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명함도 못 내밀겠다"... 대통령의 '엄지척'에 흔들리는 서울시장 선거판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12-10 12:19:17

  • 이재명 대통령, 정원오 성동구청장 공개 극찬에 박홍근 등 경쟁자들 '부글부글'
  • 야권 "명백한 선거 개입"... 노무현·박근혜 전철 밟나 우려 확산


2026년 지방선거를 1년 반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당 내에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지며 경선 레이스에 불을 지폈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경쟁자를 공개적으로 극찬하면서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명함도 못 내밀겠다" 발언, 단순 덕담인가 가이드라인인가


논란의 발단은 지난 12월 8일 이재명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었다. 이 대통령은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구정 만족도가 92.9%에 달한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성동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정원오 구청장은 즉각 "원조 '일잘러'로부터 칭찬을 받아 감개무량하다"고 화답했다. 문제는 정 구청장이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 중 '다크호스'로 꼽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장 시절과 비교하며 특정 잠재 후보를 치켜세운 것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강력한 '명심'의 신호로 읽힐 수 밖에 없다.   


2024년 민주당 대표 시절 의원총회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는 이재명 (연합뉴스)

박홍근의 당혹감 "솔직히 의아해"... 대통령실은 급히 일정 취소


가장 난처해진 것은 이미 출마를 공식화한 박홍근 의원이다. 박 의원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소식을 접했을 때 의아스럽기도 하고 당혹스러운 게 솔직한 마음"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재미와 재치로 접근한 것이지 깊게 생각하고 한 것 같지는 않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했으나, 파장은 간단치 않았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논란이 확산되자 예정되어 있던 이 대통령의 성동구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특정인에게 힘 실어주기라는 오해가 커질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행동이 선거 중립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었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정치권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 법적 논란 점화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이자 "명심 오더"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내 다른 경쟁 주자들 역시 겉으로는 대통령을 비판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공정한 경선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단순한 의견 표명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과거 사례를 볼 때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대통령의 가벼운 손가락, 민주주의를 위협하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천근의 무게를 가진다. 하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특정 후보를 향해 쏟아낸 찬사는 단순한 덕담이 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원오 구청장을 향해 보낸 "성남시장 시절의 나보다 낫다"는 찬사는 사실상의 '낙점'이자,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와 다름없다.


우리는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어떤 헌정사적 비극을 초래했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로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소추 사태를 겪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파면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나,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 중립 의무 위반'임을 명확히 판시했다. 대통령은 정치인이지만, 선거 국면에서는 철저히 행정부 수반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당시 친박계 인사들의 당선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공천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법원은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 기획에 관여하는 행위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규정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엄지척' 사건은 노무현의 '말실수'와 박근혜의 '개입' 사이, 그 위험한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재미와 재치로 한 말"이라는 박홍근 의원의 변호는 옹색하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특정 후보를 띄우고 경쟁자들을 들러리로 만드는 행위는 '반칙'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의 대통령들이 왜 선거 앞에서 그토록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지 되새겨야 한다. 

프로필이미지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scks2ek2025-12-12 16:39:01

    정독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0 19:23:06

    이텅은 무슨 배짱으로 저렇게 선거에 개입하죠? 안하무인이네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0 17:28:22

    국민도 법도 안중에 없는 x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2-10 15:34:09

    마일리지 매일 착착.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0 14:13:28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자기 멋대로 다 하는,
    그래서 나오는 말과 행동들이
    가볍고 거칠기가 바교할 대상이 없다.
    문제는 저렇게 매사 경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국가 수반이라는 현실.
    큰일이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0 13:59:15

    선을 너무 자유자재로 넘어서 뭘 가지고 탄핵해야할지 넘치는 지경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0 13:51:10

    죄를 차곡차곡 쌓는데 사형으로도 모자라겠어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5-12-10 13:48:52

