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 저녁이 되면 해는 서쪽으로 진다. 우리 눈에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구가 돈다. 16세기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이를 증명했을 때, 교황청은 그를 이단으로 몰았다. 불편한 진실보다는 편안한 착각을 선택한 것이다.
2025년 5월, 한국에도 천동설 신봉자들이 있다. 40대 59.1%, 50대 53.7%—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이 연령대의 지지율 뒤에는 갈릴레이 시대와 똑같은 집단 최면이 작동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그들은 1987년 6월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최루탄 연기를 마시며 컸다. 운동권 선배들의 가방에서 피 냄새가 났다. 친구들끼리 몰래 금서와 광주 민주화 운동 비디오를 돌려봤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최전선에 서지 못했다.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이 질문이 40-50대의 DNA에 새겨졌다. "떠난 자의 부채의식에 기대고, 민주화운동 경력을 발판 삼아 '금배지'를 달게 된 이들"에 대한 묵시적 지지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86세대가 박종철과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라는 직접적인 희생으로 얻은 부채의식이라면, 4-50대는 관찰자로서 느낀 일종의 동경심과 미안함이 뒤섞인 복합적 감정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채무가 썩었다는 점이다. 부채감이 맹목적 신앙으로 발효되어버렸다.
면죄부를 사면 구원받는다고 믿던 중세 신도들처럼, 이들은 민주당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으면 과거의 죄가 사해진다고 착각한다. 민주당은 이들에게 단순한 정당이 아니다. 그것은 속죄의 제단이자, 도덕적 우월감을 확인하는 거울이다.
이 심리적 마약이 혈관에 돌기 시작하면, 비판적 사고는 정지된다. 눈앞의 현실보다 머릿속 환상이 더 생생해진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기억하는가.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간단한 진리를 발견했다. 항공사 제복만 입으면 누구나 그를 진짜 승무원으로 믿는다는 것. 사람들은 제복을 보는 것이지, 사람을 보지 않는다. 40-50대 민주당 지지층도 마찬가지다. '민주'라는 두 글자만 붙으면 무조건 신뢰한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포장지만 보고 선물을 받는 아이들 같다.
이런 현상은 최근 계엄 사태 논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내란이라 규정하며, 탄핵 이후에도 "내란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동시에 지적한 내용은 외면하고 있다. 헌재는 "국회가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비상계엄의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그지지자들은 갈릴레이의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을 관측하고도 "그건 렌즈의 오류야"라고 우기던 교황청 학자들의 재림이다. 불편한 진실은 보지 않기로 다짐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소름끼치는 지점은 여기다. 이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혐오 말이다.
김건희 여사를 보라. 처음엔 그저 농담 수준이였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 커뮤니티에서는 곧 노골적인 성적 모독으로 치달았다. 김용민이 제기한 "성상납 의혹", 서울의 소리를 비롯한 여러 유튜버가 제기한 "쥴리"의혹, 몇몇 여성단체들이 "가부장적 혐오의 전형"이라며 비판했지만 당 차원의 제재는 없었다. 이것이 바로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의 민낯이다. 성평등을 외치는 입으로 정적의 아내는 성적 대상화해도 된다는 이중잣대. 선악을 나누는 순간, 악한 편에 속한 사람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논리다.
성범죄 처리도 마찬가지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7-2024년 민주당 소속 의원의 성범죄 검거율은 82%로 여타 정당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건 처리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2023년 박완주 의원 성추행 사건에서 당은 피해자 보호보다 '선거 피해 최소화'에만 몰두했다. 2020년 박원순 전 시장 사건에서는 피해자를 '호소인'으로 격하하는 2차 가해를 방조했다.
"성범죄 엄단"을 외치는 입으로 동지의 범죄는 덮으려 든다. 천동설 신봉자들의 전형적 행태다. 자신들의 우주관과 맞지 않는 현상은 모두 '예외 처리'한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는 천공이라는 인물이 있다. 2009년 유부녀 신도와의 간통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이비종교 지도자가 대통령의 정치 입문을 권유했다. 부산지법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사이비종교 교주와 2년간 동거하며 가정을 파탄냈다"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당 진영은 얼마나 다르냐는 말이다. 214만 구독자를 거느린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채널을 보라. 2022년 대선이후 기존의 여론조사를 못믿겠다는 취지로 설립한 김어준의 '여론조사꽃'은 아마도 현재 가장 신뢰성을 의심받는 여론조사 기관일 것이다. 계엄사태후 벌어진 국회 청문회에서 그는 "암살조 가동 계획"이라는 증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민주당은 이를 "허구가 가미된 정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공세에 써먹었다.
