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통령 한마디에 기업 하나정도는 날아가는 나라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8-08 09:06:36
  • 수정 2025-08-08 09:32:14

기사수정
  • 기업의 목을 치는 푸틴식 권력 과시, 그 끝은 독배일 뿐.
  • 법조인 출신이 맞긴 한가? 분노가 아닌 매뉴얼수정이 먼저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경제상황을 상기해보자면, 대통령이 쇼인지, 진심인지 모를 칼을 꺼냈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했다면, 그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살인과 다름없다는 서슬 퍼런 논리.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칼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번뜩인다. 하여간 여간 대단하긴 대단한 사람이다. 일반인이었으면 차마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감히 꺼낼 엄두도 내지 못할 그 칼을 저리 쉽게 꺼내다니 말이다. 


그의 주변을 맴도는 죽음의 그림자가 얼마나 짙고 서늘한지 다들 익히 알고 있다. 그의 주변 인물들이 줄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급기야 그의 비서관마저 “이젠 정치를 그만두시라”는 피맺힌 유언을 남기고 스러져 갔다. 그것은 단순한 비극의 나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정치가 주변을 어떻게 잠식하고 파괴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기록이다.


그래픽 : 박주현 노동자의 죽음만 슬픈가? 주변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은 없고?

여기서 우리는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빌려와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극한의 압박 속으로 내몰면서, 그 비극적 결과를 정말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설령 죽음을 직접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그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그가 기업에 들이대는 ‘미필적 고의’의 정의 그 자체가 아닌가.


물론 포스코이앤씨의 노동자 사망은 분명한 비극이며,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는 방식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인민재판’이어서는 안 된다. 법과 시스템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권력자가 직접 단죄의 칼을 휘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이 진정 노동자의 핏값에 대한 애도인가 의문이 드는 것은, 다른 참사보다 유독 무안공항 참사가 주목받지 못하는 것처럼, 다른 죽음보다 유독 주변 인물들의 비극에만 무관심한, 매번 무한 반복되는 이런 선택적 분노를 보자면 진심보다는 치졸한 연극이 떠오르는 게 나뿐인가?. 


선진국의 사례는 명확한 대비를 이룬다. 보잉 737 MAX 추락 사태 당시, 미국 정부는 대통령의 분노가 아닌, 의회 청문회와 연방항공청(FAA)의 시스템 개혁이라는 정교한 수술 도구를 사용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었지만, 국가는 그들을 ‘치료’의 대상으로 삼았지 ‘제거’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처벌은 법의 이름으로, 재기는 시스템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업의 숨통을 끊으라고 지시하는 방식은, 법치주의 국가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니라, 푸틴의 러시아가 석유재벌 유코스를 해체하던 방식과 닮아있다. 그것은 법의 집행이 아니라 권력의 과시였다.


정말 노동자의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면, 대통령이 할 일은 단두대를 번쩍이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수술실의 조명을 밝히는 일이다. 제발 법조인 출신이라면 그에 합당하게 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감독 시스템을 정비하며, 기술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지루하고, 표도 나지 않지만, 그것이 국가라는 시스템이 환자를 살리는 유일한 방식이다.


원고료 납부하기
관련기사
TAG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2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9 18:43:54

    그러게 말입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21:16:00

    공감이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9:54:30

    보란듯이 막나가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8:14:14

    직장인들만 피해봅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7:32:59

    아휴... 진심 답답하고 걱정스러워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6:37:57

    기사잘봤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idt4m2025-08-08 15:22:20

    쟤를 어떡하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4:03:26

    815 극좌겠지. 하긴 극좌와 극우의 구별이 있나. 야합으로 법죄자 ㅅㄲ들 다 풀어주는 개한민국인데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1:29:34

    나라가 큰일이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1:27:36

    극우 양성소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0:52:51

    포스코이앤씨, 1.5조원 규모 태국 LNG 터미널 수주/ 올해 7월 1일 기시인데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를 왜 망하게 하려지? 포스코이엔씨는 주로 해외 인프라 건설을 많이 함. 6월엔 태국 LNG 터미널 수주했고(이 입찰때 중국국영기업이랑 붙었음). 동남아 중남미 동유럽쪽 발전소, 탱크팜, 철강시설 등등 건물말고 인프라쪽 역량 탁월. 이 회사를 누구주려고?

  • 프로필이미지
    minte2025-08-08 10:43:36

    진짜 공산주의같아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0:39:51

    전두환이랑 뭐가 다르죠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10:23:41

    자기는 드럼통 몇이나 담궜으면서
    참나.. 얼척없다 진짜

  • 프로필이미지
    atom07242025-08-08 10:15:04

    마음속에 공익, 국익의 ㄱ 자도 없는 사람이니까요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08-08 10:10:08

    저 독재자는 '수술실의 조명을 밝히는 일'을 절대로 모를 겁니다.
    그저 살기 그득한 칼을 휘두르는 것밖에 모를 겁니다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8-08 10:00:20

    저런걸 보고 사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심하기만 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09:46:59

    공정을 외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자의 사면요구는 이재명은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법치는 무너지고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정의롭게 보이니 개딸의 지지율은 견고하겠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8 09:28:46

    하나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권력에 취해 자신의 영달과 방탄만 꿈꾸는 자에겐 정상적인 사고는 없습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ssun3172025-08-08 09:17:06

    그저 속시원하게 해주면 된다는 1차원적인 생각들이 너무 두렵습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협상 하루도 안돼 알려진 30분의 치욕 치욕의 청구서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제 양국 언론을 통해 그 ‘협상’의 후일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압축적인 묘사는 “펜도 필요 없었던 30분”이라는 트럼프의 만족감 섞인 회고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일부가 대서양 너머로 이전되었다. 시장의 평가는 즉각적이었고, 계산은 정확했...
  2.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3. [사설]어떤 간신이 광복절에 취임식을 '또'하라고 속삭였을까? '국민임명식' 이름 한번 기가 막히게 지었다. 이미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두 달 만에 또 취임식을 한단다. 그것도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에, 광화문 광장에서, 1만 명을 모아놓고 말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이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으로 임명한다'고 선언하는 자리"라고 포장한다.하지만 이 .
  4.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5. 전병헌, 관세협상 두고 “자화자찬 아닌 자해, 조공 외교의 자화상” 이재명 정부가 최근 한·미 관세협상을 두고 “역대급 성과”라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오히려 자해에 가까운 셀프 풍자”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과연 이재명 정부”라는 여권 내 찬양성 멘트를 거론하며, “이 정부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는 한마디”라...
  6. 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김건희특검이 어제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불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
  7.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8. 유능하다는 망상, 4천억 달러가 증명하는 친중의 대가 때로는 숫자가 가장 정직한 폭로다. 변명도, 수사도, 감성도 거세된 채, 냉혹한 진실의 뼈대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 던져진 숫자들을 보라.일본의 경제규모는 대략 우리의 2.15 배다. 그들이 5,500억 달러를 낸 것을 우리 체급에 맞춰 단순 환산하면 약 2,000억에서 2500억 달러면 충분할 것이다. 유럽연합 30개국이 그나마 자신들...
  9. 이재명 '광복절 야간 임명식'에 전병헌, '대관식 하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저녁,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야간 행사를 강행하는 배경을 두고 야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
  10. [속보] 관세 25%→15%. 미국제품 무관세. 美농산물 트럭 완전개방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한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주 내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