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임명식'
이름 한번 기가 막히게 지었다.
이미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두 달 만에 또 취임식을 한단다. 그것도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에, 광화문 광장에서, 1만 명을 모아놓고 말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이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으로 임명한다'고 선언하는 자리"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수사를 걷어내면 무엇이 남는가? 이것은 국가 기념일의 사유화이자, 대통령 개인과 국가를 동일시하려는 위험한 시도다. 광복절은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압제에서 벗어난 우리 모두의 성취를 기념하는 날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날 국가의 비전을 말하고, 찢어진 민족의 통합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제 그 숭고한 날에, 대통령 개인의 '임명' 축하 파티를 열겠다고 한다.
짐이 곧 국가냐 (그래픽=가피우스)
왜 하필 지금일까?
답은 뻔하다. 대미 통상협정의 예견된 실패로 여론이 들끓고, 인사 참사는 끝이 없으며, 경제는 어렵다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이 모든 실정을 가리기 위해 거대한 스펙터클이 필요한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광화문의 화려한 조명과 함성으로 멀게 하려는 속셈이다.
어떤 간신이 제안했을까?
여기서 진짜 궁금한 점이 생긴다. 대체 어떤 간신이 대통령의 귓가에 이런 기괴한 아이디어를 속삭였을까? 역사 속 간신들은 단순히 아첨만 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영리하게 권력자의 욕망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시대정신'이나 '국민의 뜻'으로 포장해 현실로 만들었다.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대통령님, 첫 취임식은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위대한 지도자의 탄생을 국민이 직접 선포하게 해야 합니다. 광복절이야말로 전하의 리더십과 '진짜 대한민국'의 부활을 일치시킬 절호의 기회입니다. 반대자들의 목소리는 광장의 함성 속에 묻힐 것입니다."
더 소름 끼치는 것은 이 기획을 누구도 막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당과 정부 내에 이 이상한 흐름을 감지하는 사람이 왜 한 명도 없을까? 대통령 지지층 속에서도 이 기괴한 우상화 작업을 보며 "이건 좀 심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왜 없을까?
역사와 사회심리학은 그 답을 알고 있다. 개인은 영리하지만 집단은 바보가 된다. 집단의 압력 앞에서 개인의 이성은 쉽게 마비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를 '동조(conformity)' 현상으로 설명한다.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받는 대통령의 판단이 틀릴 리 없어"라는 '정보적 동조'와, "여기서 튀면 배신자로 낙인찍힌다"는 '규범적 동조'가 개인의 입을 틀어막는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당시, 수많은 학생들이 홍위병이 되어 자신의 스승을 '부르주아 반동'으로 몰아세우며 광기에 휩쓸렸던 역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파시즘은 늘 그렇게 광장의 열광과 계산된 침묵 속에서 자라났다.
'광복절의 드라마'는 드라마틱하게 지지율을 꺾을 것
그러나 이 행사는 기획자들의 의도와 달리, 이재명 정부에 더 큰 악재로 돌아올 것이다. 저성장과 고물가에 국민이 신음하는 지금, 광복절에 벌이는 대통령의 호화로운 대관식은 어떻게 비칠까? 대미 통상협정 실패로 인한 분노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 거대한 쇼는 '민생은 내팽개치고 자기 우상화에만 빠져있다'는 비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역사의 교훈은 굳이 고대사까지 뒤적일 필요도 없다. 1977년,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였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독재자 장베델 보카사는 스스로 황제에 오르며 나폴레옹을 흉내 낸 대관식을 열었다. 국가 1년 예산의 3분의 1을 이 희극에 쏟아부으며 2톤짜리 황금 옥좌와 명품 의상, 최고급 샴페인을 프랑스에서 공수했다. 국민 대다수가 굶주리는 와중에 벌인 이 광란의 쇼는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었고, 보카사는 3년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 형식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역사는 수없이 증명해왔다. 자신을 신격화하고 측근의 아첨에 둘러싸여 현실 감각을 잃은 권력자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했다는 것을. 간신의 달콤한 속삭임은 결국 권력자를 파멸로 이끄는 독배였다.
이 기사에 1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국민임명식이 국민하야식이 될것 같은데요.
이러다 국민들 완장도 채우겠어요. 충성심에 따라 샥깔별로
이재명 부하 거의 대부분 일껄요.
지지율 꺾이기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광복절을 기점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길...
뭔가 빚갚기용으로 행사벌이는거 아닌가 해요
강선우 이진숙 임명하겠다고 버티다 결국 지지율 깎아먹었듯
누구누구에게 행사할 기회 준다고 고집부리다 또 뭐 깎아먹을듯
기사를 보니까 대관식 이후의 지지율이 기대됩니다.
꼭 쫓겨나길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지지율하락 쾌속질주
원하던 자리를 얻어서 그런지 이전보다도 훨씬 더 조급해지고 막나가고 이 정부 하는 꼴을 보면 윤석열보다도 오래 못갈것 같긴 해요
또 국민을 너무 과대평가 하는 걸까요?
이런 말도 안되는 기획이 스스로를 좌초시키는 시발점이 되기를....(원고료 납부완)
딱 히틀러가 야간에 저런 퍼레이드 연설하는거 그대로 따라하네요 말로도 똑같이 될지
김민새의 냄새가 역하게 납니다. 생긴거부터해서 간신배로 딱 안성마춤 인물이니까. 광복절에 비로소 이땅에 잠시 내린 어둠이 물러나는 진짜 광복이 오기를 하늘에 비나이다.
여기에 미친 사람들이 널을 뛰 듯 부화뇌동하는 국개들이 있어 나라가 망했네요 물가만 잡아줘 하던 1찍들은 20조 풀어 소비쿠폰 남발해 물가가 올라도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걸 반성하기 않기 때문에 나라는 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