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총구 앞 '화장' 논란과 4성 장군의 궤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2-16 11:46:49
  • 수정 2025-12-16 11:59:12

  • '연출 의혹' 제기에 뜬금없는 '성희롱' 고소
  • 총기 탈취 경고에는 '패륜'이라 맞서는 장군
  • 상식이 실종된 여당의 기이한 인지부조화

김현태 대령김현태 대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단장을 고소했다. 혐의 내용에 명예훼손과 함께 ‘성희롱’이 포함됐다. 김 전 단장이 성적 농담이라도 던진 줄 알았다. 내용을 보니 그게 아니다.


김 전 단장은 계엄 당일 안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구를 잡고 실랑이를 벌인 장면에 대해 “미리 화장을 하고 연출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총을 뺏으러 달려드는 사람이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하다. 이것은 사실 여부를 다투는 진실 공방의 영역이다. 그런데 안 대변인 측은 이를 성희롱이라고 규정했다.


“화장했냐”고 묻는 게 성희롱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성희롱 아닌 대화가 드물 것이다. 본질인 ‘연출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고,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해 상대를 성범죄자로 몰아가려는 전술이다. 남성 의원에게 “분장하고 쇼했다”고 했으면 성희롱이라 했을까. 불리하면 ‘성(性)’ 뒤에 숨는 익숙한 패턴이다.


이해하기 힘든 일은 옆에서도 벌어졌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다. 그는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총기 탈취 시도는 즉시 사살될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하자 “패륜적 망언”이라며 은퇴를 요구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의 말은 군사학 교본에 나오는 기초 상식이다. 전시나 계엄 상황에서 무장 군인의 총기에 손을 대는 행위는 적대 행위로 간주된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훈련소에서 배우는 내용이다.


문제는 김병주 의원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지낸 4성 장군 출신이라는 점이다. 평생을 군에서 보낸 사람이 총기 탈취 시도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다. 군인에게 총은 생명이다. 민간인이 군인의 총을 뺏으려 하면 제압하거나 발포하는 것이 교전 수칙이다. 김 의원은 평생 부하들에게 그렇게 가르쳤을 것이다.


정상적인 장군 출신 정치인이라면 안 대변인을 두둔하더라도 “용기는 가상하나, 총기에 손을 대는 건 군인을 자극해 본인과 주변 시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니 자제해야 했다”고 조언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도리어 교전 수칙을 말한 상대를 ‘패륜’으로 몰았다. 정치인이 되더니 군인으로서의 상식은 잊은 모양이다.


한쪽은 ‘화장했냐’는 지적을 성희롱이라 하고, 다른 한쪽은 ‘총기 탈취는 위험하다’는 군사 상식을 패륜이라 한다. 논리는 없고 우기기만 남았다. 안 대변인이 실제 연출을 했는지, 김 의원이 군사 지식을 잊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들이 상식을 대하는 태도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6 23:37:12

    안귀령을 전 국민이 고소할 방법을 찾아서 이슈화 시킵시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2-16 15:08:42

    그냥..한숨이 절로 나와요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5-12-16 14:02:38

    그럼 우리는 이재명 헤메코하고 왔다고 비웃었는데 우리 다 이재명 성희롱 한건가봐요? ㅋ
    김민수는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신중히 말했어야 한다고 봅니디
    저렇게 이용될 생각을 못했을리도 없고 계엄에 공포심 가진 사람들 자극하기 딱 좋은데 저 말이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6 12:11:02

    내 편은 무조건 옳다는 미친 진영주의가 이렇게 해롭습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6 12:03:41

    민주당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어이상실을 느낍니다.
    너무나 몰상식한 말들과 행태들이 그들의 일상이 됐어요.
    재판장 증인 김현태를 명훼에 더해 성희롱으로 고발했다니
    해외토픽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현장] 이낙연 "현 정부, 계엄 청산 명분으로 민주주의 훼손"... 국가과제연구원 심포지움 개최 사단법인 국가과제연구원이 주최한 '위기의 민주주의: 현상과 대안' 연례 심포지움이 1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심포지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 6개월을 평가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낙연 국가과제연구원장은 현재 ...
  2. 대통령의 '무능 자백'이 가장 재미없는 뉴스가 된 나라 솔직히 말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났다.며칠 전 대한민국 국정 책임자가 부동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입으로 내뱉었다. 이건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승객을 태우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배를 몰고 나온 선장이 "나 사실 운전할 줄 모른다"고 방송한 거나 다름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광장이 뒤집어지고 지지율.
  3. 전병헌의 시일야방성대곡...."지식인조차 침묵해 구한말보다 암울" "지금 대한민국은 깊은 병리 현상에 빠져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꺼지지 않던 양심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시국을 구한말 '시일야방성통곡(是日也放聲痛哭)'의 상황에 빗대며 지식인 사회의 침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사법부 무..
  4. 조진웅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더라면 배우 조진웅이 처음 정부행사에 참여한 것은 내 기억으론 2019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때다. 조진웅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정부인사들, 유족들 앞에서 시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 을 낭송했다. 이후 2021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오프닝 영상에 출연했는데 그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앞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전달하는 역할...
  5. 민주당 내부조차 반발하는 '내란 재판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처단'을 위한 '내란 관련 특별 재판부' 설치를 당론으로 채택하려 의원총회를 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민의힘의 반대가 아니었다. 민주당 의원 3분의 2 이상이 반대했고, 율사 출신 초선 의원들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심지어 범야권 우군인 민변과 조국혁신당마저 공식...
  6. 개별적으로 털었으니 절도가 아니다? 민주당의 신종 궤변 "돈에는 냄새가 없다."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공중화장실세(稅)를 신설하며 남긴 말이다. 오물 구덩이에서 나왔든 향수 가게에서 나왔든, 국고에 들어오면 그저 교환 가치를 지닌 금속 덩어리일 뿐이라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다.그런데 2025년 대한민국 여의도에서는 이 오래된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 이곳엔 돈에 '색깔'을 입히는 .
  7. 전재수 통일교 까르띠에 시계 수령 의혹 '이런 것 받아도 되냐'라며 받아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통일교 자금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유입됐다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도 뒤늦게 사건을 경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통일교 내부 문건인 '한학자 특별보고'에서 전재수 현 해양수산부 장관(전 의원)이 통일교 행..
  8. 총구 앞 '화장' 논란과 4성 장군의 궤변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단장을 고소했다. 혐의 내용에 명예훼손과 함께 ‘성희롱’이 포함됐다. 김 전 단장이 성적 농담이라도 던진 줄 알았다. 내용을 보니 그게 아니다.김 전 단장은 계엄 당일 안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구를 잡고 실랑이를 벌인 장면에 대해 “미리 화장을 하고 연출한 것 아니냐&rdqu...
  9. 대통령의 '경제학'에 기업은 없는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 "규정을 위반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대한민국 국정 최고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실로 섬뜩한 일갈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파산'을 통치의 수단이자 목적으로 공공연히 언급했다. 그것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자리도 아닌, 기업의 규제 환경을 논하는 자...
  10. '통일교 의혹' 정동영·이종석, 논란 직후 2시간 '비밀 회동' 11일 저녁 호텔 중식당서 만남 포착... '말 맞추기' 의혹 증폭통일교 연루 의혹에 휩싸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의혹 제기 다음 날인 11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매일신문 단독 취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만나 약 2시간 동안 머물렀...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