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경제상황을 상기해보자면, 대통령이 쇼인지, 진심인지 모를 칼을 꺼냈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했다면, 그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살인과 다름없다는 서슬 퍼런 논리.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칼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번뜩인다. 하여간 여간 대단하긴 대단한 사람이다. 일반인이었으면 차마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감히 꺼낼 엄두도 내지 못할 그 칼을 저리 쉽게 꺼내다니 말이다.
그의 주변을 맴도는 죽음의 그림자가 얼마나 짙고 서늘한지 다들 익히 알고 있다. 그의 주변 인물들이 줄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급기야 그의 비서관마저 “이젠 정치를 그만두시라”는 피맺힌 유언을 남기고 스러져 갔다. 그것은 단순한 비극의 나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정치가 주변을 어떻게 잠식하고 파괴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기록이다.
그래픽 : 박주현 노동자의 죽음만 슬픈가? 주변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은 없고?
여기서 우리는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빌려와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극한의 압박 속으로 내몰면서, 그 비극적 결과를 정말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설령 죽음을 직접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그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그가 기업에 들이대는 ‘미필적 고의’의 정의 그 자체가 아닌가.
물론 포스코이앤씨의 노동자 사망은 분명한 비극이며,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는 방식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인민재판’이어서는 안 된다. 법과 시스템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권력자가 직접 단죄의 칼을 휘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이 진정 노동자의 핏값에 대한 애도인가 의문이 드는 것은, 다른 참사보다 유독 무안공항 참사가 주목받지 못하는 것처럼, 다른 죽음보다 유독 주변 인물들의 비극에만 무관심한, 매번 무한 반복되는 이런 선택적 분노를 보자면 진심보다는 치졸한 연극이 떠오르는 게 나뿐인가?.
선진국의 사례는 명확한 대비를 이룬다. 보잉 737 MAX 추락 사태 당시, 미국 정부는 대통령의 분노가 아닌, 의회 청문회와 연방항공청(FAA)의 시스템 개혁이라는 정교한 수술 도구를 사용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었지만, 국가는 그들을 ‘치료’의 대상으로 삼았지 ‘제거’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처벌은 법의 이름으로, 재기는 시스템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업의 숨통을 끊으라고 지시하는 방식은, 법치주의 국가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니라, 푸틴의 러시아가 석유재벌 유코스를 해체하던 방식과 닮아있다. 그것은 법의 집행이 아니라 권력의 과시였다.
정말 노동자의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면, 대통령이 할 일은 단두대를 번쩍이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수술실의 조명을 밝히는 일이다. 제발 법조인 출신이라면 그에 합당하게 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감독 시스템을 정비하며, 기술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지루하고, 표도 나지 않지만, 그것이 국가라는 시스템이 환자를 살리는 유일한 방식이다.
이 기사에 1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공감이요
보란듯이 막나가네요.
직장인들만 피해봅니다.
아휴... 진심 답답하고 걱정스러워요
기사잘봤습니다
쟤를 어떡하지...
815 극좌겠지. 하긴 극좌와 극우의 구별이 있나. 야합으로 법죄자 ㅅㄲ들 다 풀어주는 개한민국인데
나라가 큰일이네요
극우 양성소네
포스코이앤씨, 1.5조원 규모 태국 LNG 터미널 수주/ 올해 7월 1일 기시인데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를 왜 망하게 하려지? 포스코이엔씨는 주로 해외 인프라 건설을 많이 함. 6월엔 태국 LNG 터미널 수주했고(이 입찰때 중국국영기업이랑 붙었음). 동남아 중남미 동유럽쪽 발전소, 탱크팜, 철강시설 등등 건물말고 인프라쪽 역량 탁월. 이 회사를 누구주려고?
진짜 공산주의같아요
전두환이랑 뭐가 다르죠
자기는 드럼통 몇이나 담궜으면서
참나.. 얼척없다 진짜
마음속에 공익, 국익의 ㄱ 자도 없는 사람이니까요
저 독재자는 '수술실의 조명을 밝히는 일'을 절대로 모를 겁니다.
그저 살기 그득한 칼을 휘두르는 것밖에 모를 겁니다
저런걸 보고 사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심하기만 합니다.
공정을 외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자의 사면요구는 이재명은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법치는 무너지고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정의롭게 보이니 개딸의 지지율은 견고하겠지.
하나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권력에 취해 자신의 영달과 방탄만 꿈꾸는 자에겐 정상적인 사고는 없습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저 속시원하게 해주면 된다는 1차원적인 생각들이 너무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