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칼럼] "일본보다는 낫다"는 대통령의 기이한 정신승리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1-21 12:35:52
  • 수정 2026-01-21 12:45:42

  • 환율 1400원 장담하며 "엔화보단 선방" 자평, 죽어가는 환자 옆 "난 덜 아프다"는 꼴
  • 반도체 착시 걷어내면 제조업은 마이너스, 석유화학·철강 무너지는 소리는 안 들리나
  • 돈과 사람이 떠나는 '엑소더스' 방치하고, 외환보유고 태워 숫자 맞추겠다는 위험한 도박

이재명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재명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환율을 입에 올렸다. 그동안 1400원대 고환율이 굳어져도 침묵하더니, 이제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진단과 처방이 기이하다.


대통령은 1~2개월 내에 1400원 전후로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근거는 일본이다. 일본 엔화 절하 폭을 적용하면 우리는 1600원이 되어야 하는데, 그에 비하면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정신승리다.


일본과 한국은 지금 같은 병을 앓고 있다. 미국보다 턱없이 낮은 금리, 그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무제한으로 푸는 확장 재정 중독이다. 둘 다 통화 가치가 쓰레기가 되어가는 중인데, 대통령은 옆집 환자가 더 위독하니 우리는 건강하다고 주장한다. 1400원 환율은 정상이 아니다. 비정상의 일상화일 뿐이다. 그걸 두고 선방했다고 자위하는 건 국정 최고 책임자가 할 소리가 아니다.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대통령은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자랑했다. 숫자는 맞다. 하지만 그 내용은 반도체 독주(獨走)다.


산업부 자료를 뜯어보면, 수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AI 붐을 탄 반도체(전체의 30%)가 채웠다. 반도체를 걷어내면 대한민국 제조업은 처참하다.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이차전지 등 주력 10개 품목이 줄줄이 역성장 중이다. 중국에 시장을 뺏기고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장의 비명은 외면한 채, 반도체라는 화장발에 취해 경제가 건강하다고 착각하고 있다. 다리 하나로 위태롭게 서 있는 거인을 튼튼하다고 말하는 셈이다.


한국은행의 해명도 궁색하다. 고환율의 원인을 개인과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서 달러가 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상은 맞지만 원인 분석이 틀렸다. 왜 나가는가. 한국 시장(국장)을 믿을 수 없고, 한국에서 기업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기업을 악마화하고, 노동 규제는 옥죄어오니, 기업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개미들은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떠난다. 코리아 엑소더스다. 정책 실패로 자본을 내쫓아놓고, 이제 와서 수급 불균형 탓이라며 남 이야기하듯 한다. 떠나는 돈을 잡으려면 매력적인 시장을 만들어야지, 나가는 문을 탓해서 될 일이 아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대통령의 1400원 공언이다. 시장 가격인 환율을 대통령이 특정 숫자로 못 박는 순간, 관료들은 그 숫자를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이미 지난 연말 국민연금을 동원하고 외환보유고를 헐어 환율을 눌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공언한 이상 정부는 1분기 내에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환율을 찍어 누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숨어 있다. 바로 한미 금리차의 영구적 고착화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의식해 금리는 올리지 못하고 외환보유고만 헐어 쓸 경우, 외국인 자본은 한국을 완벽한 ATM으로 인식하게 된다. 환율은 정부가 세금으로 막아주고 금리는 낮으니, 손해 볼 것 없이 돈을 빼나가기 가장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이 흐름이 가속화되면 결국 채권 시장 발작(Tantrum)이 온다. 국채 금리가 폭등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이 막히는 시나리오다. 펀더멘털 개선 없는 인위적 개입은 댐의 구멍을 지폐로 막는 것과 같다.


일본보다 낫다는 말은 위안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일본이 아니라, 과거의 대한민국, 그리고 경쟁국들과 비교해야 한다. 반도체 하나 믿고 나머지는 다 무너지는 나라, 자국민이 자국 화폐를 버리고 떠나는 나라. 이것이 대통령이 말하는 튼튼한 경제의 실체라면,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6-01-21 14:54:04

    입만 살아가지고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21 14:06:41

    너무오른 물가땜시  시장도 못보겠어요.. 전정부 환율 오를때는 무능정권리라고 그렇게 욕하던 정치인 언론인 학자들 다 어디로 갔나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21 13:29:58

    나라 망할것 같아서 정말 너무 무서워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21 13:21:13

    입으로는 뭔들 못 하겠어요. 저놈은 주둥이로 망할 거임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6-01-21 12:50:48

