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자, 진보진영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기소되었어도 대선 출마는 가능하다’, ‘유권자의 선택이 사법보다 우선이다’라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한때 ‘민주주의 파괴자’로 비난하던 트럼프를, 정작 자신들이 옹호의 근거로 꺼내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민주당은 남미 독재자 차베스를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법과 제도를 뜯어고치고 있다.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을 정지시키는 법,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의 요건을 슬그머니 줄이는 법, 대법관을 무더기로 늘려 사법구조를 갈아엎겠다는 시도. 심지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4심제까지 도입하려 한다. 이는 누가 보아도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셀프면죄부 입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그랬다. 사법부가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자, 대법관 수를 두 배 넘게 늘렸다. 반대파를 제거하고 충성파로 채웠다. 사법부는 권력의 부속물이 되었고,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았다. 약 4만 5천건의 판결 중에서 차베스에게 불리한 판결은 하나도 없었다. 비판적인 방송국,언론사는 문을 닫았고 야당 정치인들은 사소한 잘못만으로도 피선거권을 잃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법폭주는 그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 위험한 흐름 앞에서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법조인들은 외면한다. 특히 진보진영은 방관하고 있다. 헌법의 가치는 온데간데없고, 권력의 안위를 위한 침묵만이 정치 공간을 채운다. 자신들이 비난하던 트럼프를 꺼내 들더니, 이제는 차베스와 같은 권력 장악 시도를 애써 못 본 척한다.
결국 이들의 진짜 롤모델은 트럼프였던가, 아니면 차베스였던가?
입법권을 사유화하고, 사법을 장악하려는 시도 앞에서 진영을 초월한 경계심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법은 국민 모두의 것이다. 누구도 입법으로 죄를 지우고, 헌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이른바 진보가 보이고 있는 지금의 이 침묵은 역사의 기록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