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시작된 LA 이민 단속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불법 이주자 단속 정책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중남미계 노동자들이 많이 일하는 대형 마트와 의류 매장, 식당 등을 급습하면서 대대적인 불법 이주자 체포 작전을 전개했다.
특히 한인 운영 도매 의류 업체 '앰비언스 어패럴'을 비롯해 자바 시장 내 여러 업체들이 급습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14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단속에 대한 히스패닉 주민들의 분노와 불안이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되었다.
LA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어, 불법 이민 보호와 소수자 포용 정책을 펼쳐왔던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이었다.
10일 뉴욕에서 열린 불법이민단속 반대 시위 [뉴욕 UPI=연합뉴스]
사태 발발 이후 시위는 점차 격화되어 고속도로 점거와 자율주행 택시 방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 두건으로 입을 가린 시위대는 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주 방위군과 대치했고, LA 도심 중앙을 관통하는 101고속도로에서도 경찰과 충돌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에 이어 해병대 병력 700명까지 추가로 투입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사태 진정을 위해 도심 일부에 야간(오후 8시~다음 날 오전 6시) 통행금지령을 내렸으나 시위는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법 집행 기관은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대응했으며, 호주 방송 기자가 생중계 도중 고무탄에 맞는 사건도 발생했다. 사태 닷새째인 10일에도 LA 곳곳에서 시위가 계속되었으며, 시위대와 군·경 간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야간 통행금지령 이후 다소 진정세
시위가 11일 엿새째 이어지며 주요 시위 지역 내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령된 이후 소요 사태는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경찰은 야간에 해산 명령에 불응하거나 통행금지령을 위반한 시위대를 대거 체포했다.
하지만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불법이민자 밀집 지역을 급습, 체포 작전을 확대하면서 이에 분노한 시위가 곳곳에서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일 저녁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가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도심 고속도로 일대를 지키는 모습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시위가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다운타운 내 2.6㎢ 지역에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금령을 발령했다.
배스 시장은 이날 오전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통행금지령이 효과적이었다"며 "어젯밤에는 약탈이나 반달리즘(공공시설·기물 등의 파괴·훼손) 행위가 없었다. 통금령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간밤에 시위 현장 일대에서 총 22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도심의 상점 주인들은 유리창 파손이나 약탈 행위를 막기 위해 나무 판자로 출입구와 창문 등을 막았다. 한밤중에는 도심 전체적으로 조용한 상태가 이어졌다.
지난 10일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LA 시청 일대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트럼프가 지난 7일부터 동원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은 그동안 시위 현장 일대의 연방 청사 주변에 배치돼 경계 활동을 펴다가 전날에는 일부 병력이 ICE의 불법이민자 단속 작전을 돕는 데 투입됐다.
미 국방부가 LA에 파견한 해병대는 아직 시위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지난 9일 밤 LA에 도착한 해병대원 700명은 이날에도 비살상 무기 사용법 등 시위 대응 훈련을 받고 있으며 도심 거리로 투입될 시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군 고위 관료는 언론에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엑스에 올린 불법이민자 체포 사진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ICEgov X 제공.]
외신 및 정치권들의 반응
이번 LA 사태에 대해 국내외 정치인들과 유명인사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트럼프가 "LA 전역에 군사적 그물을 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고, 주 방위군 철수를 요구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예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가수 피네스는 인스타그램에 "평화로운 시위에서 즉시 최루탄을 맞았다. 그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게시했고, 배우 마크 러팔로는 ICE 요원들을 "코요테 무리"에 비유하며 이민 단속을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트럼프의 여행 금지 조치를 "차별적이고 인종주의적이며 극도로 잔인한" 정책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소셜미디어에 1992년 LA 폭동 당시 한인들이 건물 옥상에서 총기를 들고 있던 사진을 올리며 "루프 톱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게시해 한인사회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LA 사태는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적대 지역인 캘리포니아를 표적으로 삼아 강력한 이민 단속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저항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LA는 재미 한인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60만 명이 거주하는 해외 최대 한인 거주지로, 1992년 LA 폭동의 트라우마를 가진 한인들이 경제적 타격과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인 점주들은 히스패닉 직원들의 무단 결근으로 인한 생산 중단과 매출 급감에 직면해 있으며, 한인 불법 이주자들도 단속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LA 한인회는 시 당국과 협력하여 1992년 폭동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지속되는 한 긴장 상황은 계속될 것이며 트럼프 쥬니어의 선동은 더욱 불안감을 깊게 한다. 이럴 수록 한미 정상간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나, 취임 첫날부터 지속된 긴장과 불통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