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님은 페북에서 해박한 재명학 지식과 뛰어난 필력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신예 논객입니다.
팩트파인더의 필진으로 새롭게 모시며 박주현님의 재명학 중 단연 독보적인 '전과'편을 소개드립니다.
정치인의 과거는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특히 법률가 출신 이재명의 전과 기록은 단순한 실수인지 패턴인지 살펴볼 가치가 있다. 네 번의 전과와 그 해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그러나 그 실수를 인정하는 방식에서 본질이 드러난다.
시간을 달리는 음주운전
이재명의 음주운전 전과에 대해 민주당은 "2005년 농협 부정대출 사건을 파헤치던 증언 수집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한다.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발생한 부수적 피해라는 각본이다.
그러나
선관위에 제출된 공식 자료에는 음주운전 벌금 처분이 2004년 7월로 명시되어 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2005년 사건 때문에 2004년에 처벌받았다니. 마치 효과가 원인보다 먼저 발생하는 양자역학의 세계 같다.
의심스러운 것은 벌금 액수다. 당시 음주운전 초범은 보통 70만원 정도였지만, 이재명에게는 150만원이 선고되었다. 이는 재범이나 사고, 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매우 높았을 때의 금액이다. 하나의 실수치고는 너무 비싼 대가다.
무고와 검사사칭
검사 사칭 혐의에 대한 해명도 마찬가지다. 그는 KBS가 공모해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한다. 2002년 당시 이재명은 유력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지방 변호사였다. 국영방송이 무명의 변호사를 음해하기 위해 대대적인 음모를 꾸몄다고? 마치 교보문고가 동네 책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사적 자원을 동원하는 격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해명으로 돌아섰다. 검사 사칭이 아니라 검사 사칭 방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과 기록의 죄목은 분명 '검사 사칭 공범(공동정범)'과 민주당 김병량 시장에 대한 '무고'다.
공공의료원 폐기로 생긴 특수공무집행 방해, 이것도 허상이었어? (그래픽=가피우스)
이재명에 대한 비판을 할 때면 나타나 말도 역겨운 '내부총질'타령하는 당원들이 민주당 출신 시장을 무고했던 일이나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 비판글을 올렸던 사실, 문재인 정권을 향해 다른 나라같으면 폭동 일어났을 꺼라고 했던 말에 대해선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쭈욱 모른체 할 것이다.
특수공무집행 방해 및 공공기물 파손 사건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공공기물 파손 사건, 이 또한 영웅 서사로 포장된다.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단체의 대표였는데, 성남의회를 한나라당이 장악해 27초 만에 조례를 폐기해 시민단체가 의회를 점거했고, 자신은 대표였기 때문에 전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의록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조례는 폐기된 적이 없으며, '심사보류'로 재심의하기로 한 결정이었다. 게다가 그 결정은 2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나온 것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정권 시절에 하지도 않은 공공기물 파손으로 전과가 생겼다? 우리나라에는 범죄 '사주'라는 개념이 있다. 대표라서 하지 않은 일로 전과가 생긴다면 기물 파손 사주에 해당할 텐데. 변호사인 그가 그것조차 방어하지 못했다는 게 당신은 믿어지는가?
또한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시간은 당시 의회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판단이 합리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이 시장이 된 후 설립된 성남 공공의료원은 2023년 기준 연간 650억 이상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분당, 강남과 가까워 의료원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이재명이 지나간 곳마다 빚더미가 쌓인다는 법칙의 또 하나의 증거다.
선거법 위반 50만원
네 번째 전과인 선거법 위반은 50만원의 벌금형으로 사소해 보이지만, 현재 재판 중인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서 "동종 전과"로 지적되어 2심 판결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법의 문턱에서 춤추는 무용수, 이재명
네 개의 전과는 패턴을 이룬다. 전과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 양식이다. 법을 아는 사람이 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 구조가 일관되게 반복된다. 그는 법의 문턱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와 같다. 아슬아슬하게 법의 언저리를 넘나들며, 때로는 넘어서고, 때로는 간신히 피한다.
지금 이재명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도 당대표직과 그 권력을 이용해 사법리스크를 피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판을 지연시키고, 각종 법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연일 보도된다.
과거의 이재명이 지금과 달랐을 거라 생각하는 건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오히려 법전문가로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남게 된 것이 네 개의 전과라 보는게 타당하다. 아마 이재명 같은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이였다면 그저 전과 4범에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얼음 위에 찍힌 발자국처럼, 지워지지 않는 이 기록들은 한 인물의 일관된 행동 패턴을 증명한다. 인간은 변하기 어렵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재명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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