    개인과 기업은 당연히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고 행동하는데 그런 걸 다 감안해 정책을 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게 저들 아닌가요? 뭐든 개인 탓 웃겨요
    그렇게 따지면 경제위기 때마다 국민들이 자기 살 궁리 하지 말고 금모으기라도 해서 바쳐야 하는 건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21 12:46:01

    이재명 말처럼 일본과 비교해서 우리가 정상 일려면 1100원대 가야 되는데요.  쌍특검 처럼 거짓말 오물을 뱉어낸거지요 학마~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21 12:43:13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끔찍한 디플레이션에 시달려서 아베때부터 무지막지 양적완화 해서 디플레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친 결과지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21 12:41:09

    요즘 우리 환율이 일본과 상관계수가 높은건 사실 이지만 경제사정상 일본과 180도 지요.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여성을 몰아내는 '2026 차별금지법' 유감 최근 진보 정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금법)' 제정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탄핵 광장의 요구가 곧 차금법’ 이었다며 입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광장의 큰 축이었던 여성들 사이에서는 우려를 넘어 명백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는 ‘혐오...
  2. 마두로는 우리편, 이란은 남의 일? 한국 진보의 모순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마두로의 단죄를 논할 때, 한국의 주류 민주진보 세력은 마두로의 독재에는 눈감고 '미 제국주의의 침탈'을 외치며 그를 엄호하고 있다. 반면 이란의 혁명과 이란 정부의 유혈진압에는 침묵하고 있다. 한국의 소위 '민주, 진보' 세력은 왜 이럴까?
  3. [칼럼] 2,000만 원 배상 판결, 대통령의 퇴임 후를 겨누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 씨가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김혜경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배소현 씨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액수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이 판결이 함의하는 정치적, 법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법원이 경기도의 ‘사용자 책임...
  4. 세계 정계를 흔드는 중국, 이래도 '혐중' 인가? 미국: 주정부 최고위직까지 뻗친 포섭의 손길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린다 쑨 체포 사건이다. 2024년 9월, 미국 뉴욕주에서는 전 뉴욕주지사 비서실 차장 출신의 린다 쑨과 그녀의 남편이 중국 정부의 불법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린다 쑨은 10년 넘게 뉴욕주 고위직에 근무하며 캐시 호컬과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를 위해 일했...
  5. [속보] "속옷 빨래·모닝콜은 공무원 괴롭힘"... 법원, 경기도청 2천만원 배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 불거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가 배모(전 경기도청 사무관)씨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법원은 배씨의 '갑질'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한 경기도청의 사용자 책임까지 인정했다. '개인 간의 일탈'이라며 선을 그어..
  6. [칼럼] 민주당과 경찰이 증명한 '검찰이 필요한 이유', 13일의 침묵 범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다. 특히 뇌물이나 공천헌금 같은 사건은 증거가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는 즉시 덮쳐야 한다. 그런데 2026년 1월, 대한민국 경찰은 새로운 수사 기법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기다려주기 수사’다.무소속 강선우 의원과 민주당 김경 서울시의원 사이의 1억 원 공천헌금 의혹.
  7. [칼럼] '댓글 국적' 밝히자는 게 혐중? 주객전도된 국익 대한민국 여론의 광장인 포털 뉴스 댓글창은 전쟁터다. 그런데 그 참전 용사들의 국적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국민의힘이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한국인이면 ‘한국’, 중국인이면 ‘중국’이라고 밝히고 떳떳하게 의견을 개진하자...
  8. 김여정에 '칭찬' 듣는 국방부, 군대인가 하급자인가 11일 아침, 평양에서 날아온 소식에 대한민국 안보 라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 모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도발 의도가 없다는 한국 국방부의 입장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뒤이어 “그나마 연명을 위한 선택”이라고도 했다.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귀를 의심케 하는 문장이다. ‘현명한 선...
  9. 새미래민주당, 이란 사태 침묵하는 민주당 질타하며 #prayforiran 제안 이란의 거리가 다시 피로 물들었다. 히잡을 불태우며 자유를 외치는 여성들을 향해 신정(神政) 정권은 실탄을 겨눴다. 1980년 광주를 연상케 하는 국가 폭력이 21세기 이란에서 재현되고 있다.국제사회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유독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만이 기이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새미래민주당 김양정 수석대변인..
  10. [칼럼] 쓸데없는 일엔 '성실'하고, 해야 할 일엔 '겁쟁이'인 정부 세상에는 두 부류의 무능이 있다. 게을러서 망치는 부류와, 엉뚱한 곳에서 너무 부지런해서 망치는 부류다. 불행히도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후자다. 해야 할 일은 외면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에는 목숨을 건다.나라가 어디로 가려는지, 국방부에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예산이 2조 원에 육박한다는 황당한 뉴스가 들린다. 장병들 밥값과 무기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