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묻고 싶다.
이동호 씨가 2억 3천만 원으로 도박을 했을 때,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일반적인 가정에서 스물몇 살 청년이 그런 돈을 만질 수 있을까. 아니, 평생 벌어도 만지기 어려운 돈 아닌가. 그런데 그는 도박으로 그 돈을 날렸다. 마치 별거 아니란 듯이.
불법취업으로 고발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이재명은 "자식을 잘못 키워서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대신 언론사를 압박해 기사를 내리게 만들고, 이내 "아버지를 잘못 만나서 무직"이라는 말만 나왔다. 그럴듯한 변명이었다. 사람들은 동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직인 사람이 삼청각에서 수억 원이 드는 결혼식을 올렸다. 배우가 사회를 보고 가수가 축가를 불렀다. 900명의 하객이 몰려들었다. 이것을 언론도, 민주당도 '스몰웨딩'이라고 부르더라.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2030세대들은 지금 결혼을 포기하고 있다. 집값 때문에, 취업 때문에, 육아비용 때문에. 결혼식장 대신 작은 카페에서 가족들만 모여 조촐하게 결혼하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에게 이동호의 결혼식은 어떻게 보일까.
아, 그래도 민주당이니까 옹호해야 한다고? 진영논리가 중요하다고?
잠깐만.
당신들의 손자, 손녀 아니면 아들, 딸을 생각해 보자. 그 아이들이 스물몇 살이 되었을 때, 당신들이 몇억씩 척척 쥐어줄 수 있는 여유자금이 있으면 모를까, 대부분의 청년들처럼 월세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면 좋겠지만 아마도 별반 다름없이 앞으로도 연애는 사치고, 결혼은 더 먼 나라 얘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때 그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할 건가. "나 때는 무직인 대통령 아들도 삼청각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단다"라고?
민주당을 좋아하는 마음, 이해한다. 나도 한때는 그랬으니까. 하지만 진영논리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하지 말자.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900명이 참석한 결혼식을 '스몰웨딩'이라고 부르는 순간,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일반 국민들의 결혼식은 대체 뭐가 되는 건가. 거지혼? 미니어처 결혼?
전 세계 어디를 가도 900명 하객은 빅웨딩이다. 상식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도박중독자도 아버지만 잘 만나면 그런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소규모'라고 부른다.
기가 막힌다.
이장우 대전시장 아들 결혼식 때는 그렇게 비판하더니. 천 명 하객이라며 공직윤리 위반이라며 목청을 높이더니. 900명은 괜찮나? 100명 차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정당이 다르면 기준도 달라지는 건가?
민주당은 좀 그래도 된다고? 그래, 그런 것 같다.
청년들은 지금 결혼을 꿈도 꾸지 못한다. 출산율은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런데 불법취업을 하다 무직이 된 도박중독자도 아비만 잘 만나면 900명을 불러 성대한 잔치를 벌인다. 이게 청년들의 결혼 의욕에, 출산 의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
진영논리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이다.
2030세대는 보고 있다. 당신들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절망하지 않게 해달라. 그들에게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주자. 적어도 절망감을 안겨주는 정치는 물려주지 말자.
당신들의 그 대단한 진영논리가 자칫 끔찍한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만이라도 가져보길 부탁한다. 제발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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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공감 ^^
부끄러움을 모르는 놈들이 나라를 망칠 것 같아 심히 걱정이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공감합니다.
격하게 동감합니다. 1찍들과 민주당 그리고 대통령이 곧 나라를 말아먹겠네요
동감합니다
공감합니다
완전 공감합니다....
매우 공감합니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