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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서가 궁금한 사람 『X』 를 켜자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6-18 07:54:23
  • 수정 2025-06-18 0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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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미노 피자가 예측한 걸프전
  • 펜타곤 야근과 피자 배달의 은밀한 상관관계

국제정세에 관심 많은 이들을 위한 흥미로운 정보전의 역사.


1980년대 워싱턴 D.C.에서 KGB 요원들이 가장 열심히 추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국방장관의 동선도, 기밀 문서도 아니었다. 그들의 표적은 도미노 피자 배달 트럭이었다. 소련 정보기관은 이를 '피즈인트(Pizzint)'—Pizza Intelligence의 줄임말로 명명했다.


논리는 명쾌했다. 펜타곤에 위기가 닥치면 관료들이 밤샘 근무에 돌입하고, 자연스럽게 피자 주문량이 급증한다. 결국 한 사기업의 배달 기록이 미군 작전 계획을 실시간으로 노출하는 셈이었다.


1990년 8월 1일 밤 11시, 워싱턴의 도미노 피자 사장 프랭크 미크스는 당황했다. CIA 본부에서 피자 21판을 한꺼번에 주문한 것이다. 그는 뭔가 큰일이 터질 것이라는 직감에 사로잡혔다. 다음 날 새벽,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국경을 넘었다.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1983년 그레나다 침공, 1989년 파나마 침공, 1998년 클린턴 탄핵 청문회 직전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진 : 기사작성 30여분전에 올라온 @PenPizzaReport 캡쳐화면, 뭐든 그렇치만 항상 적중하진 않는다.>



구글 맵이 폭로한 21세기 정보전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소련 스파이 대신 전 세계 정치 마니아들이 스마트폰으로 펜타곤 주변 피자집의 실시간 혼잡도를 체크한다. @PenPizzaReport 같은 트위터 계정이 등장해 아예 전문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현대판 오픈소스 인텔리전스의 탄생이다.


2025년 6월 12일 오후 6시 59분, 펜타곤 인근 피자집들이 일제히 붉은 불을 켰다. We, The Pizza, District Pizza Palace, 도미노, Extreme Pizza 모두 '평소보다 훨씬 바쁨' 상태로 표시되었다. 정확히 한 시간 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속보가 터졌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24년 4월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드론 공격 당일에도 같은 패턴이 되풀이되었다.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 저널리즘 책임자 알렉스 셀비-부스로이드는 "펜타곤 피자 지수가 1980년대부터 쿠데타와 전쟁 같은 중대한 지정학적 사건들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예측해왔다"고 평가했다.


자 스마트폰을 열어 X를 실행하고 @PenPizzaReport 를 팔로워 하는 것 만으로 남들보다 먼저 국제정세의 불안을 알아챌 수 있다. 이 보다 손쉬운 방법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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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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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8 13:38:23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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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8 12:30:33

    좋은 뉴스 감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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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g2025-06-18 11:35:21

    오~흥미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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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8 10:46:07

    이런 글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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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8 10:09:06

    흥미진진한 기사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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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8 09:16:12

    X에서 본 그 말 이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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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8 09:11:48

    쏠쏠 정보와 재미까지 다 주는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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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8 08:59:05

    멋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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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8 08:39:18

    오 피자통한 국제동향파악, 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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