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민주당이 '쌍끌이 악법' 밀어붙인 이유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2-05 06:09:09
  • 수정 2025-12-05 06:14:17

  • 윤석열 무죄 공포에 헌법 버린 거대 여당
  • 사법부 장악이 곧 헌정 파괴다

발언기회 요청하는 국민의힘 의원들발언기회 요청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서울=연합뉴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어이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내란범죄 전담 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를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것은 사법 시스템 파괴이자 입법 독재"라고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지만, 거대 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는 없었다. 


민주당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의 쟁쟁한 법률가들이 즐비하다. 지금 국정을 주도하는 그들이 이 법안들이 명백한 위헌임을 모를 리 없다. '내란 전담 재판부'는 헌법상 무작위 배당 원칙을 무시하는 '재판부 쇼핑'이고, 함께 통과시킨 '법 왜곡죄'는 그보다 더 악랄한 독소 조항을 품고 있다.


'법 왜곡죄'란 검사나 판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불리하게 만들면 처벌하겠다는 법이다. 얼핏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상은 집권 여당이 사법부의 목덜미를 겨눈 흉기다. '왜곡'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기준은 권력을 쥔 여당이 정하게 된다. 즉, "정권의 입맛대로 기소하지 않거나, 우리 뜻대로 판결하지 않으면 판사 옷을 벗기고 감옥에 보내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장이나 다름없다. 사법부마저 행정부와 입법부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다.


권력을 손에 쥔 그들이 위헌 논란을 뻔히 알면서도 이 '쌍끌이 악법'을 같은 날 기습 통과시킨 이유는 단 하나다. 그날(3일) 오전 있었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집권 세력에게 극심한 공포를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명시하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내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법원의 우회적 질타"라고 해석한다. 바로 이 지점이 민주당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 것이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사의 판단은,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내란 재판'의 예고된 결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서초동 법정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풍경을 보라. 그것은 엄중한 '단죄의 장'이라기보다,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부조리극'에 가깝다.


검찰 측은 안쓰러울 정도다. "국가 전복 시도"라며 기세등등하게 기소했지만, 정작 재판정에서는 '내란의 고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 하나 내놓지 못한 채 억지 논리만 꿰맞추고 있다. '체포된 정치인 0명', '인명 피해 0명'인 계엄을 역사상 유례없는 내란으로 포장하려니, 깨진 유리창 따위를 증거라고 들이미는 촌극을 빚는다.


윤대통령 측 변호인단이라고 다를까. 그들의 방어 전략은 비겁함을 넘어 한심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반역자가 아니라, 그저 무능했을 뿐"이라는 것이 변론의 요지다. "정말 내란 의도가 있었다면 이렇게 멍청하게 실패했겠느냐", "국회가 해제하라고 해서 절차대로 군대를 물리지 않았느냐"는 항변은, 내란 혐의는 벗을지 몰라도 국정 책임자로서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지루한 과정이지만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지금 진행 중인 이 세기의 재판을 반드시 지켜보시라. 


안타깝게도 양진영이 기대하는 촌철살인이나 정의의 사도 따윈 없다. 문제는 엉성한 계엄을 내란으로 둔갑시키려는 검찰의 진땀 빼는 '억지'와, "우린 그냥 바보였다"라고 항변하는 변호인의 '구차함'이 뒤엉켜 뒹구는 이 지루하고 한심한 공방이, 집권 여당에게는 '재앙'의 신호라는 점이다. 검찰의 창은 무디고, 변호인의 '무능 호소'는 역설적으로 법리적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상적인 판사라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순간, 민주당이 지난 대선 이후 지금까지 "내란 세력을 심판하겠다"며 집권의 정당성을 주장해 온 명분은 산산조각 난다. 그것은 헌정 수호가 아니라, 무고한 상대를 내란범으로 몰아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려 했던 '정치적 인질극'이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거수 표결하는 법사위원들거수 표결하는 법사위원들 (서울=연합뉴스) 그래서 그들은 다가오는 2월 지귀연 판사의 판결을 앞두고 다급하게 사법부의 심장에 칼을 들이댄 것이다. '전담 재판부'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판사를 골라 앉히고, 행여 그 판사가 양심에 따라 판결할까 봐 '법 왜곡죄'라는 몽둥이까지 손에 쥔 체 말이다.