    정원오는 트윗 빼곤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텐데 밀어주면 민주당이라 무조건 찍어줄거라 생각한건지 모르겠네요
    당에서 불만 생기면 우리야 좋죠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0 12:49:09

    반칙왕 이정도면 레드카드!!!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0 12:27:12

    오늘도 열씨미 틴핵 일수 도장 추가요!!  손가락 쳐 성실한건 본능 이니까 ㅎ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현장] 이낙연 "현 정부, 계엄 청산 명분으로 민주주의 훼손"... 국가과제연구원 심포지움 개최 사단법인 국가과제연구원이 주최한 '위기의 민주주의: 현상과 대안' 연례 심포지움이 1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심포지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 6개월을 평가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낙연 국가과제연구원장은 현재 ...
  2. 대통령의 '무능 자백'이 가장 재미없는 뉴스가 된 나라 솔직히 말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났다.며칠 전 대한민국 국정 책임자가 부동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입으로 내뱉었다. 이건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승객을 태우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배를 몰고 나온 선장이 "나 사실 운전할 줄 모른다"고 방송한 거나 다름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광장이 뒤집어지고 지지율.
  3. 전병헌의 시일야방성대곡...."지식인조차 침묵해 구한말보다 암울" "지금 대한민국은 깊은 병리 현상에 빠져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꺼지지 않던 양심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시국을 구한말 '시일야방성통곡(是日也放聲痛哭)'의 상황에 빗대며 지식인 사회의 침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사법부 무..
  4. 조진웅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더라면 배우 조진웅이 처음 정부행사에 참여한 것은 내 기억으론 2019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때다. 조진웅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정부인사들, 유족들 앞에서 시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 을 낭송했다. 이후 2021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오프닝 영상에 출연했는데 그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앞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전달하는 역할...
  5. 민주당 내부조차 반발하는 '내란 재판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처단'을 위한 '내란 관련 특별 재판부' 설치를 당론으로 채택하려 의원총회를 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민의힘의 반대가 아니었다. 민주당 의원 3분의 2 이상이 반대했고, 율사 출신 초선 의원들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심지어 범야권 우군인 민변과 조국혁신당마저 공식...
  6. 개별적으로 털었으니 절도가 아니다? 민주당의 신종 궤변 "돈에는 냄새가 없다."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공중화장실세(稅)를 신설하며 남긴 말이다. 오물 구덩이에서 나왔든 향수 가게에서 나왔든, 국고에 들어오면 그저 교환 가치를 지닌 금속 덩어리일 뿐이라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다.그런데 2025년 대한민국 여의도에서는 이 오래된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 이곳엔 돈에 '색깔'을 입히는 .
  7. 전재수 통일교 까르띠에 시계 수령 의혹 '이런 것 받아도 되냐'라며 받아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통일교 자금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유입됐다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도 뒤늦게 사건을 경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통일교 내부 문건인 '한학자 특별보고'에서 전재수 현 해양수산부 장관(전 의원)이 통일교 행..
  8. 대통령의 '경제학'에 기업은 없는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 "규정을 위반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대한민국 국정 최고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실로 섬뜩한 일갈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파산'을 통치의 수단이자 목적으로 공공연히 언급했다. 그것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자리도 아닌, 기업의 규제 환경을 논하는 자...
  9. '통일교 의혹' 정동영·이종석, 논란 직후 2시간 '비밀 회동' 11일 저녁 호텔 중식당서 만남 포착... '말 맞추기' 의혹 증폭통일교 연루 의혹에 휩싸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의혹 제기 다음 날인 11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매일신문 단독 취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만나 약 2시간 동안 머물렀...
  10. 김성훈 변호사, '장경태 유죄 확정시 징역형 예상 벌금형 불가' 서우법률사무소 김성훈 변호사 정치신세계 출연, 장경태 의원의 형량을 계산해봤다.초동 대처 실패와 법적 리스크의 확산김성훈 변호사는 장경태 의원의 초기 대응이 법률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인 준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혹은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여...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