 품격이라는 것을 보았다. 자신의 이익보다 더 큰 항해를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암울한 시대에 작은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이낙연이 있었다.

괴물 독재 국가를 막기 위해 큰 결단을 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할 만했다. 하지만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혼미하고 계엄이라는 부끄러운 결정을 한 윤석열과 그를 막지못한 국힘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인이 자신의 결과 다른 당을 지지하면서도 그 당에 쓴소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표를 잃을 수도 있고, 적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해야 할 말을 하는 사람.

이낙연 고문이야말로 나의 지지를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지지한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나를 대변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마음 한구석에서 "그래, 저 사람이라면"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끄덕임이 때로는 자신을 구원하기도 한다. 내가 지지한 사람이 떳떳하면, 나도 조금은 떳떳해진다.


선거 전야의 밤은 길다. 결과를 알 수 없어서 더 길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할테다. 그리고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늦은밤 바람이 창문을 흔든다. 내일의 햇살이 어떤 색깔일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밤만큼은 고요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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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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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3 02:40:27

    이낙연의 지지자라서 뿌듯한 밤 입니다. 좋은 결과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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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3 01:24:03

    마음이 차분해지는 글이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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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3 01:02:21

    승리할겁니다. 오늘 양쪽 피날레 보니까 문수대통이 승리할 것 같아요. 이낙연총리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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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03 00:08:28

    내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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