결국 지난 3일 법사위에서 보여준 여당의 폭거는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상적인 법과 원칙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받아낼 자신이 없다는 고백이자 '실패한 내란'을 단죄하겠다던 자들이, 재판 승리를 위해 입법의 탈을 쓴 헌법유린, 진짜 내란을 저지르고 있는 꼴이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5 18:28:34

    그러니까요.
    1년 내내 내란팔이, 내란 주홍글씨 새기기를 가열차게 해댔는데
    아무리 봐도 안될 것 같으니 헌정파괴까지 해가면서
    무리수에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겠지요.
    입법은 왜 하나 몰라요.
    대통령 말 한 마디면 다 된다는 담화문이나 내고
    대한민국에 널린 개딸 홍위병 앞세워
    기왕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면 될 일을,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5-12-05 16:51:05

    아 재판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군요
    양당 지지자들이 재판을 제일 열심히 볼텐데 아무 생각이 없나봐요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2-05 12:56:36

    다른 정당들은 어디든 필요에 따라 투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죽었다 깨어나도 민주당에 다시는 투표하지 않을 겁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5 11:34:28

    그치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scks2ek2025-12-05 11:11:05

    대단한 정당이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5 10:53:19

    윤의 계엄 민주당의 내란 무딘 창과 방패입니다 에휴ㅜㅠㅠ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5 09:06:21

    헌법 파괴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겠지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5 07:33:31

    기사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현장] 이낙연 "현 정부, 계엄 청산 명분으로 민주주의 훼손"... 국가과제연구원 심포지움 개최 사단법인 국가과제연구원이 주최한 '위기의 민주주의: 현상과 대안' 연례 심포지움이 1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심포지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 6개월을 평가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낙연 국가과제연구원장은 현재 ...
  2. 대통령의 '무능 자백'이 가장 재미없는 뉴스가 된 나라 솔직히 말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났다.며칠 전 대한민국 국정 책임자가 부동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입으로 내뱉었다. 이건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승객을 태우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배를 몰고 나온 선장이 "나 사실 운전할 줄 모른다"고 방송한 거나 다름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광장이 뒤집어지고 지지율.
  3. 전병헌의 시일야방성대곡...."지식인조차 침묵해 구한말보다 암울" "지금 대한민국은 깊은 병리 현상에 빠져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꺼지지 않던 양심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시국을 구한말 '시일야방성통곡(是日也放聲痛哭)'의 상황에 빗대며 지식인 사회의 침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사법부 무..
  4. 조진웅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더라면 배우 조진웅이 처음 정부행사에 참여한 것은 내 기억으론 2019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때다. 조진웅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정부인사들, 유족들 앞에서 시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 을 낭송했다. 이후 2021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오프닝 영상에 출연했는데 그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앞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전달하는 역할...
  5. 민주당 내부조차 반발하는 '내란 재판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처단'을 위한 '내란 관련 특별 재판부' 설치를 당론으로 채택하려 의원총회를 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민의힘의 반대가 아니었다. 민주당 의원 3분의 2 이상이 반대했고, 율사 출신 초선 의원들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심지어 범야권 우군인 민변과 조국혁신당마저 공식...
  6. 개별적으로 털었으니 절도가 아니다? 민주당의 신종 궤변 "돈에는 냄새가 없다."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공중화장실세(稅)를 신설하며 남긴 말이다. 오물 구덩이에서 나왔든 향수 가게에서 나왔든, 국고에 들어오면 그저 교환 가치를 지닌 금속 덩어리일 뿐이라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다.그런데 2025년 대한민국 여의도에서는 이 오래된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 이곳엔 돈에 '색깔'을 입히는 .
  7. 전재수 통일교 까르띠에 시계 수령 의혹 '이런 것 받아도 되냐'라며 받아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통일교 자금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유입됐다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도 뒤늦게 사건을 경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통일교 내부 문건인 '한학자 특별보고'에서 전재수 현 해양수산부 장관(전 의원)이 통일교 행..
  8. 김성훈 변호사, '장경태 유죄 확정시 징역형 예상 벌금형 불가' 서우법률사무소 김성훈 변호사 정치신세계 출연, 장경태 의원의 형량을 계산해봤다.초동 대처 실패와 법적 리스크의 확산김성훈 변호사는 장경태 의원의 초기 대응이 법률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인 준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혹은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여...
  9. '통일교 의혹' 정동영·이종석, 논란 직후 2시간 '비밀 회동' 11일 저녁 호텔 중식당서 만남 포착... '말 맞추기' 의혹 증폭통일교 연루 의혹에 휩싸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의혹 제기 다음 날인 11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매일신문 단독 취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만나 약 2시간 동안 머물렀...
  10. 대통령의 '경제학'에 기업은 없는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 "규정을 위반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대한민국 국정 최고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실로 섬뜩한 일갈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파산'을 통치의 수단이자 목적으로 공공연히 언급했다. 그것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자리도 아닌, 기업의 규제 환경을 논하는 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