선출직 경험 없는 유튜버가 지금도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부정선거 의심의 씨앗을 가장 먼저 뿌렸고, 그간 천안함 피격설부터 세월호 인신공양설 같은 입에 담기도 더러운 음모론에 기대어 수많은 기부를 받고, 수준이하의 영화 제작을 통해 돈벌이를 하였고, 어찌 보면 그들이 현재 가장 혐오하는 정치인인 윤석열과 그의 아내인 김건희를 한때 자신의 진영이라 판단해 보호하고 구명하는 데 최전선에 서 있던 웃지 못할 장면도 있었다. 그런 그가 국정조사장에서 증인선서 없이 음모론을 유포하고, 공당의 최고지도부가 그의 눈치를 보며, 그의 뜻을 반영해 공천을 한다는 일부증언에도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문제의식조차 없고,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그것이 여당의 공식 담론이 되는 현실. 중세 시대 연금술사가 왕실 고문관이 되던 풍경과 다를 바 없다.
4-50대의 모순은 여기서 더욱 도드라진다. 어린 시절 그들은 기성세대의 보수정당 지지를 '무지'나 '못 배운 탓'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기성세대가 된 지금, 청년들의 다른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31.3%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주거와 일자리라는 생존 문제에 목을 매고 있다. 하지만 40-50대는 '내란 종식'인지 '민주당 수호'인지 모를 추상적 담론에 취해 있다. 2025년 대선 후보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의 성적 발언을 즉각 규탄한 민주당과 친 민주당 여성단체들이, 그간 당내 유튜버의 성적 비방에는 입을 다물던 모순을 젊은 세대는 예리하게 포착한다. 그들에게 기성 정치권의 위선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모독이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기성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는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념보다는 실용적 해법을 원한다. 하지만 4-50대는 여전히 과거의 프레임으로 현재를 재단하려 한다. 민주당 의원의 39%가 특정분야 전문가가 아닌 '운동권'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보듯, 그들의 정치적 DNA는 여전히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40-50대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현실을 부정하는 사이, 젊은 세대는 미래를 위한 실용적 해법을 갈구한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대립이 세대론으로 번역된 셈이다.
민주당이 '민주화의 정당'이라는 신화를 계속 붙잡으려 한다면, 40-50대의 부채감이 건전한 성찰로 바뀌어야 한다. 16세기 트렌트 공의회가 지동설을 이단으로 규정하며 과학 발전을 막았듯, 추상적 이념에 매몰된 채 구체적 폐해를 외면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국회의 관용 부재가 위기 심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진보진영도 스스로의 '의회 독재'와 '1인 방탄정당'이라는 비판을 돌아봐야 할 때다. 자신들만이 진리를 독점한다는 오만에서 벗어나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지난 3년 민주당이 과연 무엇을 했는가? 마치 박수를 혼자 칠 수 없는 것처럼, 윤석열 정책집행의 발목잡기만 했다는 헌재의 지적에는 왜 흐린 눈을 뜨는가? 다수당도 아닌 국민의 힘이 집권하는 게 그렇게 두렵다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국회운영을 보여준 민주당에게 행정권, 사법권이 통째로 넘어가 본인을 포함한 연임제마저도 '국민의 뜻'이라면 가능하다며 선거를 통한 3권 통합과 재원마련 대책 하나 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 '맘대로 국정운영'방침을 공공연히 밝히는 건 전혀 두렵지 않은가? 에이 설마??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군부독재의 대명사인 박정희가 처음 맞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될 수 있게 압도적인 지지를 해준 지역이 다름아닌 호남이였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소 앞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는 이야기는 사실 후대의 창작이다. 하지만 그 말이 담고 있는 진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권력이 진실을 억압해도,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것. 한국 사회도 이미 변화의 궤도에 올라 있다. 그들이 발의한 법안들의 내용만 제대로 확인해도 민주당이 과연 민주주의를 유지하고자 하는 당이 맞는지 의구심을 가져야 하는게 당연하다. 40-50대가 '민주당'이라는 천동설에서 깨어나 현실의 정치를 직시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사이비 예언자와 유튜브 선동가의 그림자가 아닌, 시민의 이성으로 무장한 새로운 정치 지형. 그것이 우리가 꿈꿔야 할 미래다.
천동설의 시대가 끝나는데 수백년이 걸렸다. 이 얘기의 두려운 점은 그 시기에 살아던 평범한 사람들은 죽을때까지 진실근처에도 못가보고 헛된 믿음을 진리라 믿으며 살기도 했다는게다.
천동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이다. 아무리 어지러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