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1> : 국민의힘
국민의힘 의원총회장. 최근 당 지지율이 급상승해 민주당을 앞선데 대한 지도부의 모두 발언이다.
“우리를 열렬히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이렇게 지지율이 올랐다.”
“앞으로도 이분들을 외면하지 말고 열심히 함께 호흡 맞추자.”
국민의힘 의원총회 모습. 계엄과 탄핵 이후 국힘은 어떤 혁신도 변화도 하지 않은 채 한동훈 체제를 탄핵하고 친윤지도부를 만들었다. (사진: 연합뉴스)
<착각 2> :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과의 회의 중 김윤덕 사무총장은 최근 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극우들의 가짜뉴스 때문’ 이라며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의원실마다 3명씩 온라인 여론 대응’ 팀을 짜서 당에 유리한 기사에 선플을 달자.”
“보좌진이 1700여 명이고 지방의원까지 합치면 3천 여명이다. 우리가 여론을 바꿀 수 있다.”
'의원실마다 3명씩 여론대응'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김윤덕 사무총장은 본인의 발언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 들은 당직자가 너무 많은 것은 어찌하리. (사진:에스비에스 뉴스 갈무리)
최근 거대양당 지지율이 ‘골든크로스’ 되어 국민의힘이 탄핵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계엄사태를 일으켜 탄핵을 당한 대통령과 그 정당의 지지율이 이토록 상승한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정치에서도 찾기 힘든 일, 상식을 벗어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대하는 각 정당의 상황인식 또한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수는 끝났다’ 며 좌절하던 국민의힘은 최근의 반짝 상승을 자신들에 대한 온전한 지지로 받아들이고 자신감에 차 있다. 내각에 대한 줄탄핵을 협박하고 마치 집권이라도 한 것 처럼 행세하던 민주당은 또 어떤가? 충격적인 지지율 하락을 ‘가짜뉴스 때문’ 이라고 일축해버리고 있다.
헌정사 유례가 없는 국정의 혼란과 상식을 벗어나는 정당 지지율의 역주행은 분명 양당에 어떤 '시그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 어떤 정당도, 그 어떤 정치인도 제대로 성찰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라는 환자에게 반짝 상승한 지지율은 ‘마약’에 다름아니다.
민주당에 앞선 40%대의 숫자는 당장 처한 암담한 상황을 거짓말처럼 잊게 하겠지만 그 숫자를 제대로 된 ‘지지율’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국힘이 보여준 것은 계엄해제 표결에서부터 나뉘어진 친윤, 친한의 극심한 분열, 한동훈 대표에 대한 축출, 권성동과 권영세의 친윤 비대위 뿐 아닌가. 게다가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노골적인 탈당 압박과 따돌림은 국힘이 민주주의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이 없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스스로 만든 득점포인트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얻은 지지율은 자신들에 대한 지지 여론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지극한 야당복으로 얻은 반사이익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모른채 용산 관저 앞에 모인 극성지지자들, 유튜버들과 호흡을 맞추며 마약같은 순간의 반등을 오남용 하다가는 어떻게 될까. 혁신도, 반성도 못한 채, 탄핵당한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공수처가 위치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탄핵무효를 외치는 시위대들. (사진: 연합뉴스)
민주당의 상황은 더 가관이다.
당과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 폭락에 내심 충격을 받았지만 그 원인은 ‘가짜뉴스 때문’ 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정권을 창출했던 경험을 가진 민주당이 윤석열이라는 더 무지한 상대 앞에서 왜 이토록 허약해진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이 더이상 과거의 ‘정치결사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22대 총선 비명계 공천학살 이후 이재명 일극체제로 정리된 민주당은 '당의 아버지'인 이재명에게 조금의 책임을 돌리는 말도,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종교집단처럼 변질되어버렸다. 70년 전통의 야당보다 이재명 개인이 더 중요하고 당의 유일무이한 자산이기에, 아무리 근거있고 합리적인 분석이라도 당대표 이재명의 책임론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바로 폐기되는 것이 현재의 민주당이다.
그래서 의원들은 방송에 나와 아무말이나 하고, 당직자들도 제대로 된 정무 분석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남 탓에만 집중하며 더 센 막말을 하고 더 거세게 분노하며 외부를 향해 증오를 재생산할 뿐이다. 만약 ‘내부적 성찰’ 같은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는 지난 총선의 비명계들처럼 ‘수박’ 이니 ‘2찍’ 이니 하는 린치를 당해 정치적 생명이 끊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긴, 지난 대선 패배 때는 어땠던가. '졌잘싸' 라며 이재명의 패배를 두둔하다 못해 이낙연 전 총리 탓을 하고 한참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 탓을 하던 민주당이었다. 그들은 계엄 직전까지는 윤석열의 실정에 기대어 연명했고 이제와서는 극우 지지자들의 ‘가짜뉴스’ 탓을 한다. 그러면서 내놓은 해법이 ‘보좌진 댓글부대’다. 역시, ‘손가혁’의 아버지를 당대표로 둔 정당답게 근본있는 판단력이다.
이 와중에 괴로운 건 역시나 또 국민이다.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곧 죽는 병에라도 걸린 것 처럼 뻔뻔스러운 정치인들,
망상과 극우유튜브에 빠져 탄핵 당한 주제에 국민을 선동하는 바보대통령,
오직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감옥을 피할 길인 전과 4범 야당대표.
이들의 끝도 없는 이기주의와 주제넘는 착각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이 추운 날 거리에 나서고 잠들 때 마다 한숨을 지으니 말이다.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시원한 분석 감사합니다
그런데 불쌍한 건 귝민들 뿐이네요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 찾는 정치인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듯한 신도들 밖에 없는 국가가 됐네요.
국민이 나라와 정치를 걱정하는 세태,
정치의 정자만 들어도 징글징글, 지긋지긋합니다.
이재명 공천의 이재명 민주당으로 정치의 맨살과 민낯이 드러나니
황무지나 다름없는 정치지형이 처참할 지경이라는 게 보이는 듯 싶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불쌍한 건 국민입니다.
...... 정치 수준 참..
말문이 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