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납니다. 성별, 학력, 지역에 차별 없이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세상. 어느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어느 꿈은 아직 땀을 더 쏟아야 할 것입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의 광고 중 한 장면을 AI로 복원
어느 꿈이 현실이 되었고, 어느 꿈을 위해서 땀을 쏟아야 할까. 성별, 학력, 지역 차별에 나선 것이 민주당 쪽이 될 거라는 걸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다. 그것도 노무현 재단이라는 브랜드를 이용할 거라 상상할 수 없었다.
2002년보다 지금은 더 많이 무너져, 밟을 땅 하나 남지 않았다.
차별을 했단 지적을 받으니 유치한 변명 뿐. 옹색한 변명 내용을 뜯어보면 이거다.
니가 먼저 법카를 사용했단 비난을 했으니, 너에게 어떤 욕을 하더라도 달게 받아라.
현실이
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오를 산은 더 높아졌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셨다면, 우리 아이들이 커서 살아가야 할 세상을 그려보세요. 행복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세월이 흐르면 낡은 정치가 새로운 정치로 바뀌는 줄 알았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도 순간에 낡은 정치로 전락한다.
선거 때마다 숨은 샤이층을 거론하는데, 정말 샤이한 사람들일까.
썩은 정치를 직시할 수 없어 외면하고 침묵하는 사람들 아닐까.
그러다, 양심에서 들리는,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말란 이 한 마디를 떠올리며 투표장으로 발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이제 태어나는 아이들은 2002년의 아이보다 더 험한 세상을 살아야 한다.
인구가 줄어 쇠락하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양심이 선거 결과를 정할 것이다.
"이회창, 권영길 후보님. 수고 하셨습니다.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호 2번 노무현입니다."
그때 그 후보들은 감옥에 가지 않으려 대선에 출마하진 않았다.
낙인을 찍기 위해 악수를 거부하는 쇼를 벌리지도 않았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바뀌지 않은 건 기호 2번을 찍어야 한다는 당위뿐이다.
노무현의 정신 중 남은 건 기호 2번 하나 뿐이다.
칼럼니스트 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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