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몸이 4개면 설명이 가능하다 (그래픽:가피우스 생성)
김민석의 엑셀 출입국 기록, 믿어줘, 말어?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칭화대 석사일정 의혹에 대해 19일 회심의 카드를 내놨다.
2010년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칭화대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논란에 중국 출입국·비행편 기록을 공개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국 최고의 명문대가 요구하는 수업과 시험을 다 감당했다"면서 2005년 2월 19일부터 2018년 1월 12일까지 자신이 중국으로 오간 출입국 일자, 출국 비행기 편명, 체류 기간이 적힌 문서를 함께 올렸다.
당연히 논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정부 24나 주민센터에서 1분이면 공신력 있는 출입국기록증명을 뽑을 수 있음에도 한 땀 한 땀 직접 엑셀에 입력한 표를 내놓은 것이다.
이 표가 시사하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진짜 다녔다니까?'
누가 이런 엑셀 쪼가리를 믿을까 싶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지지자들은 저 엑셀 쪼가리를 '공문서가 나왔으니 게임 끝!'이라는 분위기다.
누군가 댓글로 '저 엑셀이 왜 공문서냐?' 물으니 '총리 후보자가 낸 문서니 공문서'라는 것이다.
저런 분들은 이길 방법이 없다.
필자에게 저 문서를 믿느냐 묻는다면 차라리 우주를 창조했다는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신'을 믿겠다.
그래도 우리 손에는 '김민석 표' 출입국 엑셀 문서 뿐이니 그것을 기준으로 사실관계를 다퉈보자.
무언가는 소홀할 수 밖에 없을텐데 다 잘했다니 그것도 믿어주자
주지의 사실대로, 김민석 후보자는 칭화대 수업도 열심히 다녔고(“중국 최고의 명문대가 요구하는 수업과 시험을 다 감당했다.”:), 본인에 대한 검찰수사와 재판도 성실하게 받았고, 지방선거도 열심히 뛰었으며,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도 일주일에 한 번 빠졌을 뿐 (아무도 없는) 새벽 7시부터 시작했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니(송언석 국민의 힘 원내대표 : "김민석 후보자가 최고위원을 역임했던 2010년 초 최고위원회의 개최시간이 오전 9시 아니면, 9시 30분으로 나와 있다. 아침 7시에 회의했다는 얘기 자체가 허무맹랑한 거짓말") 다 믿어주자.
그럼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적 모순들은 남는다.
부산시장 경선 이틀 전까지 칭화대 출석?
김민석은 2010년 4월 12일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해 5월 9일에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부산시장 후보 경선대회가 열렸다.
'김민석 표 출입국 기록'에 의하면 경선 투표 나흘 전 5월 5일에 출국해 7일에 귀국했다.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마지막 지지를 호소해야 할 가장 결정적 시기에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한 달 전까지 칭화대 등교?
2010년 8월에는 김 후보자의 정지자금법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칭화대 졸업은 7월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걸린 재판의 최종심을 앞두고 학업과 선거를 병행했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칭화대 통학도 어려운데 럿거스 J.D도 병행?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김 후보자가 칭화대 석사 과정과 동시에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럿거스 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전문석사(Juris Doctor, J.D.) 과정을 밟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미국변호사협회(ABA)의 인준을 받은 로스쿨의 J.D.는 통상 3년이 소요되는 전문 박사급 학위 과정으로, 매우 엄격한 학사 규정을 따른다. ABA J.D. 과정은 최소 24개월 이상이어야 하며, 총 58,000분 이상의 수업 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그 중 최소 45,000분은 "정규 수업(regularly scheduled class sessions)" 출석을 통해 채워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캠퍼스에서 실질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럿거스 로스쿨 자체 규정 역시 84학점의 이수를 요구하며, 총 수업 시간의 20% 이상 결석 시 학칙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개의 대륙에 걸쳐 두 개의 까다로운 법학 학위를 동시에, 그것도 하나는 원격이 아닌 통학으로 이수한다는 주장은 .. 글쎄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혼자서 했나? 그나마 일주일 한 번 불참?
가장 명백한 모순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출석 문제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월, 수, 금에 개최되었다.
김 후보자는 “월·수·금 아침 최고회의를 일주일에 하루씩 번갈아 빠지며” 학업을 병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김민석 표 출입국 기록'과도 명백히 모순이다.
김민석, 중국 출입국·비행편 기록 공개 [출처: 김민석 총리 후보자 페이스북]
그러나 김 후보자가 칭화대에서 학위를 취득하던 기간(09년4월6일~10년6월13일)동안 혼자서 7시 회의를 하고 출국했다는 걸 믿어주더라도, 최고회의를 주 1회만 불참한 주는 13번 있었으며 2회 불참은 6회였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당시 민주당 최고회의가 9시 이후였다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김 후보자가 1주에 1회 불참한 경우는 12회, 주 2회 이상 불참한 횟수는 7회가 된다.
아쉽게도 이건 국민의힘 주장이 맞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 남겨진 기록으로 봐도 오전 9시에 최고위원회의가 있었다는 객관적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 기록된 최고위원 회의 시간
그렇다면 김 후보자는 “월·수·금 아침 최고회의를 일주일에 하루씩 번갈아 빠지며” 학업을 병행했다는 주장은 허위가 된다.
그가 이수한 중국법 LL.M. 과정은 외국 법률가들을 위해 개설된 1년 과정의 정규 석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최소 24~25학점의 학점을 이수하고 학위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칭화대 법학원의 커리큘럼을 보면, 김 후보자가 학업을 시작한 가을 학기에는 '중국 사회와 법'(3학점), '중국 헌법 및 행정법'(2학점), '중국 민법'(3학점), '중국 법제사'(2학점) 등 학점 비중이 높은 필수 과목들이 집중적으로 편성되어 있다.
단기 체류를 반복하는 '비행기 통학' 방식으로는 이처럼 까다로운 학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는 '학교를 대충 다녔'건, '최고회의를 대충 했'건 하나는 선택했어야 했는데 모두 잘 했다 주장하니 너무 국민을 대놓고 속이는 느낌이 든다.
물론 김 후보자는 이 기간 동안 선거도 열심히 임했고, 검찰 수사도 열심히 받았다 주장할 것 같다.
재판, 선거, 당무활동, 학업까지 모두 갓벽하게 해냈다는 멋진 총리 후보자 (그래픽 : 가피우스)
김 후보자는 "미국 로스쿨의 3년 박사 과정과 중국 로스쿨의 1년 석사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다"며 "칭화대 중국법 석사과정의 학점을 미국 법무 박사 학점으로도 인정받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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